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 학교 가야 하는 딸을 깨우고 샤워하러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후에
이작 펄만과 다니엘 바렌보임 둘이서 연주하는 모짜르트의 소나타를 듣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사이에 잠이 들었는지 엄마 나 학교 간다 하는 소리에 잠이 깼지요.
그래,잘 가고 시험 차분하게 보거라 말을 하곤 다시 잠이 들었던 모양입니다.
그 순간의 잠이 얼마나 맛이 있었던지 몸이 다 개운한 느낌이 들어서
처음부터 다시 듣기 시작한 음악
두 악기가 서로 대등하게 주고 받는 소리가
화요일 ,수요일 내내 들었던 협주곡과는 다른 맛을 냅니다.
화요일에 사들고 온 책들이 다 읽고 싶은 주제를 고른 것이라 이것 저것 동시에 한 꼭지씩 읽고 있는 중인데
새벽에 옛 공부의 즐거움을 읽다가 음악이 귀에 밟혀서 손에서 책을 놓아버렸지요.
그렇게 시작한 소나타 듣기를 아직까지 하고 있으니
(반복해서 듣느라 ) 오늘은 참 특별한 날이 될 조짐이 보이는군요.
처음 듣는 음악이 아니라 물론 여러 해 전에 구해서 듣고 또 들었던 음반인데
비로소 오늘에야 이 음악이 제 몸속으로 흘러들어와 넘치는 기분이 드는 것은 왜 그럴까요?
(sonatas for piano and violin k.454& 481)
아침에 보는 김두량의 그림입니다.
이 곳에 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여럿 있던데요 그들에게 보내는 선물이기도 하지요.
털 하나 하나가 살아있는 기분이 드는 그림앞에서 한참을 서성대며 보고 있었습니다.
화요일에 사들고 온 책중에서 가장 먼저 읽은 것은 닭이 봉황이 되다였습니다.
닭이 봉황이 되다니?
제목이 재미있어서 집어 들었던 이 책은 최창조의 책 읽기란 부제가 붙었고
한 지리학자의 첫새벽 냉수 같은 글이란 조그만 설명이 옆에 있습니다.
내용인즉슨 최창조님이 스스로 남독에 가깝게 글을 읽었던 시절이 있었다고 고백하면서
남독이 꼭 나쁜 것은 아니더라,일기처럼 그 날 읽은 글중에서 마음에 남는 구절을 메모하고
거기에서 뻗어나가는 생각을 글로 쓴 것이라고 하더군요.
처음에는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쓴 것이 아닌데 책으로 펴게 되었다고요.
마지막에는 일기에 나오는 책의 목록이 나오는데 저는 그 목록을 보는 일이 자극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얼마나 서로 다른 글을 읽고 살아가는가를 보게 되기도 하고
세상에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것들에 대해 눈뜨게 되는 시간이 되기도 해서요.
가장 인상적인 것은 죽음과 장례에 대한 생각이었는데
그는 화장을 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나무밑에 묻히고 싶다고 했더군요.
화장까지는 생각을 해보았지만 그 다음에 대해선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던 제겐 아,이 방법이 있구나
그렇다면 나는 어떤 나무밑에 묻히고 싶나,대나무라면 사족을 못쓰고 좋아하는 제겐
우선 일순위가 대나무인데 대나무가 경기도 일원에서 잘 자라는 나무인가
공연히 생각이 멀리까지 번지는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풍수를 공부하는 그가 가장 공들여서 하는 이야기는 명당은 마음에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짤막짤막한 글이지만 형광펜으로 줄을 그으면서 읽은 글
자꾸 줄그은 부분을 찾아서 읽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는 책이었지요.
이탈리아,지중해의 바람과 햇살속을 거닐다
이렇게 긴 제목의 책은 권삼윤님의 최신 작입니다.
그는 여행 전문가라는 이색적인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인데요
여행을 통해서 느낀 바를 책으로 쓰면서 사는 일이 가능한 몇 안되는 사람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그의 여행기를 오래 읽어오면서 느낀 것은
그가 역사에 관심을 갖고 줄곧 세상의 여기저기를 떠돌면서
그와 더불어 점점 크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의 이탈리아 기행은 역사에서 삶으로
타인에 대한 이해에 마음을 활짝 여는 것으로 달라진 모습이 보여서 (그 전에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그 모습이 크게 부각되었다는 의미에서 ) 혹은 그런 모습을 잡으면서 보고 있는 제가
대견해서 즐겁게 읽었습니다.
