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보고 오해 하신 분 있으셨으리라~
저 가사도우미예요
일주일에 세 번 반나절 일해요
남편이 월300버는 걸로는 양가 부모님 생활비 보태고
도저히 저금을 조금밖에 못하겠는 거예요
아직 집도 없구 모아둔 재산도 없어요
제가 불임치료 오래 받다가 두 아이를 터울많이 나게 낳는
바람에 육아기간이 길어졌어요
20년 동안 전업한 40중반이 아이들 집에 오기 전에 할만 한 게
가사도우미더라구요
용기를 내서 시작한 지 2년이 다 되어 가는데...
남의 집 일이라는 게 일이 어려워서 힘든 것 보다는
참 신경이 많이 쓰이네요
청소를 해도 우리 집은 시간여유나 내 컨디션 따라
꼼꼼히 할 수도 있고, 바쁘면 대강 해도 되는데
의뢰인 집은 구석구석 머리카락 한 올 없이 완벽하게 해야하지요
밀대걸레로 닦고 또 손걸레 들고 구석구석 살피면서 닦아요
욕실도 두 개 모두 락스 소독하고 세제뿌려 반짝반짝 청소하고
물기까지 싹 닦아놔야 완성이 되는 거죠
행주도 꼭꼭 눈부시게 삶아놓고,
빨래를 갤때도 각 잡아서 반듯하게 개어놓고..
이불빨래도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하고(우리 건 한 달에 한 번?)
갈 때마다 반찬과 국도 다양하고 입맛에 맞게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도 커요
(이것땜에 키톡을 들어가요)
내 식구들은 맘 편하게 만들지만 남의 가족 먹을 건
두 세배 신경이 쓰여요. 잘 드셔주신 건 감사히지만..
다음에 갔을 때 음식이 남아 있거나 하면 몹시 죄송한 마음이 들어요
신경써서 4시간 30분 어떤 땐 5시간 일하고 -제가 손이 느린건지..10분도 쉴 여유가 없어요
돌아오면 정작 우리 집안 일을 할 에너지가 없어져요
일하기 전에는 아이들 간식도 신경써서 만들어 주고
저녁식탁도 풍성하게 준비했는데...
이젠 대충대충 때우게 되네요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이예요
피부가 약한 편이라 양 손은 주부습진이 가득하고...
남편이 새벽에 나가는 직업이라 새벽에 일찍 일어나야 해서
하루에 5시간도 채 못 자요.
늘 수면부족이라..
저도 아침식사만 해 주는 도우미가 있었음 정말 좋겠단
생각이 들어요
남편은 힘들면 그만두라 하지만...
지금은 사교육 없이 스스로 공부하는 큰 애가
내년에 고등학생 되면 돈 들어갈 일이 더 많을텐데..
그만둘 수가 없네요
일하러 가기 전날은 저녁부터 마음에 부담이 오기 시작해요
제가 원래는 덜렁인데.. 책임감있고, 남에게 피해 안끼치려는 성격이라 그런가 봐요
맞벌이 하시는 분들 참 힘들겠단 생각 많이 들더라구요
오늘도 일하고 와서 점심도 거른 채... 82에 들어와
그냥 넋두리 해 보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