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이제사 영화 '도가니'를 봤어요.

큰 맘 먹고 조회수 : 3,760
작성일 : 2011-10-06 17:12:22

몇 년 전 공지영씨가 '도가니'를 연재할 때

어떤 내용인지 짐작을 했기에 짐짓 모른척 했더랬어요.

그리고 책으로 나왔을 때도 애써 외면했지요.

나이가 50이 다 되고 보니 힘들고 불편한 건 접하고 싶지가 않더군요.

영화가 되어 나왔단 말을 들었을 때도 안 볼 생각이었어요.

겁이 나더군요.

내 아이도 청각장애아이기 때문에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네요.

일반학교를 나와 이제 막 대학생이 된 아들.

장애가 있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가슴은 상처투성이입니다.

그래서 그런 이야기를 접하는 것이 꼭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것 같아서 싫었어요.

그러다가 문득 용기를 냈어요.

친한 친구 한 명 불러내어 "같이 봐 줄래?" 했더니 얼른 왔더군요.

어제 오후 4시쯤 시작하는걸 봤는데 2,30대 관객이 많더군요.

영화가 시작되고..시간이 흐를수록 객석은 무거운 적막속에 탄식소리가 흘렀습니다.

이건 슬픈게 아니고 가슴 밑바닥부터 올라오는 말할 수 없는 감정에 눈물이 저절로 흐르더군요.

영화가 끝나고 사람들이 나가는데 정말 조용하게, 숙연하게 나가더군요.

힘들었지만 정말 보길 잘했다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이 사회 구석구석에 부당하고도 기막힌 일을 당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겠어요.

그걸 이렇게 끄집어내어 글을 써 준 작가에게도 고맙고, 영화를 만들어준 감독에게도 감사하고

연기해준 연기자까지도 고맙네요.  특히 악역 맡으신 분들....

힘들고 불편한 진실에 눈 질끈 감고 외면하는 것 보다는 대면해서 싸우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는 알지만

그래도 그렇게 사는 게 진짜 삶이구나....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IP : 118.220.xxx.244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1.10.6 5:15 PM (116.43.xxx.100)

    담담하게 쓰신 글이지만..원글님 맘이..전해져서 눈물나요 ㅠㅠ
    저도 꼭 보렵니다........
    그리고 장하십니다!!아드님도요!!

  • --;;
    '11.10.6 5:17 PM (116.43.xxx.100)

    마주하고 싶지 않은 진실이지만..그냥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 2. likemint
    '11.10.6 5:16 PM (219.248.xxx.214)

    전 아직 나이가 어린데도 힘들고 불편한건 보고 싶지가 않네요.. 그래서 아직 도가니르 안보고 있어요..

  • 3. 저도
    '11.10.6 5:21 PM (59.12.xxx.61)

    어제 도가니 봤어요....그래도 누군가가 열심히 싸웠으니, 그 땐 무기력했지만 지금은 결실이 있는 거겠죠....

  • 4. 순이엄마
    '11.10.6 5:50 PM (112.164.xxx.46)

    진실을 마주하는 힘이 생기는것 그것이 어른이 되어간다는 증거 아닐까요.

    수고하셨고, 저도 이번 기회를 통해 사람을 배려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 5. ..
    '11.10.6 6:27 PM (122.47.xxx.15)

    마음이 무거워질까봐 못보고 있다가 여기 회원님들께서 그래도 보라는 글 쓰신걸 보고
    어제 봤어요.
    조금 용기 내셔서 보시길 바랍니다.
    보셔야 공감하십니다.
    어제 오는 길에 지하철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서 돌아보니 청각장애를 가진 두 학생이 수화중간에 내는 소리더라구요. 더 마음이 쨘했어요.
    가여워보인다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이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이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6. 크헉
    '11.10.6 6:41 PM (115.136.xxx.27)

    저도 공짜표가 생겨서 친구랑 간 건데요. 보면서.. 옆의 여자분은 내내 울고..
    앞의 관객분은 계속 욕하시고.. ㅡ.ㅡ 큰소리로..

    아. 정말 보는 내내.. 진짜 너무 불편하더라구요..
    원래 인생도 우울한데 그거 보고 나니 더 우울했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1617 신지호..현대모비스를 물로 보는 듯? 1 zz 2011/10/07 3,358
21616 오늘 백토 한마디 평 3 참맛 2011/10/07 3,426
21615 강서구 우장산역으로 이사를 하게 됐는데..도움좀... 3 이사 2011/10/07 5,037
21614 백토, 나경원 선거지원하러 나온 거 맞나요? 30 참맛 2011/10/07 10,513
21613 100분 토론 평가.....ㅋㅋㅋㅋ 9 그루터기 2011/10/07 4,390
21612 어린이집 다니는 29개월 아이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할까요? 15 못난엄마 2011/10/07 5,639
21611 예뻐지는 방법좀 알려주세요^^;; 33 ........ 2011/10/07 11,582
21610 산후조리 2 콩쥐 2011/10/07 2,712
21609 백토 보고 계신분. 저 새* 누구에요? 9 에휴 2011/10/07 5,302
21608 최재천 잘하네요 ㅋㅋㅋㅋㅋ 3 ㅇㅇ 2011/10/07 3,495
21607 중학교 중간에 이사갈경우 1 중학생 2011/10/07 2,894
21606 양상추..요리 아세요? 6 양상추 2011/10/07 10,296
21605 수안보온천 추천요망- 한화리조트 vs 파크호텔 2 moo00 2011/10/07 7,236
21604 놀이방 매트가 아이들 성장에 방해가 될까요? 5 이클립스74.. 2011/10/07 3,471
21603 신세계 상품권, 달로와요 사용가능한가요? 3 마카마카롱롱.. 2011/10/07 3,509
21602 인터넷으로 철학 강좌 들을 수 있는 곳 있을까요? 5 꿀벌나무 2011/10/07 3,088
21601 층간소음 억울해요.대체 어떻게 된걸까요? 4 억울해 2011/10/07 3,892
21600 중1 아이 neat 대비하려면 어떤 영어공부를 해야하는건가요? 1 두아이맘 2011/10/07 3,596
21599 뿌리깊은 나무 보셨어요? 28 joy 2011/10/07 8,871
21598 전세 계약서 1 라일락 2011/10/07 2,752
21597 민주당의 야합과 배신 1 알콜소년 2011/10/07 2,461
21596 有진성호의원 박원순 월세 공격하다가, 나경원 평수를 물으니 ㅋㅋ.. 5 참맛 2011/10/06 7,644
21595 배란일이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나요? 4 .. 2011/10/06 7,300
21594 손톱 자르면서 옆에 각질있는거 잡아뗐더니 12 어떡해 2011/10/06 6,741
21593 어제 `짝`을 보고... 14 32323 2011/10/06 5,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