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에 반대하고 있는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이 2006~2007년 미국측 고위인사들을 만나 한미 FTA에 찬성하는 발언을 했던 것으로 14일 밝혀졌다.
폭로전문 웹사이트인 위키리크스가 최근 공개한 주한미국대사관의 전문에 따르면 정 최고위원은 2006년 3월 17일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대사를 면담한 자리에서 “지난 53년간은 상호방위조약이 양자관계의 중요한 기둥이었다. 일단 FTA가 완성되면 향후 50년간 관계를 지탱시켜줄 두 번째 중요한 기둥이 생겨나는 것”이라고 했다.
정 최고위원은 같은 해 4월 13일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를 만난 자리에서도 “한미 FTA가 필요하며 유용하다는 콘센서스가 있다”고 했고, 이듬해 7월 11일 아태정책연구소 주최 초청 연설에선 “한국은 내부적으로는 복지제도를 강화하고 외부적으로는 FTA를 확대함으로써 미래에 생존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한국으로서는 향후 5년간 미국 및 일본과의 FTA를 완료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그는 같은 해 10월 30일 대선후보 농업정책 토론회에선 “개방 파고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국면에 왔고, 머리띠 두르고 반대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면 수세적으로 임할 게 아니라 공격적으로 개방의 파고를 넘어야 한다”고 했다.
정 최고위원은 2004~2005년 말까지 통일부 장관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을 지내며 외교안보팀장 역할을 했고, 2006년에는 열린우리당 의장을 지냈다. 여당의 의장과 대선후보 시절엔 한미 FTA에 찬성하는 발언을 했지만, 야당이 되자 FTA 비준안 처리에 대해 “제2의 을사늑약” “역사가 단죄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 13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와 관련,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에게 “대한민국 국익을 대표하는 게 맞는지, 미국 파견관인지, 옷만 입은 이완용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었다.
남경필(한나라당) 외통위원장은 이날 트위터에 “정 의원께서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 외교통상통일 문제의 실질적 책임자 아니었나요”라며 “지금 와서 저런 말씀을 하시니? 정말 이해하기 힘듭니다”라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