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란 말과 여행이란 말의 공통점은?
내게는 이 둘이 모두 '비상약'이라는 것.
인생이 재미없어질 때면 난, 엄마 그리고 여행을 자주 생각하곤 했다.
이 두 단어가 만나는 내게는 큰 '사건'이 지난 월요일에 벌어졌다.
엄마와 여행을 하게 된 것이다.
여행지는 핀란드에서 배로 80키로만 가면 되는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
탈린 구 도시에 들어서니, 아침 일찍 정신없이 나오느라 카메라를 챙겨오지 못한 것이 떠올랐다.
나는 다소 호들갑스럽게 일회용 사진기라도 사서 사진을 꼭 찍어야한다고 말하는데,
엄마는 "마음 속으로 찍으면 되지..." 하신다.
왜 이 때 '꿈을 찍는 사진관'이란 동화가 생각난 걸까.....
비록 종이로 남는 사진을 찍을 수는 없었지만 우리는 마음속 조리개를 활짝 열고
중세가 고스란히 보존되어있다는 이 도시의 골목골목을 '찰칵'거리는 웃음소리로 마음에 담아나갔다.
여행을 빌미삼아 엄마의 팔짱도 살짝살짝 껴보았고,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씩 엄마가 아이처럼 좋아하실 때면 '엄마의 엄마'가 되보면 어떨까...하는
가벼운 상상에 빠지기도 했다.
맛있는 음식은 내 쪽으로 살짝 밀어놓고
무거운 짐은 당신 손에 먼저 들려있는 것 등은 변함이 없었지만
늙으신 탓일까..
엄마는
내가 뭐라고 하든
이제는 다 내 말이 옳다고 그러신다.
그러면 나는 벌쭘해져
적당한 선에서 스스로 꼬리를 내려버린다.
언제 또 이렇게 우리가 하루종일
낯선도시를 익숙하게 떠돌수 있을까..
"엄마, 내 년에 우리집에 또 와. 그 땐 우리 러시아가서 발레도 보고 그러자"
내가 이렇게 일부러 더 신나서 말을 띄워보내면
엄마는 '만약' '만일'이란 말로 꼭 한 발자욱 물러나신다.
아빠가 돌아가신지 벌써 세 달이다.
조금 아이러닉하지만 아빠의 죽음으로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이번에 만난 엄마는 나에겐 아빠이기도 하다. 그리고 엄마에게는 내가 아빠일 수도 있을 것이다.
내 안의 '아빠'가 한발짝 물러나있는 엄마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단다.
"'만일' '만약'의 꿈들을 현실로 찍어주는 사진사가 돼주고 싶소" 라고.
배경음악: Dream a little dream (French Kiss OST 中)
사진: Estonia의 수도 Tallin 구 도시 전경 *자료사진에서 슬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