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싱글인데 냉장고는 큼직한 양문형 냉장고를 데리고 살아요 ㅋ
냉장고가 큼직해야 뭐든 이것저것 쌓아두고 살기가 좋기 때문에 그래요
특히 전 냉동실을 잘 활용하는 편인데요.
정말이지 별의별게 다 들어있는 걸론 모자라,
(최근엔 냉장고 문을 열면 '후두둑'하고 비닐봉지에 담아뒀던 음식물이 떨어지기도 하더라구요 ㅡ.ㅡ)
온갖걸 다 만들어 냉장고에 쑤셔놓고 있는게 좀 문제인것 같아요.
원래부터 냉동실 깊숙히 차지하고 있었던 음식물은,
1. 곡물(팥, 검정콩, 수수, 땅콩, 호두, 검정깨, 귀리, 강남콩)
2. 육수재료(다시마, 미역, 국멸치, 가는멸치, 새우, 가쯔오부시)
3. 떡(회사에서 받은 몇달지난 증편 스타일의 떡, 떡국떡, 일본떡국떡, 쑥떡, 쌀가루, 찹쌀가루)
4. 치즈(델큐브치즈, 모짜렐라 치즈, 생 모짜렐라치즈 여러개) ㅡ.ㅡ
5. 양념( 고춧가루, 매운 고춧가루, 태국 고춧가루, 태국 건고추, 한국 건고추, 후추, 팔각, 계피, 치킨스톡, 유기농치킨스톡, 볶음밥용가루, 카레가루, 짜장양념 기타 등등등등)
6. 생선(고등어, 이면수, 문어, 오징어)
7. 고기(직접만든 함박스테이크, 돈까스, 잡채나 볶음밥용 돼지고기 간장볶음 ㅡ.ㅡ;;)
8. 냉동밥(햇반대신 밥 없을때를 대비하야...), 식빵, (돈까스나 함박용)빵가루
9. 옥수수 (8월에 사들인 강원도 옥수수인데요, 너무 맛있어서 아껴먹으려고 찐후에 하나씩 포장해서 냉동했어요)
이것 말고도 정말 너무너무 많아서 ㅡ.ㅡ;;;;;;
이런상황에..
지난주 토,일요일엔 정말 많은 음식들을 만들어 냉장고에게 더해주었지요.
만들어 놓고 꾸준히나 먹으면 그나마 괜찮기나 하죠.. 컥 ㅠ,ㅜ
제대로 먹지도 않을거면서 괜히 많이 만들어 놓기만 하는게 너무너무 문제인것 같아요.
'노느니 장독 깬다고..' 이러면서 그냥 가만 앉아있는게 싫어서 계속해서 뭔가를 만드는거예요.
(차라리 걍 가만히 앉아서 뒹굴뒹굴 놀란 말이닷~!)
지난 주말엔 뭘 만들었냐면요.
1. 잡채 -> 요건 한젓갈 먹고 일인분씩 싸서 냉동실로 직행
2. 김밥재료 (계란 굽고, 오이초절이 만들고, 햄볶고, 우엉손질해서 조리고) -> 한줄도 안 싸먹고 냉장실.. ㅜ.ㅜ
3. 국멸치랑(머리떼고, 내장제거, 가시제거), 청양고추 손질해서 바글바글 졸여서 멸치장 만들고
-> 맛한번 보고선, 걍 바로 냉장실로 직진해서 아직도 뜨신밥의 성은을 못입음
4. 닭죽 : 토막낸 닭 뜨거운물에 데쳐서 기름기 어느정도 뺀 다음 대추, 마늘, 파, 야채스톡, 매운건고추, 찹쌀, 맵쌀
넣어 일인분씩 5인분 꽁꽁 포장(전기밥솥에 물 충분히 넣고 취사 누르면 꽤 맛있는 닭죽이 되거든여)
-> 바로 냉동실로 직행. 언제 먹을지 기약이 없음 ㅡ.ㅡ
5. 냉동에 있던 지난봄에 뜯은 쑥 고대로 말린거랑, 멥쌀가루 반죽해서 쑥떡이랑 쑥개떡 한 바가지를
찜통에 쪄서 참기름 묻혀서 -> 맛은 딱 한개만 보고 또 바로 냉동실
6. 함박스떼끼랑 돈까스를 그렇게 만들어대고도 두부랑 돼지고기가 남았길래 계란 동동 풀어서 동그랑땡
-> 역시 딱 한개 먹고 기름냄새에 질려서 냉동실 직행
헉헉
이젠 냉동칸이..
