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줌인줌아웃

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짝퉁 단편소설 <82>

| 조회수 : 2,670 | 추천수 : 90
작성일 : 2004-09-23 04:28:17

음하하핫! 오늘 도시락 반찬 쥑이지않냐?
쨔식들 환호성은...부러우면 니들두 나처럼 이쁘든지...
허헛, 어디 감히 신성한 밥상머리서 구토증세를!
야이 지지배야, 한번씩만 집어먹어! 밥은 안먹구 반찬만 디립다 디리미냐?

내 성격상 낯간지러운 얘긴 안한다만, 니들이 정 이 산해진미의 노하우를 원한다면...
잘 경청하고 알아서들 실천하거라!

그니까 울엄마가 좀 이상해진건 몇달전부턴거같애.

엄마들 그러잖아.
사회에 불만많은 질풍노도 우리보다 맨날 인상 더 구기고 힘없이 축 쳐져있고, 알지알지?
짜증만 부리는 나두 짜증이지만, 울엄마두 진짜 짜증이었거든?
암튼 갱년기 티를 짱으로 냈어요 무쟈게.

근데 언제부턴가 예전처럼 글케 왕짜증이 아니드라?
난 울엄마가 평생 우울증인줄 알았지.
생전 웃는걸 못 봤으니까.
근데 티비 볼때두 웃기는게 나오면 큰소리로 웃고, 설거지 할때두 가끔 콧노래도 부르는거있지?
싸가지없게 구는 내가 맨날 대꾸를 안해도 자꾸 말도 시킬라하고.
그리고 첨보는 음식이 자주 밥상에 오르고.
좀 이상해졌어.
글치, 제대로 말하면야 그전에가 더 이상했던거겠지만...아이 몰라몰라.
암튼 집에 특별한 일이 생긴것두 아니고 아빠 늦게 들어오는건 맨날 똑같은데, 엄마 기분은 좋아졌다 그거지.
뭐 나야 나빠질게 없으니까 별로 관심도 없고 상관도 안했었어 그때까진.

근데 어느날 집에 들어갔는데, 엄마가 나 들어온지도 모르고 컴앞에 앉아있는거야.
나 너무 충격받았잖아.
울엄마한테두 그런 표정이 있냐?
뭐라해야하냐? 뭐 그 꿈꾸는 소녀같은 그런 얼굴 있지?
얼마나 이쁘게 씩 웃으면서 컴을 쳐다보고 있는지?
거기가 컴컴한 방안이아니라 딱 햇살 부서지는 무슨 꽃밭같드라.
그 표정 정말 충격이었어.
딱 연애하는 그 표정있잖냐.
기가막혀서 “아줌마 뭐하셩?” 이랬더니 화들짝 놀라대?

그러고나니까 갑자기 너무 궁금한거야.
그리고 도대체 엄마의 그 표정이 지워지지가 않는거야.
엄마한테 그렇게 신경을 쓴다는것 자체가 넘 존심 상하는 일이긴하다만 궁금하잖냐.
바람이 난건지...
나이 마흔 다섯의 아줌마를 나보다더 소녀같은 표정으로 만들어 주는게 뭐냐?
넘 궁금하지않냐?

그래서 내가 누구냐.
며칠을 망보다 엄마 부엌서 바쁜틈을 타 냉큼 추적을 해봤지.
어디 돌아댕겼나 쭈욱 리스트를 펼쳐봤더니..거참 추적할것도 없드만?
어디 돌아댕길것두 없이 한군데서 살림을 차렸더라구.
82cook이라는 요리사이트 비스무리한 뭐 그런데가 있어요.
내참 허무해서...

그래서 들어가봤지.
뭐 참한 아줌마들 모여서 둥게둥게하는 그런 분위기드라?
혹시 울엄마두 뭐 올리나? 싶어서 아뒤도 찾았지.
흠메...아주 열성당원이시드만.
아주 리스트가 쭈~왁 떠요.
아뒤도 예술이야, <가을하늘>?
쪽팔리게...

슬쩍 화가 나는거있지?
집에선 꼭 감옥에 갇혀사는듯한 분위기를 냈던 사람이 모르는 사람들앞에서 주절주절 말도 잘하고.
안그러냐?
배신감 땡기지않냐?

문 꽝꽝 닫으면서 며칠을 빠스락대고나니까, 근데 왠지 엄마가 측은해지기 시작하는거야 느닷없이.
몰라몰라, 나 이러다 철들면 큰일인데...
암튼 갑자기 엄마가 불쌍한 생각이 드는거있지?
내가 그동안 좀 못되게 굴었냐?
솔직히 내 딸이 나한테 그러면 난 아작을 내지.
니들도 그러지않냐? ㅋㅋㅋ

유세떨듯 승질은 있는대로 다 부리믄서도 나아닌 다른데서 엄마가 위안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막 질투같은것도 생기고...
거 기분 참 묘하대.

