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애들 재워놓고 설거지 하면서 후회를 시작합니다.
더 상냥하게 대할걸.. 굳이 화낼 필요 없는 일이었는데..
일은 좀 나중에 하고 아이가 바라는걸 먼저 해 줄걸.. 뭐 그런 후회들이죠.
많이 큰 아이들 이야기가 아니고,
31개월 큰애와 5개월 작은애를 향한 후회에요.
더 솔직히 말하면 바로 큰아이에 대한 후회지요.
저희 큰딸,
지금까지 자라면서 크게 아파서 걱정시킨 적도 없었고,
잠 자는거, 먹는거, 어느 정도 굴곡은 있었지만 비교해 보면 이렇게 잘 해준 아이가 없어요.
지난 여름에 기저귀를 뗐는데 뗀 후로는 실수 한번도 하지 않고 잘 가려준 아이지요.
말도 잘 해요. 노래를 한번 들으면 곧잘 따라서 부르기도 하고, 많이 치대지 않고 종종 혼자 놀기도 잘 해요.
26개월 차에 동생을 봐서 마음도 많이 속상하고 서운할테니 어느 정도 아이다운 시샘을 부리기도 하지만,
작은애가 앙앙 울면 저보다 먼저 돌아보고 토닥여 주는게 저희 큰아이에요.
그런 저희 큰딸에게 저는 사소한 일에도 화를 내고,
아이다운 속도로 느리게 반응하는걸 재촉하면서 화를 내고,
밥을 꼭꼭 안씹는다고, 잠자리에 누워 금세 잠들지 않는다고 화를 내고.
정말 지나고 보면 늘 후회하면서도 그 순간에는 생각보다 말과 행동이 먼저 화를 내게 되네요.
밖에서 종종 저희 큰딸 개월수와 비슷한 아이들을 만나면
그 아이들도 딱 그 개월수에 부리는 고집과 떼를 쓰고 있지요.
그러면 저는 그 아이들을 보고 싱긋 웃으며 잘도 말해요.
어~ 속상했구나, 어~ 이게 하고 싶어?, 응응 천천히 해.. 뭐 이런 말도 해요.
남의 아이에겐 이렇게 친절하고 자상하게 대하기가 쉬운데
정작 제 아이가 그와 비슷한 고집을 부리고 떼를 쓰고 뭔가 느리적거리고 있으면
저는 또 화를 버럭내지요. 내 아이라고 해서 내 소유는 아닌데, 그걸 머리로는 잘 알고 있으면서도
몸과 마음은 너는 내 아이다, 내 소유다, 그런 생각이 있으니 내것이 그러면 안되지! 하는 마음으로 훈육을 먼저 하지요.
오늘도 자잘한 일로 야단을 치고, 아이는 풀이 죽고, 저는 또 이렇게 후회를 하고.
이 후회하는 마음을 꼭 기억했다가 화내지 말아야지, 욱하지 말아야지, 아이 마음을 먼저 읽어줘야지,
수백번 다짐을 해도, 어찌 그리 실행하기가 어려운지요.
아직은 어린 아이라 이 정도지,
계속 이렇게 나가다가는 아이가 학교에 들어간 다음에
공부때문에 또 닥달하고 인상쓰고 아이를 몰아세우는 딱 그런 엄마가 될 것 같아 두렵습니다.
제 마음을 비우고, 저를 내려놓아야 제 아이가 정말 행복해 질 것 같은데,
어찌 이리도 그게 어려운지요.. 왜 꼭 후회할 언행을 계속 반복하는지요.
훗날, 제 아이들이 좀 큰 후에,
저와 비슷한 모습을 한 후배 엄마들을 보면
나중에 후회할거다, 그맘 때는 다 그런다 조언을 두겠지만..
왜 저는 저에게는 그렇게 조언을 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어찌해야 저를 온전히 내려놓고 제 아이들을 더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