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줌인줌아웃

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페루 여행의 기록 4

| 조회수 : 1,210 | 추천수 : 23
작성일 : 2005-03-19 11:06:10
페루여행의 기록 네 번째 입니다.
===================================================================================
2004. 12. 26일 성스러운 계곡 투어를 하며..

시장을 한 바퀴 돌고나니 어느새 집합시간이 되어 버스로 돌아갔다.
일행이 모두 모이자 버스는 Pisac 유적을 향해 출발.
삐삭 마을에서 차를 타고 더 올라가서 40분 가량 산을 올라야 갈 수 있는 곳인데, 대부분 관광 투어는 삐삭까지 와서 시장만 보고 간다. 그러니까 투어 상품을 선택할 때 꼭 유적이 포함되어 있는 것을 고를 것.

유적은 마을 뒤의 산 위에 있는데, 주차장까지 올라가는 도로는 좁은 2차선인데다가 거의 모든 커브가 U자형의 헤어핀이었다. 거기에 경사까지 있으니, 내 실력으론 절대 운전하기 싫은 길이다.

주차장에서 내리자마자, 물이며 비닐로 된 비옷, 군것질 거리를 파는 장사치들이 우르르 몰려든다. 우기인 탓에 날씨가 스산한게 비라도 금방 내릴 것 같아, 비옷을 하나쯤 살까 했지만, 외국인 관광객이라고 노골적으로 바가지를 씌우는 통에 오기가 나서 그냥 버티기로 마음 먹었다.

주차장부터 유적까지는 좁은 길과 계단을 따라 약 30여분을 걸어 올라가야 한다.


주차장에서 찍은 사진. 잉카의 전형적인 계단식 경작지가 보인다. 오른쪽으로 가늘게 보이는 하얀 선이 주차장에서 유적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유적까지 가는 길엔 꽤 계단도 많았다. 바로 앞에 보이는 건 그날 안내해준 가이드 아저씨. 우루밤바에서 나서 자란 토박이 분으로, 고향에 대한 애정을 품고, 자기 고향에 대한 걸 사람들에게 알리는 직업을 가진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시는 분이다. 설명도 무척 친절하고 자세하게 해주셔서, 다른 팀 사람들도 껴서 듣기도 했다.


마침 그날, 학교에서 단체로 견학을 온 아이들. 동양인은 무조건 일본이이라고 생각했는지, 어디서 주워들은 일본어로 말을 거는 아이들도 있었다. 하긴 옛날엔 우리나라 사람들도 서양인은 죄다 미국인일 줄 알았었지..
어쨌거나 그네들이 자신의 조상들에 대한 자부심을 배워갔길 바란다.


Pisac의 유적은 잉카 유적지들 중에서도 보존상태가 아주 좋고 건축물들의 수준이 높은 곳이라고 한다.. 잉카인들이 정글에 사는 안띠족들의 침입에 대비해 세워둔 요새 중의 하나.
스페인 군대가 이곳을 파괴하지 않았는지는 지금도 불명이라고 한다.


드디어 유적에 도착했다. 고도가 거의 3000미터 가까운 곳에서 등산을 하자니 금새 숨이 가빠진다. 나중에 진짜 본편은 잉카 트레일은 어찌 갈지 정말 걱정이다.


사진 중앙에 약간 돌출된 부분이, 인띠와따나 (태양을 잡아두는 기둥)
태양신전의 중심에 해당하는 곳으로 가운데 뾰족한 부분이 좀더 긴 기둥이어야 겠지만 몇 년전 한 페루인이 해머로 부쉈단다. 스페인도 파괴하지 않은 곳을 후손이 부수다니..ㅡㅡ;; 어딜가나 싸이코 하나씩은 꼭 있기 마련인가 보다.


산 중턱의 군데군데 난 구멍은 무덤의 흔적이다. 고대 이집트 인들처럼 잉카 역시 사자의 부활을 믿었기에 시신의 보존에 많은 신경을 썼다한다. 하지만 이미 무덤은 모두 도굴당해 텅 빈 상태라고....
산 여기저기에 난 구멍들이 을씨년스럽게 느껴진다.


유적에서 내려다본 Pisac 마을.


유적지의 배수시설. 이번에 유적지들을 보면서 느낀건데, 잉카인들은 건축물의 내구성에 있어서 물이 큰 적이라는 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유적들마다 배수시설에 신경을 쓴 흔적이 곳곳에 보였다.
그리고 또 하나, 페루가 환태평양 조산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옛부터 지진지 자주 있었다고 한다. 잉카의 벽들은 내부로 약간 기울어지면서 비스듬하게 쌓아지고, 창문과 문도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사다리꼴 형태인데, 이는 일종의 내진설계로, 잉카인들은 지진에 대해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다행히 걱정했던 비는 오질 않았다. 유적을 보고 나서 다시 주차장으로 오는데 멋지게 잉카의 전통 복장을 한 할아버지가 길을 올라오는 게 보인다. 몇몇이 카메라를 들이대자, 역시 돈을 요구하는 걸 보니, 애당초 광광객을 목적으로 그렇게 차려입은 것 같다. 에고..

