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동생들이 집에 왔다 이제 돌 된 조카가 컴퓨터를 넘어 트렸어요.
제가 잠시 아이 유치원 차에서 내릴 때라 밖에 나갔을 때 그랬는데 아주 세게 넘어 졌다 하더라구요.
몇 시간 괜찮았는데 어느 순간 화면이 파란색으로 변하더니 자꾸 뭘 누르라고 하고
컴을 다시 키면 갈그락 갈그락 거리는 심상치 않은 소리도 들리고....
남편이 하드가 망가진것 같다며 복구하려면 돈이 좀 들겠다고 해서 불렀는데
심란한 얼굴을 하며 가져간 기사분이 하드가 다 긁혀서 복구가 전혀 안 된다고 하더라구요.
제가 돈이 얼마가 들어도 좋으니 할 수 있는건 다 해달라고 울면서 부탁했는데
무슨 연구소에 가져가서도 해 봤지만 손상도가 너무 심해 복구가 안 됐어요.
아이가 태어나 처음 저랑 만나던 순간부터 이 번 여름 휴가간 호텔 잔디밭에서 잠자리 잡느라
깡총깡총 뛰어다니는 모습까지 사진과 동영상들이 오롯이 거기에 다 있는데....
남편도 중요한 자료들이 있다고 말 했지만 남편말은 들어오지도 않고
아이 모습 지워진 것만 생각나 얼마나 서운하고 마음이 아팠는지 몰라요.
저는 싸이나 블로그도 안 해서 컴퓨터 말고는 따로 저장해 놓은 것도 없는데.....
그나마 제가 쓰던 두 개의 핸드폰과 남편 핸드폰에 찍어 놓은 사진들과 동영상, 음성녹음
그리고 동생들이 자신들의 싸이에 찍어 올려 놓은 사진들이 어린시절의 전부가 됐네요.
이제 여섯살인 저희 아들.... 남편 말대로 앞으로 더 많이 찍어 주면 되겠지만
뒤집고 기고 첫 이유식을 먹고 옹알이를 하고 막 걸음마 배워 아장아장 걷던 모습들과
졸면서도 제 젖 찾으러 이리저리 오물거리던 그 작은 입이 말 배우며 혀 짧은 소리로 하던 말들과
음정박다 다 틀려도 열심히 부르던 노래 소리, 욕조 안에서 비누방울 터트리며 목욕하던 귀여운 손가락
혼자 구석에 가서 힘주며 응가하던 빨갛게 일그러지 얼굴 전자렌지대 넘어트리고 놀라 크게 울던 모습까지
모든게 지워지자 신기하게도 제 머리속에서 선명하게 떠오르던 그 장면들 때문에 며 칠 눈물을 찍었어요.
대한민국 어디를 가도 복구할 수 없다던 기사님의 전화를 받고 유치원에서 돌아온 아이에게
"동훈아, 동훈이 어렸을 적 사진이랑 동영상이 다 없어졌데~ 그래도 엄마 마음속 머리속에는
우리 동훈이 귀엽고 사랑스럽고 이쁜 모습이 사진보다 더 많이 기억되어 있으니까 괜찮아.
엄마는 하나도 잊어버리지 않고 다 기억하고 있으니까 괜찮아~" 하며 꼭 안아 줬어요. 울면서....
아이는 제 말을 이해했는지 못 했는지 모르겠지만 절 안아주며 자기도 괜찮다고 하네요.
다시 구입한 컴퓨터는 하드가 두개 들어있어서 자동 백업이 되는 걸로 했어요.
여러분도 혹시 모르니 분산해서 자료를 저장해 두세요. 투자만 분산하는 게 아니더라구요.
잠시 잊고 있었는데 오늘 검색하다 어느 분 블로그에 아이 사진이 많이 올라온 거 보니
비도 오는데 우울한 마음에 이 곳에 털어 놓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