그래서 엄마가 쓴 글들을 읽어봤어.

...
막 눈물이 나드라?
그냥 막 눈물이 났어.
사는얘기 담담하게 쓴글도 막 눈물이 나고,
신출내기 격려해주는 댓글을 봐도 막 눈물이 나고,
어려운 사람 위로해주는 댓글을 봐도 막 눈물이 나고,
웃긴 얘기에 막 웃는것도 눈물이 나고,
이 사이트가 엄마한테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 모른다는 글을 봐도 눈물이 나고...

여지껏 엄마는 그냥 엄마였는데 첨으로 엄마도 사람이고 엄마도 여자란 생각이 드는거야.
니들은 어려서 이 언니의 맘이 어떤것인지 이해를 못하겠지?
모르면 걍 새겨들어.

읽다보니까 거기 내 얘기도 있드라?
세상에서 젤 사랑하는 내딸한테 사랑한다는 말을 하기가 왜그리 서먹한지 모르겠다고...
오늘은 꼭 말해야지말해야지 다짐을 해도 정작 얼굴을 보면 그게 넘 힘들다고...
딸이 너무 멀리 가있는 느낌이라고...
사랑하는 딸한테 사랑한다는 말을 실컷 해주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아...울엄마...
울엄마가 울엄마가 아니고 다른 이쁜 딸 엄마면 울엄마 얼마나 귀부인같은 사람이었을까...

야, 내가 뭘 운다고 그래?
이노무 먼지때문에...이것들아 교실 청소좀 똑바로 해! 이 이쁜 언니눈 충혈되잖냐!

진짜 안어울리게 나 그래서 닭짓좀 했다?
글 올릴라구 거기 가입도 했잖아, <가을 말> 일케 아뒤 달아서.
라면 끓여가지고 폰카로 사진 찍어서 거기다 이렇게 써서 올렸어.

‘울엄마를 소녀처럼 미소짓게 해주는 고마운 사이트에 라면 한그릇 바칩니다.
제가 철없는 십대라 라면밖에 못 끓이거든요.
따끈할때 드세요.
사랑하는 엄마두.’

그 사이트 난리났잖냐.
맘이 넘 이쁘다...이렇게 이쁜 딸좀 있었으면 좋겠다...요즘 세상에 보기드문 아이다...
너무 착한척 했냐?

거기 울엄마도 댓글을 달았드라?
엄마두 딸이 끓여준 라면 먹었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그래서 어제 저녁에 미친척하고 내가 엄마한테 확 그랬쩌.
엄마 내가 라면 끓여주까?



야, 진짜 나 이렇게 빨리 철들면 안되는데 엄마한테 좀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자꾸 드냐?
짜식들 감동 먹긴.
니들두 똑바로 하란말야.

야, 밥이나 먹자!


1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껍데기
    '04.9.23 8:17 AM

    감동도 먹고...
    라면도 먹고...
    밴댕이님 등단하십셔!!!

  • 2. 이론의 여왕
    '04.9.23 9:36 AM

    아침부터 감동의 도가니탕을 끓이시는구랴!!
    정말 등단하소서. 일단은 올 신춘문예부터...^^

  • 3. 키티
    '04.9.23 9:58 AM

    감동의 도가니탕~~~!!!!

  • 4. 지성원
    '04.9.23 10:25 AM

    이러니~~ 이러니~~ 아침부터 일을 할 수 있겠냐고요용~~~
    밴댕이님 대단하십니다.

  • 5. 하늬맘
    '04.9.23 10:42 AM

    짝퉁 아니라..오리지날!!
    감동의 도가니..
    아침부터 눈물찍,콧물찍 입니다..거의 안 우는 스탈인데..
    울딸한테 읽히고 감상문 받을래요..

  • 6. 아라레
    '04.9.23 11:23 AM

    우씨... 이젠 아무데나 사진 한장 턱 걸쳐놓구 이바구를 술술 풀어내네..(근데 저 사진과 이 글의 연관성은?)
    담부턴 단편이 아니라 시리즈물로 쓰세요.

  • 7. 때찌때찌
    '04.9.23 11:38 AM

    아고........눈물나요...............

  • 8. 그린
    '04.9.23 11:45 AM

    진짜진짜....
    82엔 재주꾼들이 넘넘 많아요~~
    그래서....
    밤새고 놀아도 자꾸자꾸 보고싶어요~~~*^^*

  • 9. 깜찌기 펭
    '04.9.23 11:46 AM

    ㅋㅋㅋ
    밴댕이님 딸.. 이란 아디생기는것 아닐까요?

