줌인줌아웃
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오랫만에 만난 전주ㅡ,그리고 사람들
마음속에 그리움이 더해갔습니다.
가고 싶다,,
그리고 드디어 어제 하루 다녀온 전주
그 동안의 공백이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저절로 메꾸어지는 기분이 들었다면 과장일까요?
조금 더 늙어서 아이들이 다 크고 손이 덜 가면
그 곳에 조그만 공간을 하나 구해놓고 일산과 전주를 왔다 갔다 하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된 날이기도 합니다.
어제 만난 화가 (책에서 ) 이 두식님의 그림과 함께
전주에 간 이야기를 풀어놓은 홈페이지의 글을 올려 놓았습니다.
대학 4년간을 보낸 전주는 제게
그리움의 공간이자 언젠가 다시 가서 살아보고 싶은
곳이기도 합니다.
원래 휴가를 남도쪽으로 가기로 해서
올라오는 길에 하루 들러서 오랫동안 얼굴을 못 보고 지낸
친구들도 만나고 소식을 몰라 애태우다가
이제야 연락이 된 이제는 고인이 된 친구의 딸도 만나고
일년에 서너 차례 기회가 되면 만나는 선배도 보려고 했었지요.
그런데 휴가지가 갑자기 강원도로 바뀌는 바람에
어찌하나 고민하다가 화요일 밤에 집에 와서 하루 자고
수요일 아침 일찍 떠나기로 했습니다.
일찍이라고 해도 일어나기가 쉽지 않아서
고속터미널에 도착하니 열시가 되었더군요.
일단 11시 50분 차표를 끊어놓고 영풍문고에 들어갔습니다.
그 곳에서 만난 화가가 바로 이두식님입니다.
고릴라 로마역에 서다라는 자극적인 제목에 끌려서 보게 된 책
알고 보니 그의 작품이 로마역에 모자이크 형태로 전시되었더군요.
책의 내용까지는 시간이 모자라서 어렵고
우선 큰 제목과 그림을 보다가 집에 가서 찾아보아야지
마음속에 품고 나왔습니다.
밖의 매대에 놓고 파는 책중에서 피렌체 찬가라는
피렌체 르네상스시기에 살았던 인문주의자의 글이
번역이 되었길래 반가운 마음에 한 권 구했습니다.
요즘 르네상스를 읽고 있는 중이라 보조자료로
읽어보려고요.
오늘 전주에 가기 전의 목표가 신나라 레크드에 들러
교보문고 음반점에는 없을 만한 디브이디 구하기 힘든
것이 있나 보려고 했는데 바하 서거 250주년 기념 음반과
보첼리의 투스카니 지역에서의 공연 실황을 담은 것
이렇게 두 장을 구하고 그동안 쌓인 포인트로
꽃별이란 이름의 해금 주자의 연주 시디를 한 장
구했습니다.
우등고속버스에 겨우 다섯 명이 탑승하여 마치
자가용을 탄 듯 편안하게 가면서
책을 읽다가 잠도 자다가 보니 벌써 전주입니다.
친구가 마중을 나온 바람에 올라오는 표를 구해놓아야 한다는
생각도 잊고 이사간 후에 처음 가 보는 친구집으로 가서
한동안 밀린 이야기를 늘어놓았습니다.
보람이랑 동갑인 다솜이 이제는 처녀가 된 그 집 딸과
대학에 가기 위해서 무슨 공부를 어떻게 하고 있는가 하는
이야기도 듣고 대학에 진학을 못해서 강화도의 기숙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들 온이의 이야기도 듣고
지금 제 머리를 짓누르고 있는 승태의 이야기도 나누고
그렇게 하다 보니 벌써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병원 근무를 마치고 퇴근하는 길에 우리를 태우러 온
선배랑 친구가 소개하는 채식 부페점에 갔는데
순전히 채식으로 만든 음식들이 어찌나 많은지
맛있게 먹으면서 선배의 아들이 홍정욱의 책을 읽더니
갑자기 미국 사립학교로 유학을 가겠다고 하는 바람에
사정이 어려워도 보내게 된 이야기,지금 수속을 밟고 나면
9월 초에 우선 캐나다로 떠나게 되었다는 정말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 권의 책이 한 아이에게 끼치는 놀라운 영향에 대해서
생각을 하기도 했지요.
약사라 약국문을 늦게 닫아서 저녁시간에 함께 할 수는 없지만
밤에는 만날 수 있는 (그리고 이번 전주행에 가장
중요한 만남이 기다리고 있는 ) 후배와 덕진공원에서
만나기로 하고 덕진공원에 갔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가 본 곳인데 연꽃 사진을 보면서
마음이 슬며시 끌려서 가보고 싶은 곳이기도 했지요.