Pisac을 출발해서, 중간에 부페식으로 점심을 먹었다. 점심값은 별도. 페루식이었는데, 어제 먹은 것만큼 맛있지는 않았지만, 그럭저럭 먹을만 했다. 약간 두통이 오길래 고산 증세가 나타나는가 싶어 코카차를 잔뜩 들이켰다.



점심을 먹은 후, 다시 출발해서 우루밤바 마을을 지나치는데, 마을 축제가 있는 듯해서, 차 안에서나마 사진을 찍었다. 저마다 가면을 쓰고, 한껏 가장을 했는데, 무슨 축제였을까..

다음에 도착한 곳은 오얀따이땀보(Ollantay Tambo) 유적

왕의 휴양지이기도 했고, 계획도시이기도 했던 곳.
스페인에게 쫓긴 잉카의 왕 망꼬 잉카가 여기로 도망쳐 와서 스페인 군과 싸워 작은 승리를 하기도 했던 곳이다. 뭐, 결국은 또 다른 곳으로 쫓겨가게 되지만...

유적의 전체적인 모습을 보면 야마를 본땄다고 하는데, 멀리서 봐야 알아볼 수 있다고..
계단식 경작지 사이로 난 계단을 따라 쭉 올라가는데, 무척 규칙적이고 정리가 잘 되어 있는 유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맞은 편 산에 보이는 유적은 식품 저장고인데, 자세히 보면 신의 형상이 식품 저장고를 지고 있는 형상이랜다.


역시나 빈틈없는 잉카표 건축퍼즐


유적 맞은 편의 또 다른 산인데, 태양신의 옆얼굴을 하고 있다. 잉카의 새해는 6월 21일에 시작되는데, 이 날에 바로 이 태양신의 이마에 해당하는 부분에서 해가 뜬다고 한다.


열심히 설명중인 가이드 아저씨. 뒤로 보이는 벽 자체가 거대한 바위를 다듬어서 만든 건데, 바퀴도 알지 못했던 잉카인들이 도대체 저 거대한 바윗덩어리를 어떻게 끌고 왔을지.. 엄청난 노동력이 필요했겠지..

오얀따이 땀보유적 밑 마을에는 쿠스코까지 이어지는 기차역도 있고해서, 꽤나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역시나 관광객들을 상대로 하는 시장도 빠지지 않는다.
마을 가게 옆에 공중전화에서, 아메리카 에어라인으로 전화를 해보니 내 배낭을 찾아서 쿠스코로 부쳤단다.
호스텔로 보냈냐고 물었더니, 쿠스코엔 자기네 사무실이 없어서 내가 공항으로 직접 찾으러 가야한다고.. 말이 틀리잖아! 라고 열 받았다가, 찾은 것만 해도 어디냐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래도 배낭의 행방을 확인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다음 목적지는 Chinchero라는 작은 마을. 식민지 시대의 교회가 있는 곳으로, 감자의 본고장이기도 하단다. 도착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역시 교회는 잉카 유적의 토대 위에 떡하니 올라가 있다.
교회 내부는 사진촬영금지인 바람에 사진은 찍지 못했다.


교회 앞에선 일요일마다 역시 장이 서는데, 가격은 다른 곳에 비해서 싼 편이었다. 한 바퀴 도는 와중에도 여기저기서 '시뇨리타!' 라고 부르며 호객하는 통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잠시 비가 내리는 바람에, 물건들을 젖지 않게 한다고 야단들이었다.


Chinchero에서 사 먹은 소고기 감자 꼬치. 닭꼬치 비슷한데, 빈자리에는 구운 감자가 끼워져 있었다. 너무 맛있어서 홀랑 빼 먹다 보니, 사진은 뒷전이 되버렸다^^;;
길거리 음식에 위생상태를 기대하지 말 것! 그 동안의 여행경험상, 먹고 죽지만 않으면 보약이다.

