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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산골편지 -- 산골의 목욕행사
그래도 자연을 벗하며 살겠다고 다 때려치고 내려 왔으면 별자리 몇 개 정도는 알고 있는 것이 그에 대한 예의는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하여 애써 책을 찾아 별자리를 연구하고 묻고 하는 스타일이 아닌 나로서는 그저 아쉬움만 있을 뿐 다른 조치는 취하지 않고 지냈다.
무엇이든 있는 그대로 느끼고, 아끼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뜯어 고치기 전에는 평생 그렇게 살 것 같다.
그래서 새이름, 들꽃이름, 나물이름도 잼뱅이다.
아무리 외우려 애써도 그게 그것 같고 머리가 따라주지 않으니 팔자대로 살기로 했다.
그런데 초보농사꾼이 별자리 책을 찾는다.
북두칠성 옆의 큰곰자리를 찾는다나.
그래도 남편은 의문이 가는 것은 끝까지 파헤치는 형이라 현대 소장시절 별명이 '박형사'였으니 기대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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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하고 보니 불편한 점이 한 둘이 아니었다.
화장실도 그랬고, 세면장도 그렇고 문도 옛날 문풍지 문이라, 다니는 것도 머리 혹이 몇 번 떨어지고 나서야 익숙해지는 등 여러 가지가 심난했었다.
그 중에서도 세면장은 말이 세면장이지 옛날에는 재래식 부엌이었던 곳을 먼저 사시던 할머니, 할아버지가 돈아낀다고 타일을 직접 붙이셨고, 그나마 위는 시멘트로 대강 치대놓았으니 참,, 으스스하기 짝이 없다.
물론 보온도 안되다보니 겨울에 목욕을 하려면 마루의 나무난로를 용광로처럼 달군 다음 커텐(문도 없어 커텐을 쳐 두었음)을 열고 목욕을 한다.
산골에서는 목욕에도 순서가 있다.
우선 에미, 애비가 먼저 하고 나오면 아이들이 들어가 한다.
그것은 어른이 조금이라도 욕실을 따뜻하게 해 놓고 아이들을 씻기기 위한 배려에서이다. 아파트 생각이 절로 나더니 지금은 그러려니한다.
오늘도 초보농사꾼이 하고 ,내가 하고 아이들을 차례로 씻겼다.
목욕을 하고나면 나무난로가에서 몸을 말리라고 아이들 옷을 한동안 입히지 않는데 아이들은 그 때가 참 좋단다.
그러고 나면 다음 순서는 춤추는 시간.
겨울방학 때 분당언니네 갔다가 길거리표 테이프를 하나 사왔다.
최신 댄스곡만 수록한 것인데 값은 일반 테이프의 3분의 1 값이었다.
내가 선수쳐 사준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귀농하고 나서 아이들을 데리고 괌과 사이판을 가는데 아이들이 기내에서 이어폰을 끼고는 어찌나 큰소리로 웅얼 웅얼 따라하며 몸을 주체못하고 흔들어대는지 좌정시키느라 애를 먹었었다.
뺏어 들어보니 '광난의 팝송(?)'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들을 애기때부터 클래식과 가곡, 영화음악만을 늘 틀어주었기 때문에 그런 음악은 아이들이 꽤 아는 편이었다.
그러다가 그런 댄스곡을 처음 접했으니 기내가 어찌되었겠는가.
'아차, 내 실수구나. 아이들에게 간간이 이런 요즘 유행곡도 들려줘야 했는데....'
하는 생각에 무릎을 쳤었다.
그래 분당에서 부러 최신댄스곡 테이프를 산 것이다.
그 길거리표 테이프를 틀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산골에 댄스파티가 열린다.
박씨 일가의 복장은 홈페이지 '산골로 온 이유' 끝 사진(논에서 팬티만 입고 박씨 일가가 논매는 장면)과 같은 복장이다.
한참을 그리 놀다보면 땀이 개구리 등에 두드러기 튀어나오듯 송글 송글 튀어나오고나면 연로한 순으로 기권을 한다.
