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줌아웃
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폴 클레의 그림을 보다
오래 전 70미리 영화관에서 본 이후로 비디오로 한 번 더 본 영화이지만
이라크의 딸 마야다라는 제목의 논 픽션을 읽은 다음에
역사적인 측면에서 그 영화를 다시 보고 싶은 마음에 다시 보았지요.
그런데 의외로 역사적인 면보다는 사막의 장면 장면에
그리고 주인공의 정신적인 방황에 더 눈길이 가네요.
그래서일까요?
오늘은 폴 클레의 그림에 손이 갑니다.
그의 그림중에서 낙타가 나오는 제가 아주 좋아하는 그림이 있어서요.
물론 바로 그 그림을 찾을 수는 없어서 순서대로 보는 중입니다.
이 그림의 제목은 station입니다.
제목을 보는 순간 아무 상관도 없지만 중앙역이란 제목의 영화가 떠오릅니다.
그런 연상이 갖는 힘이 재미있군요.
영화
무한한 상상의 공간을 제공해주는
그래서 한없이 빠져드는 그런 공간이라고나 할까요?
이 화가를 좋아하는 이유는 상상의 따뜻함과 기발함때문이기도 하고
색의 친근감때문이기도 합니다.
오늘 오전 수업을 마치고 사람들과 점심을 먹으면서
우리들에게 우연히 오는 기회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제 경우에 시골 소도시에서 살았고 책을 읽는 것 이외에는 그렇다 할 문화적인
혜택이 별로 없는 환경에서 살다가
고등학교 시절 공부를 좀 더 하고 싶어서
부모님을 졸라 서울에 방학마다 단과반을 다니러 올라왔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친척집에서 지내는 일이 집에서 있는 것만큼 마음 편할 수는 없어서
약간 불안정한 정서로 시간을 보내고 있던 중
어느 날 길거리를 지나다가 음반가게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에 발걸음을 멈추고
귀기울여 듣게 되었지요.
처음 들어보는 소리였는데 왜 그렇게 마음이 흔들렸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무작정 들어가서 있는 용돈을 다 털어 조금 전에 들린 그 음악이 무엇인지
물어서 그 음반을 샀습니다.
당시에는 집에 전축도 없었던 시절인데요.
그 음반이 바로 베토벤의 비창과 월광,그리고 열정이 실린 것이었고
클래식과의 질기고 아름다운 인연은 그렇게 시작된 셈인데
바로 그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사람이 이야기를 이어서 합니다.
우리 아버지가 첼로를 좋아하셔서
늘 첼로 음악을 틀어놓고 생활하셨는데
그 때는 참 지겹다고 느꼈지만 요즘 그래도 첼로를 들을 때
가장 편안한 느낌이 든다고요.
우리들이 동시에 놀랐습니다.
그 당시 아버지가 첼로 음악을 즐기시다니
그러다가 다시 이야기가 번져서 생업말고도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
직업과 무관하게 즐길 수 있는 분야가 생길려면
한 10년 정도 정성을 들이고 관심을 갖고 좋아하다 보면
길이 생기는 것 같더라는데 의견이 모였습니다.
10년 길다면 길지만
그래도 새로운 세계에 눈뜨고 가슴설레면서 좋아하고
다가서다가 어려워서 땀 흘리기도 하면서
어떤 세계와 만나기엔 고마운 세월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는 밤입니다.
음악과의 만남이 우연이었듯이
역사책과의 만남도 참 우연한 계기가 있었습니다.
시오노 나나미라고 이젠 아주 많이 알려진 로마인 이야기의 저자가 있지요.
저는 그녀의 글을 읽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로마에 관해서 이렇게 읽으면서 정작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서는
무엇을 알고 있나
그런 반성을 하게 되었지요.
그래서 한국사와 서양사에 관한 책들을 쉬운 책에서부터
찾아 읽기 시작했고
그 세월 역시 10년이 넘었습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아이들과 역사책 읽기 모임도 꾸릴 수 있었고
어른들과도 서양사를 함께 공부한 세월도 한참 되는군요.
