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조만간 외국에 가요.
어렵게 낸 휴가지만 그간 고생한 절 위해 좀 느긋하고 여유로운 휴가를 그리고 있어요.
근데 친구가 아침에 말을 거네요...(메신저로...)
모 명품 브랜드의 스카프가 절실히 갖고 싶다고 하더군요
사라고 했지요...
그러더니 왈,
백화점 너무 비싸! 하더군요...
저 왈..." 그럼 어디서 사?" 라고 대답하고 나서, 순간 움찔 했어요...
'지금 내가 자기한테 면세점 가자고 하길 바란건가?'
.
친구 왈, "지난번에 유럽갈때 사올껄 그랬어. 다음에 나갈일 생기면 면세점에서 사야지" 하더군요....
휴.....
저 지인들 외국나갈때 면세점 따라가서 자기꺼 줄줄이 사고 이런거 시러해요.
주변에 부탁하는 사람도 없고, 저도 남한테 부탁안해요.
이 친구만 부탁하곤 했었어요... 근데 몇번 해주다가 , 기초제품으로 몇개씩 그것도 자기 엄마꺼 부탁하는걸 들어주고 난뒤, 이제 하지 말아야다는 생각이 들어서
언젠가부터 제가 피하고.. 또 이 친구가 외국 나갈때, 면세점 같이 가자고 해도 제가 안갔더니
( 본인 가방 골라달라고 ... )
그 뒤로 다른친구랑 다녀요. 서로 상부상조하며 화장품, 명품 사다주고 하더군요.
처음 외국여행 다닐때는 면세점 가서 사는 재미, 보는 재미가 있었지만
지금은 면세점 가는 것도 귀찮아서 안가고
화장품도 떨어진 기초 라인만 공항가서 사요.
그 스카프가 백화점에서 50만원 중반 정도인데, 면세점에서 얼마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400불 정도 할꺼예요..제 화장품값 300불 정도 들텐데..
제가 400불 이상 초과해서 사지 말자라는 마인드가 좀 생겼어요.
투철한 준법정신까진 아니고 그냥 세관걸리는 일 생길까봐 싫어요
암튼,
백화점에서도 15% 정도밖에 차이 안나니 그냥 갖고 싶을때 사라고 말했어요
친구에겐 미안하지만 스카프는 그렇게 넘어갔어요...
근데 1~2시간 쯤 후에 말을 걸더니 또 다른 부탁을 하더군요...
최근 이 친구가 남친을 사겼어요..소개받고 사귄지 한달쯤 돼요.
전 얘기만 들었어요.
근데 친구가 남친의 패션이 맘에 안드는 거예요.
그래서 옷 선물을 사고 싶은데 사귄지 얼마되지도 않아서
자기가 옷 선물을 하면 버릇이 나빠지지 않을질것 같냐고 묻더군요.
제가 들은 얘기론 좀 순박하고 진실한 사람같아서 옷 선물하면 고마워하지,
버릇이 나빠질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했지요.
그러고서 저한테 부탁을 했어요
제가 가는 외국에 있는 특정 브랜드를 지목하며 돈을 줄테니 거기서 본인 남친 티를 하나 사다달라는거예요.
본인이 2개나 사서 주면 버릇이 나빠질것 같아서 하나는 여기서 사서 선물하고
제가 사다주는 티는 남친생긴 축하 선물로 친구가 줬다고 하며 주겠다고 하는거예요.
저 너무 황당했어요.
돈이 문제가 아니고 안면식도 없고 제 친구랑 어찌될지도 모르는 사람의 옷을 왜 제 소중한 여행에 고민하며 시간써야 하는건가요.
아무리 친한 친구라고 하지만 한달된 남자친구 티셔츠 사다달라고 부탁이 쉬운건가요?
저는 제가 쓸 물건이어도 친구한테 부탁안하는데 한달된 남친 선물을 부탁하니 제 사고방식으로는 이해가 안됐어요.
그 브랜드가 우리나라에 정식으로 수입은 안되지만 구매대행이 가능하고
오프라인 매장이 있긴해요. 구매대행하나, 가서 사나 한 2만원 차이예요
친구는 그 브랜드를 좋아하는데 제가 가는김에 좀 싸게 사고 싶었던 거지요..
제가 물건 좀 잘 골라요. 그러니 저한테 부탁해서 이쁜거 좀 싸게 사고 싶었던거 같아요.
하지만 저는 그 브랜드옷 안입고 거기 가서 사려면 이래저래 1시간은 걸려요.
그냥 지나가다가 들르면 좀 사다주면 좋지 않아요? 라고 생각하실수 있겠지만
사실 제가 이렇게 황당하고 기분 나쁜데는 그간 쌓여있던 감정도 좀 있어요...
10 년간 친구의 연애얘기를 너무 듣다보니 제가 많이 지쳤어요.
남친한테 불만과 불평을 남친한테 풀어야 하는데 말못하고 저한테 먼저 얘기하고 상담해요.
저는 차분히 남친과 얘기하고 니 마음을 말하고 정당한 요구는 하라고 늘 조언하는데
자기는 그런거 못한다며 그냥 저한테 남친 험담과 자신의 속상함을 주저리 주저리 얘기해요.
밤 11시 12시에 전화와서 울면서 남친과의 싸움에 대해서 10년간 들었으니...
아니 사실 10년 더 됐네요...
15년쯤 됐어요.. 그러니 이제 정말 저도 지칠대로 지쳤어요.
제가 요즘은 반응도 시큰둥하고 너무 귀담아 듣지 않으니 저보고 변했다며 섭섭한티를 내더군요...
아까 글 쓰신분중에
속상한일들
가족한테 전화로 하소연 하는걸
가족이 듣기 힘들어해서 속상하다는 글과 그 댓글들 보고
제가 왜 요즘 이 친구가 불편하고 만나도 즐겁지 않은지 깨달았어요...
부정적인 에너지....
그 친구는 그냥 늘 그래왔듯이 자기 속상한 얘기 했던거예요...
저는 친구가 행복한 연애를 하길 바라는 마음에 몇년을 조언해 줬지만 변하는건 없었고
늘 똑같은 패턴의 속상한 일만 얘기 였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저한테 어떤 해결책을 구한게 아니었네요...
그냥 자기 얘기를 들어줄 친구가 필요했던거 같아요.
자기의 속상함을 배출할수 있는
물건 하나 사다달라는 친구의 부탁으로 오늘 정말 많은 생각을 했네요...
앞으로 저를 좀 보호하면서 살아야 겠어요.
저 또한 제 주변사람에게 받은 부정적인 에너지를 다른사람에게 옮기지 말아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반성했어요...
아, 참고로
친구의 그 부탁에 바로 거절했어요. 이번 일은 제대로 말해야 할것 같았어요...
너의 남친이긴 하지만 안면식도 없고 너랑 어떤 인연이 될지도 모르는 사람인데
내 여행에 그분 선물 사는데 신경쓰는거 불편하다고요...
물론 너의 배우자가 될 사람에게는 예의를 갖춰서 잘 할꺼라는 말도 덧붙였어요.
친구가 웃으며 알겠다고 신경쓰지 말라고 대답했어요.
거절하고 그리 맘이 편하진 않지만 제가 잘 한게 맞죠...?
그게 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