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줌아웃
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지중해 세계를 탐험하는 시간
그런데 아들의 졸업식때문에 늦게 오신다는 연락이 왔군요.
방학중에는 어머니 교실의 월요일 수업이 없어서
사실 집에 있으면서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엔 조금 부담되는 시간이라
늘 어정쩡하게 시간을 보냈는데
수학 공부하러 나간 아들,독서실에 간다고 나간 딸
두 아이가 집을 비운 공간이 조용합니다.
그래서 아침마다 조금씩 읽는 이희수 교수의 지중해 문화 기행을 읽고 있는 중입니다.
어제 밤 다시 본 영화가 아웃 오브 아프리카라서일까요?
오늘은 모짜르트의 플룻 협주곡을 걸어놓고
제노아,밀라노,피렌체,나폴리,시칠리아의 팔레르모,그리고 몬레알레에 관한 글을 읽었습니다.
가능하면 조금씩 오래 보려고 한 꼭지씩만 읽자던 계획이 무산되고
이탈리아를 통째로 읽어버린 날
마음속에 다시 바람이 부는군요.
제게 가장 인상적인 곳은 평소에 가고 싶었던 피렌체나 밀라노가 아니라
오히려 팔레르모와 몬레알레였습니다.
그것은 아마 터키 여행의 여파가 아닌가 싶군요.
책을 보다가 조금 더 정보를 읽어보려고 인터넷을 검색했더니'
시칠리아에 관한 글이 여럿 있군요.
지도를 살펴보자니 포에니 전쟁을 읽다가 만나는 지명들이 눈에 띕니다.
메시나,시라쿠사
시칠리아는 지중해에서 가장 큰 섬이라고 하네요.
이 곳은 우리에겐 대부의 고장으로 마피아의 소굴로 주로 알려져 있지만
다양한 문화가 증첩된 인류학의 보고라고 합니다.
이 곳에 문화가 중첩되어 간직되어 있는 배경 설명을 읽어 봅니다.
◈ 고대 문명 세계가 살아 숨쉬는 곳 :
지중해 문명의 십자로에 위치하고 있는 시칠리아는 기원전 8세기 페니키아인과 그리스에 의해 식민 도시가 건설되기 시작했다. 시칠리아의 주도인 팔레르모는 페니키아인에 의해 파노르모라는 이름으로 건설되었고 교역의 중심지로 발전하였다. 그리스인들은 동부 지방에 카타니아, 시라쿠사, 셀리눈테, 아그리젠트등의 식민 도시를 건설하였는데 이곳에 남아있는 유적들은고대 그리스 세계에서 가장 탁월한 것들이다.
그리스 식민도시들은 정치적으로 통합되지 않았기 때문에 도시간의 끊없는 충돌이 일어났으나 경제적으로는 눈부신 번영을 이루었다. 이탈리아의 남부 도시와 카르타고등과 대규모 교역을 유지하게 되었다. 그러나 기원전 3세기 시칠리아는 로마의 지배를 받게 되었고 시칠리아의 도시 국가들은 로마에 공물을 바칠 의무를 지게 되었지만 내부에서는 자치를 유지할 수 있었다. 로마는 본토인들의 주식을 위해 시칠리아산 곡물을 수입하였고 로마인들의 정복으로 시칠리아 경제는 급속하게 쇠퇴하여 찬란했던 그리스 문화는 영원히 사라져 버렸다. 기원후 3세기에 들어서 그리스도교가 급속도로 섬 전체에 확산되기 시작하여 카타니아와 시라쿠사에는 대규모의 카타콤베가 등장하였다. 4~5세기 타락한 로마 문명이 시칠리아에도 퍼져 기강이 해이해진 틈을 타 반달족과 고트족이 차례로 시칠리아를 침략하였다. 6세기에는 비잔틴 제국의 침입을 받아 이후 300여년간 시칠리아는 비잔틴 문화의 영향을 받았다. 9세기부터는 아랍인의 지배를 받다가 11세기 노르만족이 그리스트교도의 재 정복이라는 명분으로 시칠리아를 점령하였다. 루젤로 2세와 그의 아들 월리엄 2세때 팔레르모 궁전은 문화의 중심지가 되었고 노르만, 비잔틴, 이슬람 양식이 공존하게 되었다.