Chinchero를 출발해 다시 쿠스코에 도착하니 날이 저물어버렸다. 마침 여행사 가기 전에 내가 묵는 호스텔 앞을 지나치길래, 버스 기사에게 내려달라고 부탁했다.
숙소에 들어서니, 호스텔 직원이 반갑게 맞아준다.
마침 컴퓨터에 아무도 없길래, 인터넷에 접속해서 친구들에게 간단히 안부를 남기는데..
엥? 동남아에서 지진에 해일? 뭐, 사망자가 만 단위? 이건 또 무슨 날벼락인가?
나와 마찬가지로 크리스마스 휴가를 간 사람도 많았을 텐데, 희생자 수가 만만치 않을 듯 싶다. (나중 덧붙임.. 결국 내 예상보다도 훨씬 희생이 컸다.)
마무리에 좋지 않은 소식을 들으니, 좋았던 기분이 순식간에 가라앉는다. 같이 휴가를 보내고 있는데, 지구 반대편에선 아수라장이 되다니.. 사람 운명이란 언제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나 보다.
방으로 들어오니, 브론은 이미 자고 있고, 나도 샤워를 한 뒤 침대 위로 엎어졌다.

다음에 계속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JLO
    '05.3.19 8:24 PM

    자식셋에 제일 철없는 남푠까지 있어 해외여행은 꿈도못꾸는지라
    첫비행님 글을 읽으며 대리만족을 하고있네요.^^
    다음 이야기 기다릴게요.^^

  • 2. 첫비행
    '05.3.20 10:55 AM

    JLO님 기다려주신다니... 얼른 올려야겠네요^^;

  • 3. 김혜경
    '05.3.21 1:00 AM

    꼭 가보고 싶은 곳인데....흑흑...

  • 4. 수국
    '05.3.25 8:43 PM

    다음이야기 간절히 기다립니다. 너무 가고 싶은곳인데 저는 고소증이 유난히 심한편이라
    엄두도 못네고 있네요. 전 2천만 올라가도 지구가 돌고 있는것을 .... 네팔 티벳 고생 무지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첫비행님 자세히 올려주셔서 제가 다녀온것 같습니다.

  • 5. 여행
    '05.3.31 3:10 PM

    저도 잉카의 바위 퍼즐을 내눈으로 꼭!! 확인할꺼랍니다..언젠가는
    저는 페루에 페" 자만 보여도 흥분된답니다 가고싶어서..
    앙~~ 넘 가고싶다 ㅜㅜ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2227 항아리님, 곰순이님, jalom님은 특히 꼭 봐주세요~^^ 12 오늘이선물 2005.03.22 1,758 17
2226 아래 intotheself님의 swinging bach를 읽으면.. 13 엉클티티 2005.03.22 1,416 25
2225 어렵게 올린 사진.... 17 쌍둥엄마 2005.03.22 2,123 16
2224 swinging bach(글 수정-음악회 이후에) 2 intotheself 2005.03.22 1,434 9
2223 울현서 돌잔치 했어요 ^^ 18 현서맘 2005.03.22 1,781 9
2222 요즘 부쩍 커버린 아들 17 푸우 2005.03.21 2,100 13
2221 [에콰도르] 바닷가에서 말타기 13 여름나라 2005.03.21 1,959 63
2220 성산대교에서..... 6 엉클티티 2005.03.21 1,817 23
2219 저 올해 교회 유치부 부장되었습니다 12 김선곤 2005.03.21 1,560 15
2218 헤어지기 연습... 17 레아맘 2005.03.21 5,496 60
2217 winslow homer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5 intotheself 2005.03.21 1,398 13
2216 소와 더불어 사는 세상..밭갈이 모습 2 냉동 2005.03.20 1,052 38
2215 Kenny G의 실황음반을 듣는 아침에 3 intotheself 2005.03.20 1,126 13
2214 제 새끼 머루군과 동거녀의 새끼 탐탐군입니다.(스크롤 압박) 6 광년이 2005.03.19 1,902 10
2213 봄맞이 작품 완성~ 14 chatenay 2005.03.19 2,062 10
2212 양재동에 가서 사온 꽃화분입지요. 15 행복만땅 2005.03.19 2,899 22
2211 친정어머니,,,,,,,,,,,,,,,,,,,,,,,,,,,,,,.. 9 카카오 2005.03.19 2,259 13
2210 페루 여행의 기록 4 5 첫비행 2005.03.19 1,210 23
2209 봄이 오는 우리집 마당 4 은초롱 2005.03.19 1,807 14
2208 서세옥의 그림을 보는 토요일 아침 7 intotheself 2005.03.19 1,577 10
2207 밥은 굶어도 화장하는 우리집 여자들 5 김선곤 2005.03.19 3,159 27
2206 [관광] NY - Nolita (North of Little I.. 4 Joanne 2005.03.19 1,145 12
2205 가구 장만했어요. *^^* 16 mina2004 2005.03.18 4,349 59
2204 금요일 오전의 after school 9 intotheself 2005.03.18 2,174 8
2203 보리밥 6 냉동 2005.03.18 1,638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