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해 줘야 한대도.. 사실 해 주기 어려울 것 같은데 ..
31개월 큰애를 내년 봄에나 어린이집 보낼까 하고 그냥 데리고 있어요.
그런데 5개월 된 둘째가 있다보니 큰애한테 신경을 다 써 줄 수가 없고 주로 방치해 놓는데요.
애는 나날이 커 가고, 호기심도 왕성해지고, 뭐 하고 싶어하는 것도 많아지고 그러는데
제가 집에 마냥 데리고만 있는게 좋은걸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렇다고 아주 부지런하고 창의적인 엄마도 아니라서 엄마표 미술이라든가, 엄마표 영어공부 이런건 꿈만 꿔요 ;;
요즘 큰애를 좀 관찰해 보니,
아침에 일어나서 장난감들과 인사하고 좀 놀다가 아침 먹고.
둘째 일어나서 제가 챙기는 동안에 교육방송 좀 보고,
그러다 또 블럭이나 책 뒤적이며 놀다가 침대에서 이불 뒤집어 쓰고 놀다가..
점심 때 되면 밥 먹고 낮잠 한숨 자고..
오후에도 오전과 마찬가지로 장난감 좀 가지고 놀다가 그림 좀 그리다가
이도저도 안되고 심심하면 인형 껴안고 그냥 바닥에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날씨가 좋고 작은 애 컨디션도 좋으면 두 녀석 데리고 동네 한바퀴 산책이라도 다녀오는데,
요즘 같아선 날씨가 영 걱정스러워 이틀에 한번 나갈까 말까 하구요.
참, 문화센터는 일주일에 세번 다니긴 하는데 애들 수업이니 오전에 겨우 40분 정도.
그것도 홈플러스가 바로 집 앞이라 외출같지도 않게 그냥 한시간 정도 나갔다 오는게 다에요.
그러다가 저녁 때 되면 또 밥 먹고, 목욕 하고, 아이 챌린지 하니까 호비 dvd 한번 보고.. 그리고는 자요.
아~주 단조로운 생활의 연속이라서,
어쩔 땐 이렇게 변화없는 하루하루를 보내는데도
용케 생각이 자라고 말이 늘어나는게 신기하다! 싶을 정도에요.
숫기도 좀 없고 소심한 성격이라 동네 놀이터에서 자주 만나는 또래 아이들과도 쉽게 놀지 못하고
그렇다고 집에서 제가 마구마구 재미있게 놀아주지도 못하고,
그저 밥 때 밥 안굶기고, 밤에 잘 자라고 토닥여주고, 때 되면 씻겨주고. 그게 제가 해 주는 다에요.
제가 막 상냥하고 친절한 엄마냐, 그것도 아니거든요. 친구같은 엄마는 정말 꿈같은 소리구요.
그러면서도 내년 봄에 어린이집 보내는 것도 좀 이르지 않을까, 겨우 네살인데.. 그런 생각도 들구요.
집에서 뭘 좀 재미있게 해 줘볼까 싶어도 둘째 보랴 살림 하랴, 뭐 하나 제대로 하는것도 없이
아이만 집에 데리고 있는 것도 또 아닐 것 같고..
이래저래.. 마음 속으로 혼자 정해놓은 내년 봄이 다가오니 마음이 시끄럽네요.
좀 더 부지런하고 느긋하고 관대한 엄마가 되어서 집에서도 충분히 재미있게 지낼 수 있게 해 주면 될텐데...
그게 또 마음먹은대로 잘 되지 않으니.. 이거 참..
갓난이 때는 제대로 크고 있나 걱정이더니, 밥 잘 먹고 건강히 잘 지내고 있으니 또 다른 걱정이 이어지고,
엄마는.. 정말 어려운 자리에요.. 어려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