윌리엄 2세가 후손을 남기지 않은 채 세상을 떠난후 정치적으로 혼란을 겪다가 13세기 독일 계통의 프리드리히 2세가 통치하게 되면서 시칠리아는 문화의 전성기를 누리게 되었다. 팔레르모는 제국내에서 가장 짜임새 있는 주도가 되었고, 가장 우아하고 지성적인 궁정이 되었다.
그러나 프리드리히 2세가 죽자 시칠리아는 왕위를 둘러싼 암투로 다시 혼란스러워졌고, 프랑스 앙쥬가의 샤를 1세가 왕위를 오르게 되었다. 샤를1세의 강압적인 전제 정치와 거만한 프랑스 병사들로 인해 스페르스에서 폭동이 일어나자 스페인의 아라곤 왕가가 중재에 나서게 되었고 결국 아라곤과 앙쥬왕가는 시칠리아를 사이에 두고 100여간 싸움을 벌인 끝에 1412년 총독령으로 아라곤 왕국에 귀속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격동의 14세기를 보낸 시칠리아는 그 후 다시 번영을 누렸고 1713년까지 스페인의 총독 통치를 받았다.
기원전 3세기 시칠리아는 로마 제국 최초의 속주로 편입되었고 그 뒤 중세 초기에는 반달족, 고트족, 비잔틴인들에 의해 차례로 점령당했다. 8세기부터는 아랍인의 지배를 받다가 11세기 노르만족이 와서 시칠리아 왕국을 세우고 노르만, 비잔틴, 이슬람 양식이 공존하게 되었다. 이어서, 독일의 프리드리히 2세의 통치하에서 팔레르모는 수도로 정해지면서 황금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그러나 그 후 프랑스 앙쥬가의 지배에 이어 13세기부터 19세기까지 스페인의 아라곤가의 지배를 받게되는데 스페인 지배하에서 재정적으로 수탈당한 농민들의 반란과 봉기는 무력으로 억제되었고 이러한 강권적인 지배에 대항하기위해 지금의 마피아 전통과 조직이 생겨났다고 한다. 18세기 왕위 계승 전쟁으로 잠시 동안 부르봉 왕가를 타도하고 시칠리아를 이탈리아로 편입시켰고 1861년 이탈리아는 통일 왕국을 이루었다.
이런 다양한 지배 때문에 시칠리아는 섬 어느곳에서나 그리스 신전, 노르만 교회, 비잔틴 돔, 화려한 바로크 교회, 궁전등의 혼합된 과거의 유산을 접할 수 있고 각 시대의 거주자들 사이에 있었던 문화 충돌의 흔적도 느낄 수 있다. 따라서 현재 시칠리아인은 이탈리아인과는 다른 역경에 강하고 고집이 세지만 낭만적이고 쉽게 흥분하는 시칠리아인만의 독특한 성격을 갖게 되었다.
터키에 갔을 때도 아니,한 지역에서 이렇게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다니
하고 처음에는 다양성에 놀랐지만 그 곳에서 그런 문화적인 충격을 경험하고 살아갔을 사람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저렸던 기억이 지금 이 글을 읽는 순간에도 똑같이 떠오르네요.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의 경험과 그 곳을 유적지라고 찾아가는 사람들 사이의 환호성 사이의 거리란
얼마나 아득한가를 생각하게 되기도 하고요.
괴테가 이탈리아 기행을 한 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고 격찬했다는 팔레르모 모습입니다.
사진 자료를 많이 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설명에 비해서 사진 자료는 별로 없군요.
이 사진은 레알레 궁전의 내부를 찍은 모습입니다.
시칠리아,그저 역사적인 지명으로만 알고 있던 곳을 조금 더 가깝게 느끼게 된 아침인데
사진을 많이 접하면서 구체적인 느낌을 얻어보려던 시도는 일단 무산되어버려 아쉽습니다.
그래서 그보다는 조금 더 알려진 도시 나폴리를 찾아보니 그래도 여기는
사진 자료가 훨씬 많군요.
돌아오라 소렌토로 그런 노래 가사가 생각나는 곳
소렌토입니다.
이탈리아의 도판을 보다보면 붉은 지붕이 눈길을 끄는 곳이 많군요.
