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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아줌마의 귀여운(?) 일탈...독일(2)

| 조회수 : 4,874 | 추천수 : 44
작성일 : 2005-07-25 17:33:34
스물 일곱의 한창 나이에.....
난 서른 한살의 노총각을 구해주었다...
사실이다..흠~흠...^^

그 때 우리는 이미 불 같은 열정적인 사랑을 하기에는
그렇게 순진하지도 않았고...
또 적당히 사랑의 경험도 있던 터라....^^

몸살을 앓게 하던 183의 늘씬한 키..
마른 몸에 긴~ 다리...
갸름한 하얀 얼굴의 싸나이는 나와 인연이 아닌 줄 깨달았으므로...

10년동안의 짝사랑으로 피멍(?)든 남편을...
구해주기로 착한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도 마음은 딴 데 다 주고...
몸만 왔다고 서로 흘겨보곤 한다...
다행히...내가 좋아 하는 것보다...
나를 더 좋아 해주는 것 같은 눈치니까...
앞으로 살면서 마음 고생은 안하것다~ 생각했고...
딸이 혹 신데렐라라도 될까나 하고 꿈꾸는....
친정엄니의 바램을 꿈이라고 깨워 드리고...
나는 살던 대로 살라네요~....하면서
소박한 삶을 선택했었다...

결혼해서 임신하고, 아이 낳고...또 낳고....
젖 먹이고...똥기저귀 빨고...
하나 걸리고,하나 업고....ㅜ.ㅜ
이렇게 내 인생은 가는 거구나...
회의가 들 무렵....

엄청난 위기가 내게 다가 왔다...

이웃에 살던 친구가 슥~ 건네 준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단숨에 읽고.....
난 격정에 휩싸인 채...끙끙 앓기 시작했다.....
밥도 먹기 싫고...
아이들도 귀찮고...
남편도 걸그치고....
이 구질한 일상이, 이 초라한 현실이.....
목을 죄 듯 조여와....
난 숨을 턱 놓을 것 같은 고통에 비쩍 비쩍 말라갔다....


남편은 무슨일이냐고...
이야기를 하라고 날마다 닥달을 하지만...
그냥 냅둬요...이러다 말겠지...말겠지..하면서 견디던 중...
남편에게 결국 들키고 말았다...

책을 냉장고 뒤에 숨겨 놓았음....
남편은 서너 장을 읽더니.....
이런 책을 읽고 헤롱거리다니....
울 남편은 지나치게 도덕적이며 믿음이 특별한 사람임-

정신차려 이사람아.....이건 다 거짓말이야.....불륜이잖아 이건 거짓말...!!!


      -독일 뉘른베르그에서-


      -체코의 어느지방에서-

그래서 나는 지붕이 있는 다리만 보면...
나는 다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라고 부른다....^^
혹 저기에도 메모지가 꽂혀 있는 건 아닐까..?
사랑에 몸살을 앓는 사람들의 향기가 묻어 나는 건 아닐까..?

말은 그렇게 해도 울 남편은 그때 나를 이해해 주었다....
그래서 매주에 하루는 아이들을 대신 봐주고....
혼자의 시간을 어떻게든 가질 수 있게 배려해 주었다......



그 폭풍이 지나고 나서는 나도 꽤 철이 들었던지....
아이들을 떼어 놓고 어딜가면
이제 내 맘이 안 편해서 혼자의 시간을 포기하곤 했다....

사람에게 혹 바람주머니가 있는 건 아닐까....?

평온한 일상이 계속되고....
누가봐도 행복한 것 같은데도...
헛헛한 무엇인가가 내안에서 요구하곤 한다....

일탈을 꿈꾸게 한다..

또 다른 나를 찾게 한다....
그래서 휘~ 하고 떠나고 싶은가 보다...

새로운 곳에서 난 뭘보고 싶은것일까..?
뭘 느끼고 싶은 것일까...?
누굴 만나고 싶은 것일까......?

무엇이 아~ 좋다~하는 감탄사를 이끌어 내게 하겠는가..?




       -독일의 뉘른베르그에서-

무엇보다...
나는 나에게 쉼을 주고 싶었나 보다...
늘 생각해야 하고....
마음써야 하고....
결심해야 하고....
노력해야 하고....
몸을 놀려야 하고...
안밖으로 늘 뭔가를 해야 하는 나에게...
올~ 스톱~ !! 하고 큰 소리로 명령한 후....

나는 나를 쉬게 하고 싶다...


         -뉘른베르그-
그래서인지  많은 정보도 없고....
여행지식도 없다...
건축양식도 싫고....
유명한 것도 싫고...
어디가서 뭐를 봐야한다고 결심하는 것도 싫다...