각종 유리 글라스락, 플라스틱(락앤락), 위생팩, 지퍼백에 막혀 도대체 속에 뭐가 들어있는지..
한치앞도 분간이 안갈 지경이랍니다. ^^;;;;;;;(냉장고문에 뭐뭐가 있는지 대충 적어놓긴 했지만)
더 웃긴건
그렇게나 열심히 만들어놓고선.. 지가 음식 열라 만들었던건 기억도 못한채
엄한 우유랑 아몬드후레이크 말아먹곤 (음식 만드느라 지쳐) 쓰러져 자고..
그 다음날 아침겸 점심으로는 라면이나 끓여먹고..
저녁으로는 밖에나가서 커피랑 샌드위치로 해결하고..(얘 미친거 아냐? ㅡ.ㅡ+)
대체 음식은 왜 만든걸까요.
음식 만들어 냉동칸에 채워넣을땐 마음이 푸~근 하니 기분이 좋던데..
정작 꺼내서 먹으려니.. 별로 먹고 싶은 생각이 없네요.
그러곤 절대 나가는것 없이, 또 만들어 냉동칸을 채우고.. 또 채우고..
"미쳤나봐.. 이젠 정말 자제해야지.."
'바로 조리해서 바로먹는게 맛있잖아'
이러면서 앞으로는 착하게 살려 마음도 먹고.. 다짐도 하고..그러고 있었는데..
제가 일요일날 이마트에서 주문하고 깜빡 잊고 있었던 음식물들이 왔네요.
<<<생수한박스, 82에서 어떤분이 소개해주신 맛난 버터, 식빵한봉지,
계란한판(12개짜리), 오이네개, 청양고추2봉(마약김밥용), 어묵한봉지,
우유 '킁'거하나(몇리터인지 기억이 안나서 ^^;)
생크림(요리책에서 본 크림소스 스파게티에 꼿혀서 ^^;), 페리에 6병>>>
이 아주 아리따운 모습으로 도착을 했더라구요.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아 정말.. 이젠 먹을것에 치어 죽을일만 남았고나..' 싶어 눈앞이 깜깜했지요
도대체 더 들어갈 빈공간이 없더라고요 .
그래놓고도 정신못차린 나
엇그제부터 오늘까지 계속 빵에 버터발라서 우유랑 연명하거나..
사과만 우걱우걱 씹어 먹는다거나,
아니면 아몬드후레이크에 우유만 말아먹고선.....
곧바로 힘을내서 팥을 삶아 껍질을 벗기고, 팥소를 정성스럽게 내려
2인분씩 먹기편하게 정성스레 위생팩에 2,3중으로 포장을 해서 냉동칸을 비집어 보관을 했지요.
미쳤나봐요.
전생에 냉장고 꽉꽉 채워놓지 못해 죽은 귀신이 붙었나봐요 ㅜ.ㅜ
혹 전쟁이라도 나서 집안에만 갇혀있게 된다면..한 오개월간은 끄떡도 없겠구나.. 싶은 생각까지 들었답니다. ^^;;
정말 뭐죠? 음식은 산더미처럼 미친듯이 쌓아놓고서..
*처*먹지도 않고 냉동칸에 쌓아두는 이 심리가 대체 뭘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