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세관 통과하는 얘기 읽다가 생각나서 제 애기 하나..

구구 조회수 : 4,348
작성일 : 2011-10-04 15:17:33

엔화가 100엔에 800원 하던 시절에
신입인데 어케 일본 출장갈 일이 생겼었어요.
해외 나가본 적도 없지만
그래도 일본에 쇼핑하러 간다는 소리는 많이 주워들은 터라
가면서 엄마 선물 뭐 사다드릴까? 하고 여쭤봤더니
그냥 됐다 하시더라구요. 네 꺼나 맘에 드는 거 사라고...

그런데 돌아오기 이틀 전에 엄마랑 통화하는데
"지금 일본이 가방이 싸다며?" 이러시는 ㅋㅋㅋ
엄마 ㅠ.ㅠ 
나 일본어도 못하고 지리도 모르고 돌아오기 이틀 전인데...
일주일을 있었는데 미리 얘기나 하시지~ ㅠ.ㅠ

아마 주변 친구 분들이 바람 넣으신 거 같은데... 
그냥 이번이 생색낼 기회다! 하고 엄마에게 제대로 된 선물 하나 하려고
출국 전날 하루 종일 우에노시장부터 이름도 기억 안나는 백화점들을 돌았어요.

근데 제 주머니 사정엔 엔화가 싸도 비싸더라구요. 
전 구찌랑 샤넬이 그렇게 비싼 건지 그 때 알았어요. ㅎㅎㅎ

가격에 디자인까지 생각해서 찾으려니 영 만만치가 않아서
하루종일 걷다 지쳐 포기하려던 찰나에
행사장 같은 곳에서 가방 하나 발견~!
에르메스의 유명한 디자인 비슷한 버버리 가방이었는데
갈색에 차분하니 여기저기 잘 어울리겠더라구요.

그런데 사면서 엄마 선물할 생각에 제가 들떠서는 일주일 동안 배운 일본어로
"오까상노 프레젠또데쓰. ^^" 했더니
점원분이 곱게 포장해서 리본까지 달아주시는 거예요.
괜찮다고 말하라 타이밍을 놓쳐서 일단 그대로 들고 왔는데
세관단속 때문에 포장 포기하고 가방만 들고 가야 한다는 건 들었었거든요.
근데 제대로 된 첫 엄마 선물인데 포장을 포기하기가 싫은 거예요.

제 가방도 자라에서 하나 샀기 때문에 합하면 40만원이 조금 넘었거든요.
근데 버버리 가방은 40만원 안넘으니까 영수증 보여주면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제 자라 가방은 메고 엄마 가방은 당당히 리본달고 세관을 통과하려는데....

여자 세관원 분이 절 부르시더라구요. ㅎㅎㅎ
회사 분들 선물하려고 면세점에서 일본빵 두 박스 샀었는데 그거 먼저 뭐냐 물으시고
그 뒤에 가방 박스 가르키면서 이건 뭐냐 물어시더라구요.
그래서..
"가방이요. 엄마 선물이예요~ ^________^" 
했더니 웃으시면서 영수증 있냐 물어보시더라구요.
그래서 챙겨놓은 영수증 보여드리고 통과했어요.

근데 나중에 생각하니 좀 웃기더라구요.
그 때 세관원분도 어린 애가 엄마 선물이라고 하니 
크게 깐깐하게 안 보고 넘어가 주신 것 같아요.
엄마 선물이라고 말하는데 정말 제가 신나서 입이 막 벌어지더라구요. ㅎㅎㅎ

누군가에게 선물하면서 기쁘다는 게 어떤건지 그 때 진심으로 느꼈어요.
엄마도 기대 안 했는데 보고 좋아하시고
저도 엄마한테 이거 버버리 명품이라고 으시댔는데
알고보니 그게 블루라인이던가? 일본에만 있는 저렴라인이라
딴 데서는 버버리로 쳐주지도 않는다더라구요.
제가 그런 걸 잘 몰라서리....
어쩐지 싸더라 ㅎㅎㅎㅎ

엄만 아직도 모르세요.
더 좋은 거 사드리기 전까진 말 안하고 버티려구요. ㅎㅎㅎ

40만원 넘어갔는데 신고 안한 건 잘못했어요. ㅠ.ㅠ
이젠 안그럴께요. 그지라 해외 나가고 싶은데 나가지도 못해요. 흑~
IP : 210.90.xxx.3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jk
    '11.10.4 3:20 PM (115.138.xxx.67)

    세관원도 인간인데요.. 뭘...

