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내 삶의 파도

가을비 조회수 : 2,046
작성일 : 2011-10-15 21:24:57

아이는 학교에 가고, 토요일인 오늘, 저는 회사에 출근하는 날이 아니어서, 오랫만에 집청소를 했습니다.

침대매트리스도 탁탁 털어 세워놓고 이불도 다 볕에 말리고, 재활용쓰레기도 버리고, 걸레도 빨아 구석구석 닦아내고,

유리창들도 닦아내고, 냉장고위도 닦아내다보니, 백원짜리 일곱개가 있더군요. 벌써 연필도 몇자루씩 주웠고요.

활짝 열어놓은 창문들과 현관문사이로 넘실대는 바람의 물결들이 가을 그대로네요.

 

설겆이가 끝난 그릇들이 소독기안에서 바짝 말라가는 토요일 오전...

커피한잔을 하면서 의자에 앉아 창문밖 세상을 바라보니, 주홍으로 물든 앞산이 부드럽게 누워있는 모습앞에 울컥 눈물이 났습니다.

생각해보면, 제 삶은 파도가 만장이나 되는 삶인것 같았거든요.

전 어떤 직장을 가던지 제가 제일 일을 많이해요.

예전에 정형외과에서 근무할때에도, 소독돌리고, 비품만들고 정리하고 등등의 일들을 상대적으로 제가 더 많이 했고, 친구관계역시, 폭넓지가 못한데다가, 그마저도 제쪽에서 헌신적으로 최선을 다해왔었어요.

그런데 이상한건 어딜가던, 똑같은 일을 해도, 제가 더많이 하게되고 제가 더 윗사람들에게 짜증을 많이 받는편이에요.

왜 그런걸까요?

이제 내일만 지나고, 월요일이 오면 아파트단지내 가정어린이집에 보육교사로 근무한지 한달입니다. 첫월급도 받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많이 혼났고, 많이 꾸중을 들었습니다.

옆 선생님들은 서로 잡담도 하고, 핸드폰도 서로 보여주며 살짝살짝 쉬기도 하는데 저만 어린이집에서 일을 거의도맡아 하는것같이 어깨가 힘듭니다.

아이들이 워낙 어리고 걷는다해도 비뚤비뚤 걷기때문에, 사고가 날까봐 한시도 눈을 떼지못합니다.

선생님들은 방에 들어가 아이도 재워가면서 서로 잡담도 하는데 저만 하루종일,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고, 말해주고, 안아주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갑자기 눈물이 글썽글썽해지고 혼자된것같고..

 

너무 힘들고 많이 혼나고 게다가 평가인증을 앞두고 있어서 모두가 예민해진 상태라, 갑자기 아이가 우는 소리가 난다거나, 하면 곧바로 원장님이 저를 부르면서 짜증을 부려요.

임선생! 뭐하는거야, 왜 울어!~

금요일인 어제, 비가 추적추적..

베란다난간엔 벌써 빗방울들이 동글동글 매달려있는데 세시반정도쯤 되자, 아기들 몇이 찡얼대더라구요.

제 곁에 선생님들은 아이들 자는 방에 들어가 계시고 거실엔 제가 혼자.. 원장님은 그 부근 책상옆에서 서류에 정신없고 주방선생님은 간식 끝난것 치우는 소리외에는 오랫만에 조용하더라구요/

조용하면 혼날까봐, 얼른 아이들과 놀아줬어요. 말도못하는 아이들이 엄마를 찾고 울길래.

얘들아, 오늘 비가 왔나보다. 어머, 빗방울이 똑똑똑 창문을 두드렸어요, 똑똑똑.. 들어오라고 할까요? 네, 들어오세요..

라고 해볼까? 손흔들어볼까,우리?

여덥시 아침출근부터 아이들 뒷처리에, 또 눈맞추며 대화하기에.. 그러고도 계속 혼나고..

마음이 울적해서 오후 네시 퇴근무렵이면 마음도 몸도 후줄근.. 그 몸으로 아파트단지내 앙상한 나무들 사이를 걸어오면

슬픔..집엔 아이혼자 기다림.

