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우울증약의 부작용에 대해서 어떤 분이 쓰신 글을 읽었습니다. 강경한 어조로 우울증약을 오래 먹고 자살한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쓰셨던데 물론 당연히 부작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의존성도 강하구요. 그렇지만 그 글을 보고 약에 대해 안좋은 편견을 가지게 되서 약을 먹지 않고 신경 정신과를 가지 않았을때 일어나는 부작용이 훨씬 더 크다고 생각해서 제 경험을 적어봅니다.
저는 한달 반 전까지는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평범한 것 보다 더 좋은 엘리트 코스를 밟고 살아온거 같습니다.
좋은 가정에서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자랐고 항상 1등하고 반장하고 좋은 대학가고 좋은 직장다니고 그리 늦지 않게 결혼해서 좋은 남편에게 사랑받고 살고 있었습니다.
물론 중간에 아픔도 있었습니다. 대학교때 집안에 안좋은 일이 있어서 경제적으로 많이 힘들었지만 제 힘으로 다 극복하고 지금은 많이 좋아졌습니다.
길게 쓴 이유는 저도 그냥 보통 사람. 혹은 더 활발하고 에너제틱한 사람이었으며 감당하기 힘든 고통도 잘 극복하며 살아온 사람이었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 입니다.
그런데 개인적인 이유로 큰 좌절을 겪었고 그 이유였는지 명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하루 아침에 호흡곤란을 일으키면서 손발이 마비되고 경련이 일어서 사무실에서 응급실에 실려갔습니다.
하루 병원에서 쉬고 밖에 나왔는데 세상이 무서웠습니다. 숨이 턱턱 막히고 내 발앞에 검은 늪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식은땀이 뚝뚝흐르고 혼자 택시도 탈수가 없었습니다. 겨우겨우 용기 내서 집에 오는데
집앞에 슈퍼를 가는데 과호흡이 될것 같은 불안감에 포기하고 돌아오고.. 조금 쉬고 다시 가는데 결국 슈퍼에서 과호흡으로 쓰러졌습니다.
밥을 보기만 해도 역겨워서 밥 한술 못 먹고 누우면 온 몸이 떨리고 식은땀이 나서 3일동안 잠 한 숨도 자지 못했습니다. 세상이 날 눌러 덮치고 내 몸이 뻥 하고 터져버리는 것 같았습니다. 내 정신이 나갈것 같고 미쳐서 날 뛸것 같은 이유없는 불안감에 그러다가 자살 하는거 아냐..하는 생각이 들면서 주변에 끈 하고 칼같은 것은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큰 이유가 없다고 해서 신경정신과에 갔는데 가려고 하니 대부분 사람들이 약이 중독된다더라. 정신과 약이 독하다더라. 한번 손대면 끊을 수 없다더라 등등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우울증이든 불안장애든 공황장애든 정말로 예민한 상태입니다. 뭐든지 다 불안하고 초조하고 믿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그런 말은 정말 독이 되지요.
어쨋든 저도 벌벌 떨면서 약을 받아와서 어떻게든 안 먹어보려고 애쓰다가 남편의 설득에 꼬박 꼬박 먹기 시작했고 지금 한달 반이 지나서 거의 정상인의 80%까지 돌아왔습니다. 약을 먹어도 힘들어서 1달만에 5키로가 빠질정도였지만 지금은 괜찮습니다.
저번주부터 선생님이 약을 줄여보자고 하셔서 25%감량을 했는데 다시 상태가 조금 안 좋아져서 열심히 운동하고 소화안되는 속을 부여잡고 뭐라고 하나 더 먹어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 주에 25%씩 감량해서 한 1~2달 후 약을 완전히 끊는게 제 목표이자 선생님의 목표입니다.
선생님이 그러시더라구요. 약을 안 먹고 상담이나 인지치료를 통해 뇌가 스스로 정상으로 돌아오면 가장 좋지만 너무 심한 상태에서 스스로 계속 눌러 참고 약을 안 먹어서 뇌가 불안한 상태로 계속 지속되게 될경우 나중에 치료할때 훨씬 더 시간이 많이 걸린다구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제가 약간 문자 중독이 있어서 왠만한 설명서나 글자는 다 읽는 편인데 어지간한 약의 부작용을 읽어보세요. 공포영화입니다. 또 분명히 분간해야 될것은 항불안제는 의존성이 아주 강하지만 항우울제는 초기 2주~1달간의 적응기간이 필요하지만 의존성은 약한편입니다.
본인에게 정신적인 문제가 있고 그게 본인이 견뎌내지 못할 정도라면 저는 반드시 병원에 가고 의사의 처방에 따라 약을 복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뇌에 영향을 주는 탄수화물의 섭취, 숨이 찰 정도의 적당한 운동 , 나을려는 강한 의지가 가장 좋은 약이지만 상태가 안 좋을때는 이 모든걸 다 몸에서 거부합니다. 거부하지 않을 정도의 약 복용은 필요합니다.
항우울제 먹는 사람도 정신력이 약하고 그래서 먹는게 아니라 그냥 나와 똑같은 사람이며 가장 도움이 필요하고 지지가 필요한 사람이라는 걸 이해해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