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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권의 책-나를 사로잡은 그림들(노니님께)

| 조회수 : 1,445 | 추천수 : 29
작성일 : 2005-04-08 01:05:28

오늘 오랫만에 일전에 올렸던 그림들을 다시 보다가

리플을 단 노니님의 글을 읽었습니다.

인성,적성검사에 관해 물으셨지요?

저는 동생을 통해서 무료로 하는 검사를 소개받아서 인터넷에서 했는데

원래 그 검사가 무료가 아니라 동생이 자신의 인맥을 동원해서 무료로 받을 수 있게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의외로  아이의 지금 상태와 적성에 대해서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자세하게 분석을 해놓아서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이가 고등학생이라면 아마 학교에서도 검사를 했을 것으로 생각이 되는데요

만약 그런 경우가 없었다면 우리가 흔히 문,이과 적성으로 나누는 것보다

좀 더 세분해서 아이를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하니

수소문해서 알아보시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이왕 글을 쓰기 시작하고  나니

역시 그냥 잠자기가 아쉬워서  그림에 관한 책 소개 한 편과

고흐의 그림을 조금 보고 자야 할 모양입니다.



(이 글도 오래 전에 쓴 것이지만 지금도 내용은 유효해서  소개글로 올려놓습니다.)




오늘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책의 제목이 정확히 말하면 웬디 수녀의 나를 사로 잡은 그림들(예담출판사)입니다.
지난 번에 책 소개를 하면서 다음 한 주 일본사에 대해 더 이야기하겠다고 끝에 썼지만 서점에서 한꺼번에 구한 여러 권의 책이 저를 마구 유혹하여 손이 다른 곳으로 갔지요.
한 권은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이고 다른 한 권은 시오노 나나미의 르네상스를 만든 사람들, 또 다른 책으로는 운명의 딸을 쓴 저자의 파울라라는 책입니다. 그리고 아직 읽지 못하고 쌓아둔 유혹하는 모나리자라는 미술에 관한 책과 공자의 열정, 두 시간 만에 읽는 논어가 저를 기다리고 있고 산 책 중에서 본 일본에 관한 시공 디스커버리의 글도 좋았습니다.
사실 눈이 피로하여 가능하면 글을 덜 읽어야 하는데 그런 제약이 있어서 일까요? 오히려 글이 더 꿀맛처럼 느껴지니 이것이 인간의 모순인지도 모릅니다. 금기나 제약이 가해지면 오히려 더 끌리는 그런 것 말이지요.

이번에 웬디수녀가 간 곳은 영국에 있는 여섯 곳의 박물관입니다. 일반인들에게는 거의 생소한 곳에 주로 다녔고 실제로 사람들에게는 낯선 그림들을 많이 소개한 것도 좋았습니다.
몇 년 사이에 상당한 그림을 보았다고 생각했던 제게도 낯선 그림들이 참 많아서 특히 좋았던 글 읽기였다고 할 수 있지요.

오늘은 국립극장에서 하는 태양극단의 제방의 북소리를 보러 가기 전에 간송미술관에 들렸습니다. 시간적으로 가능하여 욕심을 부렸던 셈인데 그 곳에 가서도 전혀 예상치 못한 그림들을 보았습니다. 심 사정의 초충도, 이 인문의 그림들, 윤 두서의 도판으로만 보던 그림들, 그리고 김 수철의 그림이 제 눈에 좋아 보이더군요. 의외의 장소에서 만나는 의외의 그림들이 마음에 오래 남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그림을 자주 보러 다니면서 느낍니다.
전문가의 설명이 없는 그림, 전에 설명을 들어 본 적이 없는 그림, 그런 그림 앞에서 솔직하게 자신의 느낌에 충실하게 그림을 보는 일이 참 소중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 것, 그것이 오랜 동안 그림보는 일을 즐겨 하면서 느끼게 되는 행복이 아닐까요?

지금 막 제방의 북소리를 보고 아직 느낌이 생생하게 남은 상태라 이야기가 딴 곳으로 흘렀습니다.
다시 웬디 수녀의 이야기로 가보면 이번에 수녀님이 간 박물관이 리버풀, 케임브리지, 옥스퍼드, 솔즈베리, 버밍엄, 그리고 에딘버러입니다. 이 지명들이 낯설다는 의미가 아니라 우리가 영국하면 주로 대영박물관과 런던에 있는 미술관을 주로 가는 것이 고작인데 비해 수녀님은 그런 유명한 곳의 소장품을 피해 정말 보고 싶은 그림들을 보고 그 느낌을 진솔하게 전해 주었다는 점에서 도움이 더 된다는 의미였습니다.

