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음식을 잘 못해요.
결혼20년차인데도 그래요.
친정엄마가 안계셔서 배우고 크지도 못했고
시어머니도 음식솜씨가 안좋으셔서 배우지 못했어요.
(명절에 내려가면 먹을거 암것도 없다고 하소연하는 분들 계시잖아요? 제 시엄니도 그래요.할줄 아시는게 없어요)
더 정확히 말하면 못한다기보다 흥미가 없다고 하는편이 맞는거 같아요.
소질도 없구요. 소질이라는건 어떤 재료를 보면 만들고자 하는 메뉴가 막떠올라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거든요.
그러다보니 시장가도 살게 없어요.
하지만 손맛이 꽝인건 아닌거 같아요.
왜냐하면 뭘 만들면 맛이 없는건 아니거든요.
잡채,미역국,된장찌개,멸치볶음,나물무침,,,뭐 그런건 하면 맛이 없진 않아요.시간이 많이 걸리긴 하죠
(친구나 남편이나 제 아이들이나 맛있다고 하거든요)
그런데 별로 하고 싶지가 않아요.
고구마줄기를 보면
아, 저거사다 데쳐서 들깨가루 넣고 조물조물 볶아 먹어야겠구나...하는 생각이 나야 하는데
다듬고,데치고,볶고,, 하는 그과정이 생각만 해도 머리 아프고 하고 싶지가 않아요.
정말 흥미가 없어요.
대신 집안이 깨끗한걸 좋아해서 청소를 하고 빨래를 삶고,,하는 과정들은 열심히 해요.
여기에서 남편의 불만이 생겨요.
자긴 집이 더러워도 주방에서 음식 만드는걸 좋아하는 마누라와 살고 싶다는거에요.
청소에만 관심이 있고 음식에는 관심이 없다고 닥달을 하는데 그게 사람힘으로 안되더라구요.
하기 싫고 흥미가 안생기다보니 주방이 싫어요.
남편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건 아니에요.
옛말에도 음식솜씨 좋은 여자는 소박을 맞지 않는다는 말도 있잖아요..
저도 요리솜씨 좋은 사람들이 정말 부러워요.
제가 노력을 안한건 아니에요.
요리 배우러도 다녀보고,요리책도 집에 많아요.
그런데 흥미가 생기질 않아요. 정말 생기지 않아요.
게다가 남편이 입이 짧아요.
사실 아이들 밥은 여러반찬 필요없이 주로 한가지씩 해주거든요.
예를 들어
미역국이나 콩나물국,된장찌개 같은 국물 한가지에
볶음밥(새우볶음밥이나 김치볶음밥같은거)을 주던가
고기를 구워주던가 칼국수나 떡국을 끓여주던가,,,그렇게 줘요.
요리에 관심이 없으니 반찬을 여러가지 만들고 그러질 못하거든요.
그런데 남편은 그런걸 안먹어요.
조기나 갈치구이는 비린내가 역해서 안먹겠다,,
밀가루 음식 싫어하니 라면이나 칼국수,떡국 안먹겠다..
콩나물무침이나 고구마줄기무침도 싫다...
자기는 오직 보글보글 끓인 된장찌개와 김치만 있으면 된다...에요.
그렇지만 제가 3일만 그렇게 주면 안먹죠. 질린다고.
거기다 일주일내내 거의 술을 마시니 밥도 꼭 한숟갈만 달라고 해서 그것도 남겨요.
힘들게 주면 꼭 밥 남겨놓는 사람,,정말 싫어요.
거기다 기름 드글드글?끓는 삼겹살은 무지무지 좋아해요.
제가 검은콩,검은깨,들깨 가루로 미숫가루를 해 놨어요.
꿀한술 넣고 그것만 타먹어도 단백질 섭취가 될텐데 그런것도 싫어해요.
음식은 남편과 나의 끊이지 않는 싸움이 되고 있죠..
만나는 사람한테마다
'자기는 청소 잘하는 사람보다 밥하는걸 좋아하는 사람과 살고 싶다;,,고 노랠 불러요.
얼마전엔 초등학교 카페에다가도 글을 올려 놨더군요.
'청소보다 밥하는 마누라와 살고 싶다',,고 (정말 기분 나쁘고 자존심 상하더군요.)
정말 어이도 없고, 화도 나고,남편자체가 싫어지더군요.
저도 지쳐요.
남편한테 그랬어요. 노력을 해도 안되는게 나도 힘드니까 차라리 이혼을 하자고,,
이혼하고 음식이 취미인 여자 만나서 새로 살라고...
어깃장에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그러고 싶어요.
맨날 '밥,밥' 하는것도 지겹고, 이사람저사람 한테 그러고 다니는것도 지겨워요.
저라고 남편한테 불만이 없겠어요?
그렇지만 전 누워서 침뱉기라 남한테 남편흉 안보거든요.
어찌보면 남편이 불쌍하기도 하죠.
자상하지 않은 엄마에, 음식솜씨도 없는 엄마한테 커서 나름 로망이 있었을텐데
아내도 음식에 흥미가 없는 사람을 만났으니 운이 없기도 해요.
평일엔 내내 술마시고 12시에 들어와 잠만 자고 나가고
주말에나 집에 있죠.
그러니 주말에라도 집밥이 먹고 싶다는데
전 주말엔 더하기 싫어요. 평일에 내내 애들 밥해주느라 고민고민인데 주말되면 저도 싫거든요.
오늘부터는 청소도 안하려구요.
음식엔 흥미가 없어도 집이라도 깨끗하니 그나마 낫다...라고 생각해주면 좋은데 그렇지 않으니까
집도 더럽고,음식도 안하고 그냥 냅두려구요.
저,,,참,,,못됐죠?
사실은 저도 괴로워요.자괴감도 생기고 힘들어요.
나이가 어린것도 아니고 오십이 가까운 나이에 이러네요...
남편은 화가 나면 말을 안해요. 절대 먼저 사과라는것도 모르죠.
그러면서도 자기는 늘 저한테 잘해준대요.
참,,,이상한게,,,
저는 잘해준다는 느낌이 없는데 본인은 잘한다고 우겨요.
받는사람은 받은게 없다는데 주는사람은 줬다고 우기는거죠.
제가 젊은날이 후회되는게 일을 안한거에요.
열심히 노력해서 평생 직업을 가졌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하고 전업을 하다보니... 더 할말이 없어요.
돈이라도 있으면 사람이라도 쓸텐데,돈도 못버니 그러지도 못하고,,,
제가 요즘 좀 아파요. 아픈게 낫고 나면 다시한번 요리학원에 가려구요.
한식자격증 공부를 하면 나아질까 싶어서 이번엔 취미나 생활요리가 아니라
정식공부를 할까 싶어요...그런데 속마음은 겁나요..잘할수 있을까...
기분이
참,,,슬..퍼..요..
사랑한다고 믿고, 사랑해서 결혼한 사람이 주는 상처가 가장 아프네요..
가슴에 뭔가 꽉 막혀서 답답해요.
제가 너무 오래 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 잘하고 있다는거 아니니 댓글 아프게 쓰지 마세요.
그리고 감정이 격해서 쓴거라 좀 있다 삭제할지도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