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서른 한살의 노총각을 구해주었다...
사실이다..흠~흠...^^
그 때 우리는 이미 불 같은 열정적인 사랑을 하기에는
그렇게 순진하지도 않았고...
또 적당히 사랑의 경험도 있던 터라....^^
몸살을 앓게 하던 183의 늘씬한 키..
마른 몸에 긴~ 다리...
갸름한 하얀 얼굴의 싸나이는 나와 인연이 아닌 줄 깨달았으므로...
10년동안의 짝사랑으로 피멍(?)든 남편을...
구해주기로 착한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도 마음은 딴 데 다 주고...
몸만 왔다고 서로 흘겨보곤 한다...
다행히...내가 좋아 하는 것보다...
나를 더 좋아 해주는 것 같은 눈치니까...
앞으로 살면서 마음 고생은 안하것다~ 생각했고...
딸이 혹 신데렐라라도 될까나 하고 꿈꾸는....
친정엄니의 바램을 꿈이라고 깨워 드리고...
나는 살던 대로 살라네요~....하면서
소박한 삶을 선택했었다...
결혼해서 임신하고, 아이 낳고...또 낳고....
젖 먹이고...똥기저귀 빨고...
하나 걸리고,하나 업고....ㅜ.ㅜ
이렇게 내 인생은 가는 거구나...
회의가 들 무렵....
엄청난 위기가 내게 다가 왔다...
이웃에 살던 친구가 슥~ 건네 준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단숨에 읽고.....
난 격정에 휩싸인 채...끙끙 앓기 시작했다.....
밥도 먹기 싫고...
아이들도 귀찮고...
남편도 걸그치고....
이 구질한 일상이, 이 초라한 현실이.....
목을 죄 듯 조여와....
난 숨을 턱 놓을 것 같은 고통에 비쩍 비쩍 말라갔다....
남편은 무슨일이냐고...
이야기를 하라고 날마다 닥달을 하지만...
그냥 냅둬요...이러다 말겠지...말겠지..하면서 견디던 중...
남편에게 결국 들키고 말았다...
책을 냉장고 뒤에 숨겨 놓았음....
남편은 서너 장을 읽더니.....
이런 책을 읽고 헤롱거리다니....
울 남편은 지나치게 도덕적이며 믿음이 특별한 사람임-
정신차려 이사람아.....이건 다 거짓말이야.....불륜이잖아 이건 거짓말...!!!
-독일 뉘른베르그에서-
-체코의 어느지방에서-
그래서 나는 지붕이 있는 다리만 보면...
나는 다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라고 부른다....^^
혹 저기에도 메모지가 꽂혀 있는 건 아닐까..?
사랑에 몸살을 앓는 사람들의 향기가 묻어 나는 건 아닐까..?
말은 그렇게 해도 울 남편은 그때 나를 이해해 주었다....
그래서 매주에 하루는 아이들을 대신 봐주고....
혼자의 시간을 어떻게든 가질 수 있게 배려해 주었다......
그 폭풍이 지나고 나서는 나도 꽤 철이 들었던지....
아이들을 떼어 놓고 어딜가면
이제 내 맘이 안 편해서 혼자의 시간을 포기하곤 했다....
사람에게 혹 바람주머니가 있는 건 아닐까....?
평온한 일상이 계속되고....
누가봐도 행복한 것 같은데도...
헛헛한 무엇인가가 내안에서 요구하곤 한다....
일탈을 꿈꾸게 한다..
또 다른 나를 찾게 한다....
그래서 휘~ 하고 떠나고 싶은가 보다...
새로운 곳에서 난 뭘보고 싶은것일까..?
뭘 느끼고 싶은 것일까...?
누굴 만나고 싶은 것일까......?
무엇이 아~ 좋다~하는 감탄사를 이끌어 내게 하겠는가..?
-독일의 뉘른베르그에서-
무엇보다...
나는 나에게 쉼을 주고 싶었나 보다...
늘 생각해야 하고....
마음써야 하고....
결심해야 하고....
노력해야 하고....
몸을 놀려야 하고...
안밖으로 늘 뭔가를 해야 하는 나에게...
올~ 스톱~ !! 하고 큰 소리로 명령한 후....
나는 나를 쉬게 하고 싶다...
-뉘른베르그-
그래서인지 많은 정보도 없고....
여행지식도 없다...
건축양식도 싫고....
유명한 것도 싫고...
어디가서 뭐를 봐야한다고 결심하는 것도 싫다...
마음에 와 닿는것...
발길이 닿는 곳....
눈에 들어 오는것....
그렇게 나를 찾아 오는 것들에게 마음을 열고 맘껏 호흡해 주리라....
하지만 아줌마의 일탈엔 한계가 있기 마련인가 보다....
결국 거리를 헤매며 이러저리 마음 뺏기는 곳이라니.....ㅜ.ㅜ
-뉘른베르그 시내에서-
아줌마~!! 아줌마스럽게 이러면 안되는데....ㅠ.ㅠ...
여기가 제일 부러웠다....쌍둥이 칼 갈기 위해 줄 서있고...
열심히 하루종일 칼 갈아 주는 이 아저씨가 우리동네도 있었으면....
집에 무뎌 있는 쌍둥이 칼이 뇌리를 꽈~악...^^
아줌마스러운 일탈로 마무리 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