리버풀에서 본 그림 중에서 제게 가장 인상적인 그림은 구에르치노가 그린 감옥에 갇힌 성 요한을 방문한 살로메라는 그림이었습니다.
살로메가 왜 요한의 목을 요구했을까 궁금해 한 적이 있었는데 살로메가 요한을 사랑했으나 그녀의 욕망에 전혀 반응하지 않는 요한에 대한 미움으로 목을 요구했다고 하는군요.
오히려 옥에 갇힌 요한보다 창살너머로 목을 내밀고 있는 살로메가 스스로 부여한 욕망의 감옥에서 괴로와 하는 모습에 눈길이 갑니다. 인생에 대한 하나의 비유로 볼 수도 있고 그림으로 보면 빛의 처리가 눈에 띄는 것을 느꼈습니다.

케임브리지에서 본 그림 중에는 르노아르의 바람이란 그림이 참 인상적이더군요. 인상주의란 바로 이런 것이로구나 하는 느낌을 잘 살린 그림인데 수녀님도 자신이 개인적으로 르노아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 그림을 보고 주저앉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 소개한 그림 중에서 가장 원화를 직접 보았으면 하는 바램이 생긴 것도 바로 이 그림입니다.
이 그림이외에도 케임브리지에서 보았다고 소개된 세잔의 두 그림과 티치아노의 타르퀴니우스와 루크레티아도 잊혀지기 어려운 그림이네요.

옥스퍼드에서 소개한 그림 중에서는 클로드 로랭의 실비아의 사슴을 쏘는 아스카니우스란 그림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전에도 본 그림인데 그 때는 무심코 넘어간 그림이었는데 이번에는 이상하게 마음 속에 남는군요. 아마 제게 온 마음 속의 어떤 변화가 그림에 반응하도록 한 점이 있을 것이고 다른 하나는 수녀님의 그림에 관한 해설에서 깊이 공감하는 점이 있어서 인지도 모릅니다.

저는 그림에 있어서는 고전적인 절제가 강한 그림보다는 이상하게 휘몰아치는 격정이 느껴지는 그림에 더 끌리는 제 자신의 성향에 주목한 적이 있습니다. 일상을 거의 기계처럼 정확하고 부지런하게 살다보니 사실은 밖으로 튀어나오지 못한 에너지가 그림에서나마 그런 격정에 반응하는 것이 아닌가 혼자 생각한 적도 있지요.
그러나 이번 그림을 보면서 고전주의 화가들의 단정함이나 단호함 속에 내재한 비극성에 대해 눈뜨게 되는 기분이 들더군요.

솔즈베리 근교의 윌턴 하우스에서 소개된 그림 중에서 단연 눈길을 끈 것은 예술가의 어머니라는 그림이었습니다. 무심코 렘브란트인가 하고 생각했었는데 얀 리벤스라고 렘브란트의 친구가 그린 그림이라고 합니다. 수녀님도 많은 사람들이 이 그림을 렘브란트의 그림이라고 생각하는데 렘브란트라는 꼬리표를 염두에 두고 보면 화가의 명성에 눌려 그림을 제대로 못 보는 점에 대해 지적하고 있군요. 그러면서 솔직하게 그림을 보는 일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참 공감이 갔습니다.
예술가의 어머니에서 주인공인 할머니가 조글조글한 주름이 잡힌 얼굴에 돋보기를 쓰고 커다란 책을 읽고 있는 장면이 참 인상적이네요. 무슨 글인지는 모르지만 몰입해있는 할머니가 참 아름답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다른 한 작품은 데모크리토스를 그린 초상화인데 누더기를 걸친 철학자가 손에 책을 들고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시선이 아주 강렬한 그림입니다. 세상에 대해 전혀 개의치 않고 자신의 잣대로 세상을 바라보는 인간의 직선적인 눈빛이 그렇지 못한 사람을 주눅들게 할 수도 있는 그런 그림이지만 어떻게 사는 것이 제대로 사는 것일까 고민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작품이라고 느꼈습니다. 어둠 속의 배경에서 빛으로 떠오른 얼굴과 책도 인상적이네요.

버밍엄에서 소개한 그림 중에서는 루벤스의 플랑드르 풍경이 있습니다. 제가 본 루벤스의 그림 중에선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그림인데 이 그림도 직접 보고 싶은 그림에 꼽히는 그런 그림이네요. 색의 아름다움에 끌리게 만드는 그런 요소가 있다고 할까요?
살아 생전 너무 많은 것을 누린 화가라는 점에서 이상하게 그림에 몰입하기 어려운 화가라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이번 그림을 보면서 그런 느낌을 벗을 수 있었던 것도 한가지 수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에딘버러의 그림 중에서는 엘그레코의 우화가 가장 강렬한 느낌이었습니다. 이제까지 제가 본 엘그레코의 작품이 많지 않아서 한 가지 인상으로 박힌 화가였는데 이번 그림에서 그가 색의 강렬함을 통해서 인생을 말하는 화가라는 인상을 받았고 다른 그림도 볼 수 있으면 하는 마음이 들더군요.