대학교 일학년때 의예과 친구를 통해서
소개받은 음악을 좋아하는 남자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때부터 그 친구가 병으로 세상을 뜰 때까지
정말 마음이 통하는 좋은 친구로 지냈었고
그 친구가 연애할 때 자신의 여자친구를 제게 보내서
(그 당시 여자친구는 이대 약학과 학생이었고
저는 그 곳에서 대학원 공부를 하고 있던 중이라
만날 수 있었지요)
서로 인사할 수 있도록 해서 그 때부터는 그녀도
제 마음에 후배로 자리잡았고 그 둘이 결혼하는 과정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과정도 조금 지켜볼 수 있었는데
그 친구가 세상을 뜬 후로는 이름만 기억하는
어린 딸아이가 크는 과정을 볼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야 연락이 되어서 한편으로는 즐겁고
또 한편으로는 그 아이가 만나고 싶어할까 하는
걱정되는 마음도 지닌채 갔었습니다.
인생의 쓴 맛이란 사람마다 다르겠지요?
그녀도 인생의 쓴 맛을 본 사람인데
그래도 만나서 반갑게 인사하고
오랫만에 만난 간격에도 불구하고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지요.
그리곤 어렵게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윤영이를 만나도 되는가 하고요.
그랬더니 너무 흔쾌하게 좋다고 하네요.
언니 이야기를 윤영이에게 한 적도 있었다고요.
그래서 기억에만 아릿하게 존재하던 어린 아이를
이제는 단정하고 선하게 큰 고등학생으로 만나게 되었지요.
처음에는 어떻게 이야기를 꺼낼 지 몰라서
함께 간 친구부부랑 옛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서로 메꾸어 가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갔고
아이는 아마 혼란스러웠을지도 모르는 시간을 보내고
임박한 차시간때문에 집을 나서는 순간
이메일 주소를 받아 왔습니다.
연락해도 되겠느냐고 동의를 구하고서.
오래 묵은 숙제처럼 제 마음 깊은 곳에서
빚으로 남아있던 문제를 꺼낼 수 있어서
좋았던 전주여행
앞으로 제가 무슨 큰 일을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글을 통해서 아이에게 거의 흔적으로만 남은
기억을 연결하는 역할,그리고 앞으로 내딛는 발걸음에
그 아이의 아버지와 알고 친했던 사람들이
역할을 해주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먹고 돌아오는 길
살아있는 인간들이 맺을 수 있는 인연에 대해
깊이 감사하는 마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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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의주
'05.8.4 4:29 PM전주와 그런 인연이 있으셨군요.
저도 전주에서 학교를 다녔고, 현재 전주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중요한것이 무엇인지 놓치지 않으며 나이를 먹어가고 싶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제가 친정엄마에게 느끼는 긍정적인 사고와 강한 엄마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글에서 느껴지는 님처럼 저도 나이를 먹어가고 싶습니다.2. 오클리
'05.8.4 8:56 PM전주가 친정입니다..멀리 나와 사는 이유로 전주 생각만 하면 괜히 울컥합니다
무척 그립습니다..
친정 식구들도 보고싶고 내 학창시절과 젊음(?)을 함께했던곳이라...그냥 그립습니다3. Joanne
'05.8.5 12:05 AMintotheself님, 며칠 안 보이시길래 궁금했었답니다.
님과 함께 다녀온 전주 이야기.. 제 마음에도 한동안 머물 것 같습니다.4. 에스닉
'05.8.5 1:03 AM저두 반갑네요.
친정이 전주여서 항상 그립구 정겨워요.
6월에 딸아이랑 고속버스 타구 가는데 정말 한적하구
좋은 여행이였습니다.
틈만나면 가고 싶은 고향이 그곳입니다.
정말 정겹고 아늑한 둥지입니다 제겐.
님 덕분에 다시 그려봅니다.
항상 고마워요....5. 미스마플
'05.8.5 3:22 AM저도 전주에서 학교 다녔었는데요.
이번에 한국에 가면 전주에 꼭 다니러 가렵니다.
덕진동물원으로 아침조깅 다녔었는데 얼마나 변했는지 넘 궁금해요.6. 라면땅
'05.8.5 9:50 AM전주는...저한텐 참으로 아픔이 많은 곳으로 자리하고 있답니다.
처음 전주에 갔을때 본 동물원에 코끼리는... 코가 잘려나간(?) 돼지코(?)였는데...
다시 전주를 떠나올땐 코끼리코가 제법 자라나 있었으니 많은시간을 전주에서
보냈다고 할수있겠네요. 떠나온지 만4년입니다.
그쪽은 다신 쳐다보지도 안으리라 다짐을 했었는데...오늘은 그리워지네요.
성심여고쪽 콩국수도..호돌이 감자탕도...전주명물인 비빔밥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