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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ckholm in autumn
주부스토커 |
조회수 : 1,381 |
추천수 : 16
작성일 : 2004-10-24 07:16:40
이번 스톡홀름여행은 순전히 엄마를 위해서 다녀오기로 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 여행에서 나에게 뜻하지 않은 일이 일어났다.
스톡홀름에서 다시 사랑에 빠진 것이다.
익숙한 거리들, 건물들 사이로 누군가 자꾸 나타나는데..
놀랍게도 남편이었다.
이야기는 흘러흘러 6년 전으로..
내가 남편에게 처음으로 응큼한 연정을 품었던게 바로 이 도시였다.
인도에 자원봉사로 가는 자금을 마련한다고 그 추운 북구의 겨울,
아침부터 밤까지 거리로 내몰렸을 때..
시려있던 내 마음 하나, 따뜻하게 지펴주었던 사랑이
'그 사람'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우리 사랑은 동화처럼 이쁜 결말을 맺어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곧 아이가 태어나고
또 태어나고
또 다시 태어나고..
이렇게 우리는 별 준비없이 단숨에 세 아이의 부모가 되었는데..,
또 이 밖의 여러 다른 이유들로 지난 5년 우리의 결혼생활은
안타깝게도 동화와는 딴 판으로 흘러갈 때가 많았다.
이번 여행으로
잠재기억속으로 멀리 사라져 버린 줄만 알았던
로맨틱한 모습의 남편이
화려하게 재등장한 것이다.
빨간 볼의 수줍었던,
얇은 옷을 입어 추위를 심하게 타던,
그래서 내 모성을 심하게 자극했던,
그 특유의 약간은 불안한 걸음걸이로 여기저기 쏘다니던.
병원에 가서 같이 예방주사를 맞았을 때 말쑥한(?) 팔뚝이 드러났던.
스톡홀름 구도시의 오래된 건물들에 한껏 반해 있던.
길거리에서 반지를 주운 후, 막내 여동생 준다고 기뻐하던.
크리스마스를 맞아 집으로 떠난다고 항구로 가던 길, 모든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차안에 있던 나에게 갑자기 손을 조금 들어 뜻밖의 手인사를 해줬던.
나만의 그 사람!
여행을 오기 전만해도 엄마에게 심심찮게 남편 흉도 봤었는데
스톡홀름에서 돌아오는 배 안에서 나는
남편이 그립노라고 엄마에게 기어이 말하고 말았다.
그런데 이 때 아련히 엄마에게 아빠가 어떤 존재였는지 감이 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존재를 잃는다는 것도,
"엄마, 아빠 돌아가셔서 아주 많이 힘들지요?"
".......사실 아무런 의욕도 없지....."
"엄마는 아빠와의 추억이 어린 곳이 어디야? 나는 이 스톡홀름에 오니 옛생각이 나서 좋은데"
"여러 곳이지뭐..덕수궁 돌담길 이런 곳..그런데 가장 아빠 생각이 많이 나는 곳은 마지막 2년을 투병생활하며 보내신 철원 집이지."
이런 다소 멜랑콜리한 대화를 나누며 우리 모녀는
가을로 짙게 물든 2004년의 스톡홀름을 천천히 떠나왔다
* 사진은 인터넷에서 찾은 스톡홀름 전경인데 이번에 우리가 봤던 스톡홀름과 흡사해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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