순식간에 읽고 다시 뒤적이게 됩니다. 무엇보다도 수녀님이 그림을 해설하면서 보여주는 날카로움과 인간성에 대한 이해에 놀라게 됩니다. 심리학을 전공한 사람같은 느낌, 혹은 인간의 양면성에 대한 깊은 이해에 도달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발언을 한다는 기분이 들게 하는 글에 줄을 치면서 읽기도 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책소개라고 하면서도 제 마음을 움직인 그림에 대해 주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수녀님의 마음을 사로 잡은 그림들이란 제목에 맞추어 그 그림 중에서 저를 움직인 그런 그림들을 소개하는 글을 쓴 셈이네요. 이 책을 읽고 누군가가 내 마음을 사로잡은 그림들이란 제목으로 그림을 소개하는 글을 읽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지금 보고 있는 그림은 고흐입니다.

그런데 늦은 밤 집에 오니 아침에 먹을 밥이 달랑달랑하네요.

고민하다가  쌀을 씻어서 취사를 눌러 놓으니


구수하게 밥익는 냄새가  배고픈 위를 자극합니다.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앉아 있는 일이 고역이로군요.











같은 포플러라고 해도 고흐와 모네의 포를러는 얼마나 다른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림을 보게 됩니다.






















hippo님

제 아이디가  님에겐 효형출판사와 같은 의미라고 쓴 구절을 읽었습니다.

아, 뭐라고 말할 수 없는 기분이더군요.

사람이 얼마나 칭찬에 감동받기 쉬운가

그런데 나는 주변사람들에게 특히 우리 아이들에게

그런 마음에서 우러나는 칭찬을 하고 사는가

마음이 찔리는 기분이기도 했고

앞으로는  좀 더 마음을 담아서 글도 쓰고

마음을 담아서 상대방을 받아들이는 노력을 해야 하겠다

크게 깨달은 날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고흐의 그림에서 보는 꽃들을 선물로 보냅니다.

생화는 아니지만  즐거운 시간이 되길...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그린
    '05.4.8 2:24 AM

    와~~ 고흐의 꽃그림이 너무 멋집니다.
    잠이 확 달아나는 듯...^^

  • 2. jin
    '05.4.8 10:30 AM

    그린색 화분이 더욱 예쁜 그림입니다.

    고흐 꽃그림 선물 감사히 받습니다.

  • 3. hippo
    '05.4.8 2:01 PM

    오늘은 제가 좋아하는 리코더 공부를 하러 가는 날입니다.
    뿌연 황사가 오후엔 많이 가라 앉아 창문으로 아침보다는 맑은 하늘이 보이네요.
    님의 글을 찾아 읽고, 플라타나스 그림도 좀 오래 들여다 보고 흐믓한 마음으로 출발합니다.

  • 4. hippo
    '05.4.8 2:03 PM

    아!! 그리고 아이들 적성검사나 성격 검사는 자기가 살고 있는 시의 청소년 상담소에 가면 하실 수 있습니다. 약간의 검사료를 내면 되더군요. 다양한 검사와 상담을 할 수 있습니다.
    미리 전화로 예약하셔야 합니다.

  • 5. 노니
    '05.4.9 12:14 AM

    답글감사드리고요, hippo님도감사...

    그림이요 정말 잘 보고있어요. 행복하고 즐겁게...

    고호 (전고호가 고흐보다편하던데 틀린지?)는 생전에 그림을 한점도 못팔았다고 들었는데, 그가 생의 마지막을 보낸 하숙집과 그의 동생이 함께묻힌 무덤을 갔었을때 나도모르게 눈 물이나 서 주체할수없었던 기억이 나네요. 시대를 앞서간다는 것이무엇인지.. 지금이시대에도 앞서가시는 분들이 있겠지요.
    우리같으 범인들은 그들을 전혀 알아볼수도 없고요.
    고호하면 상대적으로 피카소가 떠오르네요. 그분은 생존시 그의천재성을 인정받고 마음껏 작품 활동 을하셨으니..

    고호는 우리한국 사람들의 강인함과 인내와 끓어오르는 열정 과 잘맞지않나 개인적으로 생각해봐요.

    다른이야기요.. 궁금한점이요...
    1.저는 매일 무얼 해먹을까? 하던차에 요리사이트 를 검색하던중 네이버에 82cook이 1위로되있길래 알게 되었는데 선생님께서는 어찌 이사이트를 알게 되셨는지궁금..요리는 무얼 잘하시는지..
    2.저도 반나절정도 직장에가고 아이들을 돌보고 하다보면 저녁에 책을읽기가 쉽지않던데 그많은 독서를 하시고 늦게 주무시면 피곤하진안으신지? 제가보기에는 초인으로 보이십니다.

    그냥 그냥궁금해서시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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