다음 번에는 꿈꾸는 여유 그리스를 구해서 읽어보아야지 속으로 꼽고 있습니다.
수요일의 글읽기가 플루타르크의 greek lives이니
다시 그리스를 마음에 품고 한참을 살게 되었으니까요.
어느 독서광의 생산적 책읽기 50은 안상헌이란 저자가 50가지 항목으로 책읽기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각 장에 나의 독서노트라고 하여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해서 소개한 다음
간단히 자신의 느낌에 대해서 이야기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저자는 신영복님의 감옥에서의 사색을 여섯 번 이상 읽으면서
감동받았던 이야기, 마음이 혼란스러웠던 젊은 시절에 정호승님의 시를 외우면서
크게 도움을 받은 이야기,이철수님의 판화는 그 자체가 텍스트보다 더 좋은 텍스트라는 이야기
동화에서 만나는 감동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군요.
저자가 하는 일이 기업에서의 컨설팅과 강연이란 점을 생각하면 그것이 왜 귀하게 여겨졌는지
이해가 되지요?
제가 읽은 책의 목록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것도 재미있었고
한 번도 잘 생각해보지 않았던 지적에 대해서는 마음을 열고 메모를 하면서 읽기도 한 책인데요
지금 반절쯤 읽고 호흡을 고르고 있는 중입니다.
나머지 두 권중에서 한 권은 사마천,애덤 스미스의 뺨을 치다라는 기발한 제목의 책인데요
한겨레 21에 디지털 사기 열전이란 제목으로 연재된 글들을 모은 책입니다.
저는 이 글에 대해서 아는 분으로부터 소개를 받고 딱 한 꼭지의 글을 읽었던 상태인데
책방에서 책을 뒤적이다가 바로 마음이 통해서 샀지요.
다른 하나는 옛 공부의 즐거움이란 제목의 책인데요
이 책은 이야기 하나만 읽고도 벌써 마음이 즐거워지는 책이었습니다.
한 번에 다 읽을 책이 아니고 한 번에 한 꼭지씩 정성들여서 읽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될 책이란 예감이 들었습니다.
그 이야기 하나에 얽혀 있는 많은 이야기들을 찾아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아도 좋을 그런
향기가 멀리까지 가는 책을 만났다는 반가움을 느낀 책이라면
이 책에 대한 충분하 소개가 될까요?
소설가 이윤기님은 우연히 알게 된 이 책의 저자가 운영하는 불로그에 들어가서
글을 찾아 읽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고 소개글에 적고 있더군요.
처음에는 정말 그럴까 싶었는데 글이 갖고 있는 향기에 비추어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화요일에 만난 책 이야기를 쓰다 보니
이제는 그만 이야기하고 나갈 시간이 되었네요.
줌인줌아웃
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소나타의 아름다움에 귀를 흠뻑 적시다
intotheself |
조회수 : 1,280 |
추천수 : 13
작성일 : 2005-07-07 09:5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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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유채꽃
'05.7.7 12:07 PM휴... 전 줌인만 들어오면 부지런한 분들땜에 기가 팍 죽고 반성을 한답니다.
아니 언제 이렇게 사진에 글까지 그것도 긴작문을 ....
이걸 준비하시느라 얼마나 애쓰셨을까.....
참 부지런하시구나.
대체 시간은 얼마나 걸렸을까....
전 어림도 없어요.
일단 사진올릴줄 모르고 글은 그 유명한 독수리 타법.
정말 고맙습니다.
책 일고 싶어요.
남편보고 사오라고 해야겠어요.2. Harmony
'05.7.8 1:13 AM대단한 독서가이세요.
언제 그많은 책을 읽으시는지..잠은 언제 주무시는지 걱정됩니다.
덕분에 좋은 그림 잘 보고
글도 잘 읽었습니다. 또 비가 오려는지 꿉꿉하네요. 건강하세요.^^3. hippo
'05.7.8 9:05 AM님이 추천해 주신 탐미의 시대 드디어 제 손에 들어 왔습니다.
사실은 책을 그동안 많이 샀는데 일부러 미뤄 왔던 책이기도 합니다.
겁이 났달까요?
그런데 이제 방학 도 다가오고 다니던 대학원도 종강을 하고 해서 맘 놓고 읽을 시간이 생겼기에 드뎌 주문을 해서 제 손에 들어 왔습니다.
그동안 도서관에서 이런 비슷한류의 책을 봐서인지 눈에 익은 작품들이 있네요.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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