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바로 위에 오빠있고 바로 아래 남동생이에요.
자매는 나이터울이 좀 있구요. 전 50대..
손위 올케는 어쩌다보니 저보다 5살 아래예요.
당연히 큰올케에게 처음부터 꼬박꼬박 존대말..
손아래 올케도 나이 어리지만 지금까지 계속 제가 존대말하고 있어요.
어쨌거나 부부들끼리 잘 살아주는 것만도 고마워서
제가 하고 싶은 말 많아도 정말 한마디도 한적 없구요,
부모님 생신이나 명절때도 고맙다는 표현만 했어요.
큰올케도 따로 살고, 일하고 있어서 바빠서 우리 친정에 별로 들리지 못해도
그저 둘이 잘 사니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한마디로 시누노릇 한적은 한번도 없었습니다.
이번에 친정에 들려보니 팔순 넘으신 어머니가 자리를 보전하고 누워만 계시더군요.
침대를 화장실 입구에 두시곤
화장실만 겨우 짚어서 다녀오시고 다시 침대로 누우시는 생활이구요,
침대에서 일어나거나 눕는 것도 부축을 받아야 간신히 하실 정도예요.
어르신이 이렇게 자리를 보전하고 눕기 시작하면 근육이 빠르게 퇴화하기 때문에
나중엔 기력이 회복해도 일어나기 힘든 상황이 되시죠.
삶의 질이 확 떨어진채 여생을 보내셔야 하기 때문에 어떤 조치가 필요하겠다 싶었어요.
제가 아버지께 짧은 기간만이라도 요양기관에 모셔서 재활훈련을 받으시고
다시 집에 오시면 어떻겠느냐고
제가 요양기관을 알아보겠다고 하시니
아버지께서 극구 반대하시면서 어머니가 디스크가 있어서 재활훈련을 받을 상황이 아니라고..
아버지생각으로는 디스크 수술을 받아야 할 것 같다고..
제가 지금 어머니께서 어찌 수술을 받으시겠느냐고만 했어요.
어제 우리 큰올케가 전화를 하더군요.
아마 우리 올케가 제게 전화를 한건 올케가 결혼한 이십여년동안 이번이 세번째일거예요.
집안 행사 같은건 언제나 오빠가 문자를 했어요.
(저는 그래도 하나도 서운하거나 섭섭한 마음 없어요.
그저 오빠랑 둘이서 잘 살아줘서 고맙다 싶은 마음 뿐이예요)
올케 말이, 저보고 알고는 계셔야 할 것 같다면서
아버지께서 갑자기 어머니가 디스크 수술을 받아야 하겠다고 하신다면서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고 자기는 놀라워서 모두들 알고는 계셔야 할 것 같아서 전화를 한다고..
그런데 올케의 말을 듣다보니
올케는 제가 며칠 전에 친정에 들려서 마치 디스크 수술을 받으라고 부추긴거 아닌가 의심하더라구요.
그걸 묻고 싶었으면
혹시 내가 디스크 수술에 대해서 말씀을 드렸느냐고 묻든지
어머니 요양 내지 간병을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고 내 의견을 묻든지 해야 하지 않겠어요?
올케의 숨겨진 마음을 읽으면서 전화를 듣다보니
질문도 아니고, 의견을 구하는 것도 아니고,
자신이 속으로 아마 이럴거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겉으로 하는 말은 알고는 계셔야 할 것 같다고 하는 말이 싫어서
제가 그냥 얼핏 아버지께서 디스크 말씀을 하긴 하셨지만
딱 하겠다고 하신 건 아니고 재활치료가 지금 어려운 상황이라고 하면서 말씀하셨다.. 하고
그냥 좋게좋게 인사하고 끊었어요.
지난 이십여년동안 제가 알고 있어야 할 일들...
올케가 말해준 적도 없고 말해줄 필요도 여태는 없었어요.
친정 일인데 제가 모를까요.
멀리 살지만 나름대로 시간나면 들리고
어머니 누워만 게셔도 어머니 통장으로 매달 용돈도 이체하고 있어요.
올케한테 제가 뭔 며느리 노릇 바라는 거 없습니다. 시누노릇 하고 싶지도 않구요.
단지 올케가 이렇게 알고 계시라고 이해를 구하는 것처럼 하면서
혹시 디스크 수술 하시라고 내가 했느냐고 묻는거..
참 듣기 싫더군요.
왜 똑바로 속시원히 묻지 않고 이렇게 말하는 걸까요.
묻고 싶은거 묻고 서로 의견을 편안하게 내자면 좋을텐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