    원래 그렇게 애매한 금액의 경우 잘 안잡아요.

    40만원의 2배정도 넘어갔어도 안잡히는 경우가 많아서리
    걔네들도 그렇게 꼼꼼하게 일하지는 않죠... ^^ 어찌보면 불공평하잖아요?
    100만원 넘은 경우도 안잡히는데 40만원 아슬아슬한 경우라면 걍 보내주는거죠

  • 구구
    '11.10.4 4:08 PM (210.90.xxx.3)

    비슷한 시기에 저보다 조금 더 샀던 친구가 잡혔었거든요.
    글서 제가 더 운 좋게 느껴졌나봐요. ㅎㅎ

  • 2. tods
    '11.10.4 10:40 PM (208.120.xxx.175)

    착한 따님이시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1353 이사청소해야되는데.. 3 저예요 2011/10/05 3,002
21352 분만, 출산에 대한 공포... 24 ..... 2011/10/05 3,951
21351 초3 과학..아이혼자 공부했더니...60점 9 아들아!! 2011/10/05 3,746
21350 직장상사가 "야"라고 부르네요! 10 희망 2011/10/05 4,236
21349 이혼하신 분들, 직장에는 어떻게 말씀 하시나요? 2 고민중 2011/10/05 3,076
21348 초등4남, 티비와 컴 시간 어느정도 되나요? 8 고민 2011/10/05 2,404
21347 왜 장터 글이 안올라가나요? 왜??? 2011/10/05 2,235
21346 털 조금 달린 옷들 세탁 방법... 5 세탁 고민중.. 2011/10/05 7,705
21345 SAT 시험장소 KIS SFS SIS 2 pianop.. 2011/10/05 3,424
21344 아이 키우시는 분들..요즘 해산물 어떻게 하세요? 2 먹는거 너무.. 2011/10/05 2,551
21343 중국인 중에서도 옳은 말 하는 사람이 있군요 운덩어리 2011/10/05 2,337
21342 7세 태권도 품띠 얼마나 걸리나요? 3 elli 2011/10/05 5,824
21341 목동 교정치과 문의 7 고른 이 2011/10/05 4,066
21340 아침으로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거 뭐 있을까요? 12 아침식사 2011/10/05 4,515
21339 당신이란 사람은 너무 좋아서 갖고 싶은거 보다 잃을까봐 무서운 .. 3 나에게 있어.. 2011/10/05 3,326
21338 올겨울미서부가족여행을 계획중인데 조언부탁해요 5 *** 2011/10/05 2,603
21337 백정 산발한 머리 같은.. 7 친절 2011/10/05 3,047
21336 슬픈 졸업여행 1 쉰훌쩍 2011/10/05 2,617
21335 일반우편은 보통 며칠이나 걸리나요 5 장터구입 2011/10/05 11,781
21334 제가 학생일때는 엄마의 관심이 역기능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았어.. 1 ..... 2011/10/05 2,676
21333 가정집 일반집에서 사업자 등록안내구 장사하는사람들? 5 사업자 2011/10/05 6,207
21332 스맛폰 와이파이가 갑자기 안 잡히는 건..? 3 ㅇㅇ 2011/10/05 2,758
21331 중3딸아이. 손발이 너무 차요 5 가을하늘 2011/10/05 3,204
21330 "평생을 베풀며 살았는데…" 대리운전 목사, 길에서 눈감다 5 세우실 2011/10/05 3,268
21329 서먹한 사이인데 집초대 받았어요. 뭐 사갈까요? 5 + 2011/10/05 3,5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