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개월, 5개월 두 딸이 있습니다.
저는 제 아이들이 자매라서 너무 좋아요.
만일 첫 애가 아들이었다면 둘째도 아들이길 바랐겠지만
큰애가 딸이어서 이왕이면 동성으로 키우는게 나을 것 같아
둘째 임심 때 내심 딸을 원했고, 그게 제가 원한다고 되는건 아니지만 둘째도 딸이에요.
남편은 시어머님께서 위로 딸 넷을 낳으시고 막내로 낳은 외아들이구요.
시부모님이 대놓고 아들 바라는 분들은 아니시지만 큰애도 둘째도 딸이라고 하니 내심 서운해 하셨지요.
남편에게는 셋째 생각은 정말 없는거냐 몇번 묻기도 하신거.. 저는 알면서도 그냥 모르는 척 했어요.
제가 아들을 바라는건 아니지만 그런 시부모님 마음을 알기에
다른 사람은 몰라도 시부모님이 서운해 하시는 점, 그건 이해하고 있어요.
그런데 오늘 점심 때 남편이 그러네요. 셋째도 낳자구요.
그래서 저는 싫다. 애들은 둘로 끝내겠다. 자꾸 미련 갖지 말라, 나는 정말 미련없다.
그랬더니, 남편이 그럽니다.
"대는 이어야지!"
.......................
저요. 혀 끝까지 '뭐 대단한 집안이라고 대를 이어?' 소리가 나올 뻔 했지만
할 소리가 아니기에 그냥 삼켰습니다.
셋째를 가진다고 아들이랄 법도 없지만, 만약 셋째가 아들이라면
저희 시부모님 아주 드러내놓고 너무너무 좋아하시며 데려다 키워주실 분들입니다.
저희 큰애, 작은애는 이제껏 명절 때 외에는 보신 적도 없는 분들인데요.
시부모님께서 제게 아들 생각없느냐 물으셨으면 이렇게 서운한 마음이 안들었을텐데,
남편이 그렇게 말하니 참 할 말이 없더군요.
오랜 악습에 의한 교육의 여파인지 제 머릿속으로는 '나는 아들도 못 낳은 여자'라는 말만 떠오르구요.
점심 잘 먹고, 남편 몇마디에 기분이 너무 씁쓸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