냉정과 열정 사이란 영화를 보았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영화의 완성도보다는 오히려 이탈리아를 느끼게 했던 영화라고나 할까요?
집에서는 지중해를 도서관에서는 불멸의 이순신에 등장하는 남해 바다를
이렇게 바다에 대해서 계속 읽는 요즘
생애 처음으로 바다를 아주 가깝게 느끼고 있다는 실감이 나는군요.
아라곤 양식으로 지어졌다는 성입니다.
역시 책에서 한 번 사진이라고 금방 눈에 들어오네요.
한 번 보았다는 것,한 번 읽었다는 것,혹은 한 번 경험했다는 것의 위력이 얼마나 큰 것인지요.
서양사 시간에 건축에 대해서 읽다보니 건축에 관한 사진을 그냥 넘기지 않게 되네요.
건축 양식에 대해서도 관심이 가고요.
주문한 건축 이야기 책이 도착했는데 평소라면 당장 읽기 시작했으련만
김탁환의 소설에 붙들려 그저 한 번 휘 둘러보는 것으로 책과의 수인사를 끝내고
손도 못 대고 있는 중입니다.
아까 올린 성을 전부 찍은 사진도 있군요.
]
벌써 시간이 흘러 아들이 돌아왔습니다.
조용한 시간의 마술은 이미 끝나고
다시 개그가 난무하는 즐겁고도? 황당한 시간이 왔습니다.
요즘 개그에 맛을 들인 아들이 개그맨이 되겠다고 맹렬하게 대쉬하는 바람에
소란스러운 하루 하루가 이어지고 있거든요.
이 바람이 잔잔해질 때까지 그저 마음을 닦으면서 보내야할 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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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린
'05.2.21 6:32 PM역시 아는 만큼 보이고, 더 반갑고....
늘 감사히 보고 갑니다...^^2. blue violet
'05.2.21 11:22 PM한 열흘 넘게 미국 동부를 다녀왔습니다.
그 사이에 intotheself님의 많은 글이 올라와 있더군요.
하나하나 차근차근 읽어 보고 싶어요.
시칠리아에 이렇게 복잡하고 다양한 사연이....
그 섬을 스쳐간 수많은 사람들의 저마다의 이야기가 들리는 듯합니다.3. intotheself
'05.2.22 2:10 AMblue violet님
먼 길 다녀오셨군요.
생생한 여행기를 기대합니다.
이 곳에 들어와서 느끼는 것은 쌍방통행의 피드백이 잘 되는 편이란 것이지요.
어제 보다가 피로해서 다 못 본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마저 보고 나서
글을 한 편 쓰고 싶기도 하고
불멸의 이순신을 더 읽고 싶기도 하고
그렇게 갈등을 느끼다가
검색만 하고 (답장을 쓸 메일이 있나 보기도 해야 해서 )나가려고 들어왔습니다.
줌인 줌 아웃에 들려보니
반가운 글이 있어서 다시 주춤거리고 있는 중이지요.
그 영화를 오래 전에 보았을 때는 못 느끼던 여러 가지 감상이 밀려와서
아주 새롭네요.
아프리카는 늘 먼 곳으로
평생 가 보리라곤 생각도 못할 곳으로 치부하고 있다가
이번 여행에서 인솔 교수가 모로코와 스페인을 연결하는 여행 코스를 개발할 예정이란 말을 듣고
아프리카가 훨씬 가까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영화를 그저 먼 풍광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곳이란 눈으로 더 구석구석 보고 있는 저를 느끼는 일이
재미있었습니다.
영화 내내 축음기에서 흘러나오던 모짜르트
잊지 못 할 장면이지요.4. 국진이마누라
'05.2.22 6:12 PM와.. 저도 늘 가고싶은 곳이 우리에게 잘 알려진 로마나 피렌체나 밀라노가 아니라
팔레르모와 몬레알레.. 또 잘 알려지지 않은 시골같은 곳이었어요..
님의 글을 읽으니 제 가슴에도 바람이 부는 듯 합니다.. 나중에 꼭 한번 가보세요..^^5. 봄&들꽃
'05.2.22 7:38 PM사진들을 보니...
아...
여행 떠나고 싶어지네요.
시칠리아의 약간은 소외된, 약간은 거친 분위기도 떠오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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