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에서 시간여행님의 유럽여행기를 읽다가 엘리베이터 얘기가 있기에 갑자기 생각나서....
전에 써 두었으나 미발표(?)되었었던 글과 그림이 있어 찾아 올려봅니다.
예전에 회사생활 무지무지 하기 싫었을 때에
딴지일보에 기자 면접 보면서 제출했던 기사(?)인데 비록 기자의 꿈은 이루지 못했으나.... ^^
재미있을 것 같아...(역시 재미에 목숨거는...)
아..그런데 칼라풀한 글 올리니 왠지 기분 좋네요. ^^
이런저런에 올리고 싶었는데 html문서가 올라가지 않기에 줌인줌아웃에 데뷔해봅니다. ^^
Untitled Document
유럽여행, 엘리베이터 탑승 가이드
눈물 젖은 엘리베이터를 타 보지 않은 자는 유럽여행을 말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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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가자면 참 준비해야 할 것도 알아두어야 할 사전지식도 많다. 서점에 가서 넘쳐나는 여행안내책자 중 아무거나 하나 잡아 서두를
펼치면 대개는 여권 만들기, 항공권 끊기, 배낭 꾸리기, 기타 여행요령 등이 총망라 되어있음을 보았지 않은가.
그러나 본 기자가 오늘 예비 여행자들에게 주고자 하는 지침은 예약 없이 유럽에서 숙소 구하기도 아니고, 만원 밤 기차의 컴파트먼트에서
누워 가는 법도 아니고, 가짜 국제학생증으로 박물관 싸게 들어가기도 아니고,...... '엘리베이터 실수 없이 타기'다.
'엘리베이터 타기'?
그렇다. 비행기도 기차도 버스도 인력거도 아니고 엘리베이터 타기.
이 시점에서 '푸하하'하고 비웃는 독자덜 분명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아마 이렇게 말할 것이다. '까짓 엘리베이터 타는 데 무신
가이드?'라고. 허허~ 유럽 건물의 엘리베이터를 섣불리 우습게 보지 마시라!
먼저 본 기자가 유럽 중에서도 독일의 뮌헨에 감격스럽게 첫발을 내딛고 무사히 유스호스텔을 찾아가자마자 유럽 땅은 결코 만만하지 않은
곳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했던 첫 번째 엘리베이터 사건을 함 보자. 상황 설명은 현장감 재현을 위해 당시 본 기자가 썼던
여행기에서 옮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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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값을 치르고 Receptionist가 버튼을 눌러주어야 열리는 1층 현관문을 들어서니 거기엔 우리 셋이 배낭을 하나씩
지고 들어서면 가득 차는 허름하고 작은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문이 이중으로 되어있어서 안에서 덧문을 수동으로 닫았더니
자동문도 닫히고 엘리베이터가 움직여 우리가 내릴 3층에 섰다.
자동문이 열리기에 덧문을 손으로 열려는데, 아니 이 문이 꿈쩍도 안 하는 것이었다. 분명히 옆으로 열게끔 손잡는 홈이
파여 있는데 셋이서 달려들어 힘을 써도 조금도 안 움직였다. 우린 너무 황당하고 기가 막혀서 어쩔 줄 모르고 엘리베이터
안에 갇힌 채로 다시 1층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이번엔 우리 손으로 좀 전에 닫고 들어온 1층의 덧문마저도 안 열리는 거다.
'아이쿠, 무슨 문 여는 특별한 방법이라도 있나? 이래가지고 어디 처음 와 보는 사람은 겁나서 엘리베이터 한번 타겠나?'
비상벨 같은 게 있어 그것도 눌러 보고 어디 또 다른 스위치가 있는데 못 본 건 아닌가 해서 온 벽을 더듬고... 그러면서
1층과 3층 사이를 또다시 몇 번 오르락내리락했는지 모르겠다.
다시 엘리베이터가 일층으로 내려왔을 때 덧문의 창을 통해 밖의 사람이 보였다. 우린 손짓으로 꺼내달라는 시늉을 했다.
세 명의 질린 얼굴들이 아마 볼만했을 것이다. 한 남자가 다가오는 걸 보며 속으론 '저 사람은 도대체 어떻게 이 문을
열어줄까...?' 그 와중에도 궁금해하고 있는데......
으으윽..... 그 사람은 덧문을 한 손으로 가볍게 당겨 열더니 무슨 일이냐고 어깨를 으쓱 하는 거다! 아이고 세상에.....
