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는 동서가 한 명 있습니다.
제 친동생과 동갑이라, 어린 나이에 일찍 시집 와서 아이 낳고 고생하는 것 같아 정말로 동생처럼 대했어요.
제 동생은 친정 집에서 룰루랄라 놀면서 보내는데, 동서는 고생만 하는 것 같아 정말로 짠했거든요.
요리며 설거지며 과일 깎는 것 하나도 제가 시켜본 적 없어요.
전 일하고 동서는 전업이지만.... 제사 지낼 때나 명절 때나 당일에 와도 싫은 내색 하나 안 했어요.
아무튼 시어머니가 시샘할 정도로 매우 사이 좋은 동서지간이었는데요..
제 친동생이 결혼하면서 조금씩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전 동서를 친동생처럼 대하고, 정말로 뭐 하나 시키거나 하지 않거든요.
그런데 남편은, 제부에게 별 불만을 다 품는 겁니다 ;;
그냥 다 못마땅하고, 자기랑은 안 맞고, 자기 동생이었으면 패줬을 거래요.
툭 하면 제부 욕이니, 열받아서 저도 동서 흠을 잡기 시작했습니다.
제사 때에도 설거지 하나 하지 않고, 상에 음식 하나 나르지 않는다고.
김장 담글 때에도 김장 다 담그면 와서 보쌈 먹고 김장 싸가는 것 못 봤냐고.
제사, 차례 준비할 때도 전 한 번 부치는 거 봤냐고.
평소에는 나쁘게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남편이 제부 욕을 하는 바람에 욱 해서 흠을 찾다 보니....
정말로 흠이 많이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사람이란 게 그런가 봐요.
아무튼.. 그러다 문득, 중고 용품들을 파는 카페에서 동서의 글들을 보게 되고 말았습니다.
저희 아이들과 동서네 아이들이 나이가 가까워서,
아기 때부터 아기 용품들은 물론 옷, 신발, 장난감까지 전부 그냥 주고 있거든요.
제 친구들은 아깝지 않냐고 물어보는데, 전혀 아깝지가 않았어요.
어차피 저는 안 쓰는 물건, 갖고 있어 무얼 하냐 싶었고...
친구 아이들에게 줄 수도 있었지만, 형편이 좋지 않은 동서네 줘서 조금이라도 보탬이 돼주고 싶었거든요.
(헌 것만 주지 않습니다. 헌 것들 줄 때 꼭 새 것 하나씩 사서 같이 줬어요.
기분 상할까 싶어, 헌 것들 물려주는 거 기분 나쁘진 않은지 매번 확인하고 주고요..)
제가 준 것들을.. 고스란히 팔고 있더군요.
보행기며, 바운서며, 신발이며, 모자며, 장난감이며... 몽땅요.
그 글들을 본 순간, 기분이 확 나빠져 버렸어요.
사실은 친정 조카도 동서네 아이들과 같은 나이거든요.
친정 조카 줄 수도 있지만, 그래도 동서네가 더 형편이 안 좋은 것 같아서
동서네에 고스란히 주고 있는데......
오버스럽겠지만 배신감마저 들었습니다.
어차피 제 손을 떠난 거... 어떻게 처분하든 동서 마음이다...
쿨 하게 마음 먹으려고 했는데,
겨울 용품 정리하면서... 솔직히 주기가 아깝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저희도 형편이 아주 좋지는 않습니다.
양가에서 첫째..라서 얻어 입힐 곳이 없어서 사입히고 사쓰는 거고요.
또 친정 쪽에서 도움을 많이 주고 선물을 많이 줘서, 고가의 옷과 제품들도 좀 있습니다.
(버x리나 폴x 같은... 그런 것들은 조카들에게 입히지도 않고 바로 팔더군요.)
제가 기분 나빠하는 게 맞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마음이 안 좋기는 합니다.
동서는 어디까지나 동서.
딱 그렇게 선을 그어야 하나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