마음에 와 닿는것...
발길이 닿는 곳....
눈에 들어 오는것....
그렇게 나를 찾아 오는 것들에게 마음을 열고 맘껏 호흡해 주리라....

하지만 아줌마의 일탈엔 한계가 있기 마련인가 보다....






결국 거리를 헤매며 이러저리 마음 뺏기는 곳이라니.....ㅜ.ㅜ



         -뉘른베르그 시내에서-

아줌마~!! 아줌마스럽게  이러면 안되는데....ㅠ.ㅠ...

여기가 제일 부러웠다....쌍둥이 칼 갈기 위해 줄 서있고...

열심히 하루종일 칼 갈아 주는 이 아저씨가 우리동네도 있었으면....

집에 무뎌 있는 쌍둥이 칼이 뇌리를 꽈~악...^^ 

아줌마스러운 일탈로 마무리 되다니...^^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hippo
    '05.7.25 7:13 PM

    정말 귀여운 일탈입니다.
    부럽기도 하구요.
    저도 지난 겨울 결혼생활 16년만에 처음으로 식구들 다 떼어 놓고 혼자만의 유럽 여행을 다녀 왔답니다.
    처음 계획을 세울때만 해도 과연 갈 수 있을 까...였는데 막상 비행기표 사놓고 나니 덜컥 겁도 나더라구요.
    그래도 떠났습니다. 두눈 질끈 감고...
    살다가 한번쯤은 이정도의 일탈 애교로 봐주는 남편과 사는 것도 복이거니 하며 저도 살고 있답니다.

  • 2. 두아이맘
    '05.7.25 7:53 PM

    바쁘실텐데 틈틈히 글 올려놓으시고 거기에 사진까지...
    님의 사진은 볼때마다 먹고 싶고... 가고싶고 ...마음을 흔들리게 만들고...
    잉잉잉...
    쌍둥이칼 파는데 저도 줄서서 기다리고 싶어요

  • 3. 칼라
    '05.7.25 9:04 PM

    *^^* 소설가가되셔도 되겠어요,
    살다가보면 한 사나흘쯤 혼자이고싶을때가 문득문득있답니다.
    낮잠속에서 낮선남자와 데이트하는꿈을 꾸고도 마음설레는게 아줌마지요,

  • 4. 프림커피
    '05.7.25 9:27 PM

    점점 님의 글에 빠져드는군요,,,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 5. 소박한 밥상
    '05.7.25 10:53 PM

    (즐거운 내용은 아니지만)그렇다고 슬픈 내용도 아닌데
    뚫린 가슴에 바람이 휑하니 지나가면서 눈이 촉촉해집니다
    표현력 50점 진실된 솔직함 20점 공감대 형성 30점....total 100점 드립니다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잠시 옛 생각
    주위에 카드나 연하장 한장... 일년에 한두번 건네는 게 조금 무성의하게 생각되어
    화제작이거나 무난히 접할 수 있는 얇은 책을 주위 지인들에게 선물했던 적이 있었네요
    피천득님의 "인연"이라든지...
    한 해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돌렸더니
    답장을 20장 정도 보낸 남성이 있더이다
    킨제이 성보고서에 의하면 어쩌고 저쩌고...
    그때부터는 내용 선정에 신중해지고 이젠 그 짓도 시들해졌지만 그런 해프닝이 있었네요

    어디 한번 기고하셔도 좋을 듯....

  • 6. 후레쉬민트
    '05.7.26 12:34 AM

    결혼 생활 몇년이 지나면 가볍게라도 이런 시기가 오나봐요..
    다행히 이해해주시는 남편분이 계셔서 이런 귀여운 일탈도 가능하시군요..
    전 메디슨 ~~ 안 읽었는데 한번 읽어봐야 겠어요..
    뻔한 얘기다 싶어 관심 없었는데..저도 나이를 먹는지 ...............

  • 7. 내맘대로 뚝딱~
    '05.7.26 1:25 AM

    정성스런 리플들 감사합니다...
    일탈이 가능해 여행을 떠날 수 있을 땐 잠시 여행으로...
    그렇지 못할 땐 82에 마음을 쏟는것이 나름대로의 일탈이랍니다..^^

    가끔, 지나간 시간들 돌아보며...
    님들과 함께 공감하고...
    리플들에 감동하고...
    그러면서 바쁜 여름을 그냥 저냥 보내고 있습니다..^^

  • 8. 윤아맘
    '05.7.26 1:15 PM

    나는 나를 쉬게 한다는 말 .... 공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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