오늘 누군가 저보고 읽으라고 시오노 나나미의 사랑의 풍경이란 책을 두고 갔습니다.
오래 전에 나온 책인데
한길사에서 이번에 새로 찍은 모양이더군요.
새 책이라 기분좋게 읽기 시작했는데
베네치아와 피렌체,페라라,
오래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지역이 나왔습니다.
그 책을 읽으면서 다시 그녀가 제게 열어준 문에 대해서 더듬어 보는
귀한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30분만에 읽는 플라톤이란 책이 있습니다.
물론 이 한 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외국 서적을 시리즈로 번역하는 출판사에서 낸 것인데
청소년을 대상으로 어려운 책을 좀 더 쉽게 접근하도록 쓴 것이지요.
어느 아이들을 대상으로 해서 함께 읽을 수 있을까
살피느라 오늘 도서관에서 짬짬이 읽었습니다.
철학책을 이렇게 쉽게 정리할 수 있는 사람의 능력이란 대단하구나
감탄하면서도 읽었지요.
그런데 저자가 플라톤의 국가편에서
동굴의 비유에 대해 설명하면서
과연 우리는 동굴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가
일상에서라고 물어봅니다.
이 물음을 마음에 품고 살아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한 하루이기도 했습니다.
그림을 보다보니 시간이 한없이 흐르고 있네요.
오늘은 이정도로 만족하고
다음에 한 번 더 보아야 할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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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intotheself
'04.12.16 1:58 AM그림을 그만 보려고 자리에서 일어나다가
제목에 끌려 보게 된 magic garden입니다.
우리들 마음속에는 어떤 magic garden이 있을까
그것이 언제 작동하는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보면 더 좋을 그런 그림이네요.2. 야옹이
'04.12.16 2:13 AM그림 잘 보고 갑니다. 짙은 파란 색 배경의 그림 참 좋네요...(제목을 몰라서 이렇게밖에 못 쓰네요...^^)
3. 빅젬
'04.12.16 3:22 AM음 역시... 색표현이 맘에 들어요...
4. cinema
'04.12.16 6:09 AM늘 잘보고 있답니다..감사해요~
정말 이쁜그림이예요...5. 미리미리
'04.12.16 10:48 AM고등학생때 제가 좋아하는 선생님의 교과서를
달력에서 오린 클레의 그림을 색지에 붙혀서
비닐커버를 만들어드린적이 있어요.
한동안 다른 연적(?) 들이 그게 누구짓인지를 궁금해했을 만큼 예뻤죠.
ㅎㅎ 친구들아 그때 그거 내짓이야~
그림 잘 봤습니다.
즐감하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6. 은맘
'04.12.16 11:27 AM폴 클레??????
(이런 무식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작품이...
참 좋네요. ^^7. 행복한제제
'04.12.16 12:45 PM눈도 귀도 요즘 즐겁습니다
한 10년 쯤 보다 보면 하고-- 날마다 들러봅니다
이 사이트에 머무는 시간이 점점 길어져서 걱정이지만
좋은 글, 그림 감사합니다8. ripplet
'04.12.16 1:39 PM지나가다 '클레'라는 이름에 눈이 번쩍 뜨여 들어왔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서양화가 거든요.
intotheself님 덕에 오랜만에 눈과 마음이 호강합니다.
정말 감사해요. 와락~ 쪽!!9. 아마조~나
'04.12.16 2:07 PM아..Klee의 그림이..
저 역시 가장 좋아하는 화가입니다. 집에도 비록 포스터이긴 하지만 액자로 만들어 걸어놓았구요.
그림중에 모로코로의 여행이 있는데, 그 이유만으로 제가 언젠가 가고 싶은 곳이 모로코예요.
그곳에서 클레의 그림에서 나타난 색채의 향연, 색채의 리듬을 발견할 수 있을까요?
intotheself님 덕분에 상상의 여행을 떠납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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