여닫이문을 옆으로 밀어 여는 줄 알고 있는 힘 없는 힘 다 썼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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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자 지금도 그때 기억이 생생하다. 그 독일인 앞에선 차마 문 못 열어서 그랬다고는 못하고 우린 결국 도망치다시피
계단으로 위층에 올라가 눈물 콧물 흘리며 깔깔댔다는 전설이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온다.
독일에서의 엘리베이터 사건으로 유럽의 엘리베이터 타기에 대한 경각심은 충분히 얻었으나 그것으로 모든 엘리베이터 탑승법을 마스터했을
것이라고 넘겨짚은 본 기자와 일행의 자만심은 제 2의 엘리베이터 사건을 초래했다.
이번엔 이탈리아 로마에서 역시 숙소를 찾아갈 때에 있었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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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찾은 그 곳은 역에서 얼마 멀지 않았다. 한국인에게
특히 친절한 이탈리아 아저씨가 주인이라는 펜션(여관 정도 되는 숙소)으로 호텔 등 각종 숙박업소들이 많이 있는 길가에
위치하고 있었다.
작은 간판을 발견하고 현관을 들어서니 영화에서만 보던 철창으로 된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유럽 영화를 보면서 화면에 이렇게 생긴 엘리베이터가 나오면 저런 게 과연 요즈음에도 쓰이는 걸까 하고 늘 궁금해하고
신기해했었는데..... 우리는 독일에서 엘리베이터에 한 번 당한 경험이 있는지라 신중한(?) 마음가짐으로 올랐다.
그 역시 문이 이중으로 되어 있었다. 둘 다 여닫이 문이라는 걸 확실히 보아두고 나서 5층 버튼을 눌렀다. 사방이 숭숭
내다보이는 철창 엘리베이터는 한참 올라가서 턱하니 섰다.
아니 그런데 이게 또 웬일? 5층에 서야할텐데 이건 올라가다 말고 5층과 4층의 중간에 서는 것이다. 문이 열리지도 않았지만
열린다고 해도 뛰어내려야 할 판이었다. 우리 셋은 정말 울상이 되었다.
'이게 하필 왜 이때 고장이냐'
'참, 해도 너무하지 외국까지 와서 엘리베이터 때문에 이 무슨 고생이담!'
5층에 설 때만 고장인가 해서 다른 층에도 가 보았지만 모두 마찬가지였고 다시 1층으로 내려갔을 때에야 문이 열리는 것이었다.
너무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어서 어쩔 줄을 몰랐다.
걸어 올라가려니 오래 기차를 타고 오느라 지친 데다 무거운 배낭들을 지고 있어서 5층은 너무도 까마득해 보였다.(유럽에서는
2층부터 1층으로 치므로 여기의 5층은 한국에서의 6층임) 도움을 요청할 사람도 없고 정말 울기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한번만 더 해 보기로 하고 다시 엘리베이터에 탔다. 요행을 바라면서..... 하지만 아까와 달라진 점이 없었다. 엘리베이터로
올라오는 걸 포기해야겠구나 라고 생각하고 막 다시 내려가려는 순간... 뒤에서 사람 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다 본 우린....
앗, 앗, 앗, 앗, 앗...!!! 이럴 수가. 내리는 문은 뒤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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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두 개의 일화를 통해 다음과 같은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유럽의 오래된 건물에서 엘리베이터를 탈 때에는......
..1. 미닫이 손잡이처럼 생긴 여닫이문 손잡이나 여닫이 손잡이처럼 생긴 미닫이문
손잡이에 유의한다. 어떻게 생겼든지 '좌우로' 그리고 '앞뒤로' 밀어도 보고 당겨도 본다.
..2. 철창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에는 출입구가 두 개 이상일 수 있음을 늘
상기한다. 사방이 철창으로 되어 있어 자칫 출입구와 벽을 혼동하기 십상이다. 두 눈 부릅뜨고 잘 살펴보면 뛰어내리지 않고 점잖게
내릴 수 있는 방법이 반드시 있다.
어떤가, 비행기에는 스튜어디스가 있고 기차에는 차장이 있어서 수시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엘리베이터에 갇혀 올라가지도,
문을 열지도,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지도 못하 면 그것보다 답답한 게 없다. 더구나 유럽의 밤은 인적이 드물다는 사실.
어느 여행 안내책자에서도 알려주지 않은 유럽에서 엘리베이터 타는 법을 딴지가 아니면 그 누가 알려주랴! 그럼, 명랑여행! 졸라~
테베레(tevere@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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