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30대 중후반이고, 제가 고등학교 땐 멘토, 이런 용어는 잘 안썼던 듯 해요.
요즘 고교생들도 그렇겠지만 저도 진로에 대해 무지하게 고민했었죠.
사실 공부를 제법 하는 편이었는데 저는 늘 예술 계통으로 목말라했고
집안재정파탄+예술적 재능없음+그러나 공부는 괜찮음 삼박자로 당연히 그 계통으로는 못갔죠.
무조건 약대가라는 아빠의 강요때문에 좌충우돌하다가
제가 하고싶었던 상업미술에 대한 책을 쓴 저자한테 긴긴 편지를 썼어요.
제가 이러이러한 사정인데 아빠의 강요를 뒤로하고 그 길을 걷는건 어떤지 조언을 구했어요
그 분께 편지 쓴 이유는 그분도 처음엔 비 전공자였는데 직장이 그 계통이라 그쪽으로 나아가신 분이었거든요.
아뭏든 별 기대는 안하고 속풀이하듯이 써보낸 편지에 한 참 후 답장이 왔어요.
달필 손글씨로 몇장이나 적은 글인데(바보같이 원본 잃어버림;;)
내용은 이길은 힘든 길이니 아빠가 권유하는대로 하고, 정히 미련이 남으면 인생은 기니
나중에 도전해도 늦지 않다 였어요.
꼭 그분 의견을 따라야지! 한건 아니었지만 약대를 갔고 지금 즐겁게 직장생활 하고 있습니다.
정말 고마우신 분 아닌가요? 지금도 가끔 떠올리면, 고민에 빠진 얼굴도 모르는 고등학생의 황당한 긴 편지에
그리 정성스레 답변주신 건(내용은 차치하고) 참 선한 마음에 나온 듯해요
저도 얼굴 모르는 타인에게 이렇게 선의를 베풀 줄 아는 사람이 되고파요.
82엔 그런 분들 이미 많으실 것 같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