IP : 124.195.xxx.49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플럼스카페
    '11.10.16 12:31 PM (122.32.xxx.11)

    저희 둘째가 4살에 처음 간 어린이집에 4살 처음반 선생님이
    보육교사 자격증을 따서 갓 취업한 지금 제 나이쯤 되는 아줌마 선생님이었어요.
    다른 엄마들은 그때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내심 더 반갑고 좋았어요.
    다들 미혼의 젊은 선생님들이었는데 그 틈에서 갓 부임한 교사로서 또 경력은 더 많은
    아가씨들 틈 사이에서 고군분투 하시는게 보이기도 했어요. 그래서 원글님 쓰신 것처럼
    늘 일만 하시는 듯 보였네요. 그 분은 지금 당신 집에서 가정 어린이집을 차리셨어요.
    글 사이 사이 갓 시작한 직장에 대한 고달픔이 느껴졌어요. 그리고 좋은 선생님이실 것도 같고요.
    또 아이 엄마니깐 당연히 아이에 대한 고민도 행간에 다 묻어나네요.

    집청소 묘사하신 부분이 청신인 듯, 상쾌하여 마치 저희집이 그런 거 같아
    상쾌하게 읽었습니다.
    또 내일이면 월요일이네요. 힘 내시고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7970 아래 믹스커피 싫어하시는 분글 보고 손님들 어떤 커피 대접해야하.. 12 신경쓰여 2011/12/16 1,658
47969 저기 허벌 라이* 어떤가요.. 2 라이푸 2011/12/16 795
47968 강남고속터미널 친구들 만나 식사하고 대화하기 좋은 곳 추천 많이.. 13 지방민 2011/12/16 2,018
47967 나는 이렇게 아까고 신다! 하는 채찍질 글좀 올려주심 안될까요?.. 7 연말 2011/12/16 1,937
47966 김용민교수 시사자키 멘트... .. 2011/12/16 809
47965 밥은 뭐드셨어요? 1 인천공항 2011/12/16 707
47964 초등학교 1학년 수학문제 설명 좀 부탁드려요... 7 나 모냐~ 2011/12/16 1,200
47963 12월 16일 [손석희의 시선집중] "말과 말" 세우실 2011/12/16 562
47962 아이명의 청약통장이 나을까요. 다른 예금상품이 나을까요? 2 궁금 2011/12/16 1,239
47961 옆에 베스트 고1 성정체성 댓글들 완전 쩔어요 1 ㅋㅋㅋ 2011/12/16 1,160
47960 한복이 너무 입고 싶어요. 13 아휴 2011/12/16 1,330
47959 잠들기전 보일러1번 돌리고 자고일어나기 전 1번돌리는게 헤픈가요.. 33 정말헤픈가?.. 2011/12/16 4,945
47958 혹시 집에 책 많으신 분들요 (아이책말고 어른책요) 8 girl 2011/12/16 1,403
47957 한나라당 의원들이 해체니 쇄신이니 떠들면서 뒤로는 딴 짓을 하고.. 3 sooge 2011/12/16 1,023
47956 침대쓰면 겨울에 무조건 전기장판 쓰나요? 20 겨울추위 2011/12/16 9,796
47955 치질이라고 하나요.... 11 참는법 2011/12/16 1,950
47954 중딩 2012년도에 쓸 교과서 여쭤요 2 ^^ 2011/12/16 525
47953 아더의 크리스마스 보셨어요? 6 강추 2011/12/16 1,425
47952 목사아들돼지 김용민 PD의 12월 16일 조간 브리핑 세우실 2011/12/16 900
47951 스파에서는 어떤 수영복을 입어야 할까요? 2 스파 2011/12/16 1,063
47950 알림장 내용을 잘 모르는 아이.. 3 좋은것만닮으.. 2011/12/16 903
47949 상해로 패키지 여행가는데 그 와중에라도 상해 꼭 가 볼 맛집이나.. 5 중국 패키지.. 2011/12/16 1,394
47948 술 잘마시는 방법? 5 2011/12/16 813
47947 롱패딩 유행같은 얘기보니 유행에 민감하세요? 2 ... 2011/12/16 1,024
47946 준국책사업 종편 미스터리 ^^별 2011/12/16 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