살다보면 모든 것이 좋을 수만은 없다.
아파트의 좋은 욕실에서 씻었더라면 그런 혜택(?)이 주어졌겠는가?
산골의 허름한 욕실에서 순서대로 해야 하는 목욕을 하니 아이들과 몸을 부딪혀가며 춤을 출 수 있는 메리트도 있지 않은가 말이다. 아이들이 커서 목욕할 때면 이 일을 기억에서 뽑아내려 애쓰리........
오늘도 박씨 일가는 그렇게 나무난로 옆에서 몸을 흔들어대고 있다.
별도, 달도 재미있어 보였던지 슬며시 문을 열고 들어와 흥을 돋우니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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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군불때는 일이 좋지만은 않다.
구들 잘놓기로 소문난 어르신을 모셔다 구들을 새로 놓았을 때는 불이 잘 들더니만 요즘은 여기 저기서 연기가 새어들어와 여간 매운 것이 아니다.
이유를 알 수 없다.
구들 탓은 아니고, 워낙 흙집이 오래되어 연기가 새어들어온다는 생각은 하지만 처음 구들 놓았을 때는 안그랬는데 왜 유독 요즘들어 그러는지....
그래도 그 구들방이 어찌나 기특한지 모른다.
산골에 보일러가 고장이 나서 그 구들방에서 고칠 때까지 4식구 지지고 있으니 말이다.
그곳에 누워있으면 흙냄새가 가슴으로 삐집고 들어와 야트막히 가슴도 내려 앉는다.
날씨가 꾸물거리는 날에 배동분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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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임현주
'05.1.10 1:43 AM용기가 부럽습니다...좋다는말보다는 예쁘다는말을하고싶네요...예쁜곳에 사시네요...
하나를 양보하면 하나가 주어지는것같네요...하늘의 별을 본지가 참 오래전이라는생각에 올리신사진에 한참을 바라보았어요... 그저 사진만봐도 좋네요...2. tazo
'05.1.10 2:13 AM멋집니다.저도 하늘의 별자리를 자주 찾아보지요.
토론토시내를 조금만 벗어나도 밤에는 어두운곳이 많은지라
간간히꼬리별도 보고....3. 행복만땅
'05.1.10 11:18 AM모두가 한번쯤은 아니 여러번도 그려보는 생활이지요. 그러나 그저 동경일뿐 실천을 하기엔 너무나 많은 용기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데.. 정말 존경스럽네요.
가아끔 정겨운 사진 올려주시고 도시서 사는 우리네 답답한 마음의 여유를 갖게 해주면 좋겠네요.4. 하늘마음
'05.1.10 8:35 PM임현주님, tazo님, 행복만땅님!!!
산골의 그 눈사진은 올해 사진은 아니구요. 지난 겨울의 사진입니다.
제 개똥 철학도 그렇습니다.
'양손에 떡을 다 쥘 수 없다'는 것입니다.
어느 것 하나는 반드시 포기하거나 양보해야 하는 상황 속에 우리는 살아간다는 생각을 합니다.
우선 한 쪽의 떡 구실은 아이들의 자연생활이랍니다.
아이들이 자연을 스승으로 보고 느끼고 감성을 키우는 것 그것이 우리가 산중에 사는 이유 중 큰 하나입니다.
그러니 그것이 만족스러우니 좋을 수 밖에요.
또 제가 그런 것을 위해 제 모든 것을 감수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들과 남편이 이 생활을 좋아하다보니 가정의 리듬이 부드럽게 작용하게 되더라구요.
그러니 저 역시 제 꿈을 하나 하나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구요.
서울살 때는 욕심을 키우며 살았는데 이곳에서는 작디 작은 꿈을 키우며 삽니다.
꿈이 있다는 것.
참으로 가슴 벅찬 일입니다.
이런 산골이야기가 다른 분들에게 잠시나마 따뜻하게 작용한다면 그 또한 행복한 일이지요.
늘 건강하시구요.
새해에도 평화를 빕니다.
산골 오두막에서 배동분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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