  • 10. 밴댕이
    '04.9.23 1:11 PM

    에구구...여러분들의 감동연기에...제가 감동...
    추천누르신분 누굽니꺄?
    하늬맘님, 저 무쟈게 민망하여요. ^^;;;

    허접...조잡...
    소설(내지는 꽁트?)이라하기엔 영 밍구스런 걍 낙서죠.
    작은넘 낮잠 재우고 느닷없이 생각나 한시간만에 후다다닥 쓴거라...(변명인가 잘난척인가)
    뭐 오래 끌어안고있어도 더 나아질건 없습죠.
    제 스탈대로하면야 라면 한그릇 사진이랑 키톡에 올려야하나, 넘 급하게 쓰느라 사진 준비를 못했네요.
    하여 제가 살았던게 분명한 집(?) 사진을 올렸네요...라고 말하믄 바위세례? ㅋㅋㅋ
    제맘대로 82의 성 할라구요.
    제맘속의 82는 저렇게 근사한 멋진 궁전이랍니다. ^^

    암튼 허접하나마 이글을 싸모하는 그분께 바치나이다.

  • 11. 키세스
    '04.9.23 1:46 PM

    ㅜ.ㅜ 눈물이 막 나요.
    82엔 왜이리 재주 많은 분들이 많으신지...
    그리고 밴댕이님은 저 집에서 빨래 하셨수? ===33333

  • 12. 다시마
    '04.9.23 1:56 PM

    단편 아니구마.. 장편이라고 해야죠.(손바닥 장)
    마음이 찌리리해요... 별 다섯.. 추천이요.

  • 13. 온달부인
    '04.9.23 3:34 PM

    우리 딸은 어디 가서 뭐 하는거야 ! (버럭)
    아이고 밴댕이님. 뵐 때마다 감탄 또 감탄입니다요.
    밴댕이님 글 솜씨도 부럽고, 가을 하늘님도 부럽고.....

  • 14. 아짱
    '04.9.23 3:56 PM

    아이구....넘 재밌기도하고 감동스럽기도하고 흐흑.....
    밴댕이님!!
    이 글을 읽었더니 태동이 장난이 아니예요...
    뱃속 아이도 조아라 하네요.....땡큐

  • 15. 미스테리
    '04.9.23 9:39 PM

    이거 사진빼고 자게에 올려야 하는거 아닙니까?

  • 16. 레아맘
    '04.9.23 9:45 PM

    아~ 감동의 도가니....탕!
    가슴이 쏴~아 하네요...멋진 글이었어요~

  • 17. yozy
    '04.9.23 11:01 PM

    밴댕이님!
    밴댕이님 같은 딸 없는 난 어쩌라고~~~^^::
    어쨌거나 가을하늘님! 부럽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1245 눈물의 이바지..그후 선물... 31 보라 2004.09.23 3,245 82
1244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7 레아맘 2004.09.23 2,045 43
1243 아픈 날의 일기(음악방송과 함께) 3 오데뜨 2004.09.23 1,176 10
1242 사탕 드실래요? ^^ 10 Ellie 2004.09.23 1,623 16
1241 [re]꼭 읽으세요..2004 베스트셀러입니다.(ㄴㅁ) 하늬맘 2004.09.23 1,285 19
1240 짝퉁 단편소설 <82> 17 밴댕이 2004.09.23 2,670 90
1239 저두 혜경샘한테..... 6 사랑가득 2004.09.22 1,334 9
1238 고쳤습니다. 꼭 봐주세요... 크레센도 2004.09.23 1,282 19
1237 우리 모두 웃어요.... 25 아모로소 2004.09.22 2,444 12
1236 색에 대한 사람들의 성향(퍼옴) 2 몬나니 2004.09.22 1,470 10
1235 핸펀고리 만들었습니다. 9 테디베어 2004.09.22 1,475 18
1234 샘 사랑해요 ^^* 8 블루마운틴 2004.09.22 1,479 27
1233 산골편지 -- 맑아진다는 것 하늘마음 2004.09.22 1,082 20
1232 요즘 전어철이라죠?^^ 7 그린 2004.09.22 1,684 39
1231 틀린그림찾기게임.. 1 불꽃 2004.09.21 2,702 67
1230 울 신랑한테 받은 선물~ ^^ 14 honey 2004.09.21 2,648 31
1229 부자 되세요! 2 냉동 2004.09.21 1,448 44
1228 그냥 잠시 3 김주연 2004.09.20 1,438 18
1227 <82폐인 만화> 그냥 43 아라레 2004.09.20 2,594 45
1226 [퍼옴] 업무 흐름도 4 Jessie 2004.09.20 1,793 43
1225 가을맞이동네잔치2 3 tazo 2004.09.20 2,027 22
1224 가을맞이 동네잔치(Roncesvalles) 3 tazo 2004.09.20 1,755 24
1223 이땅에 며느님들을 위한 시 1 재룡맘 2004.09.20 1,902 107
1222 타일광고차량 6 Jessie 2004.09.20 1,715 57
1221 몰디브 선착장.. 13 나래 2004.09.20 2,555 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