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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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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우울제에 대한 공황장애환자의견.

약이란. 조회수 : 4,501
작성일 : 2011-09-27 14:56:20

방금 우울증약의 부작용에 대해서 어떤 분이 쓰신 글을 읽었습니다. 강경한 어조로 우울증약을 오래 먹고 자살한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쓰셨던데 물론 당연히 부작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의존성도 강하구요. 그렇지만 그 글을 보고 약에 대해 안좋은 편견을 가지게 되서 약을 먹지 않고 신경 정신과를 가지 않았을때 일어나는 부작용이 훨씬 더 크다고 생각해서 제 경험을 적어봅니다.

 

저는 한달 반 전까지는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평범한 것 보다 더 좋은 엘리트 코스를 밟고 살아온거 같습니다.

좋은 가정에서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자랐고 항상 1등하고 반장하고 좋은 대학가고 좋은 직장다니고 그리 늦지 않게 결혼해서 좋은 남편에게 사랑받고 살고 있었습니다.

물론 중간에 아픔도 있었습니다. 대학교때 집안에 안좋은 일이 있어서 경제적으로 많이 힘들었지만 제 힘으로 다 극복하고 지금은 많이 좋아졌습니다.

길게 쓴 이유는 저도 그냥 보통 사람. 혹은 더 활발하고 에너제틱한 사람이었으며 감당하기 힘든 고통도 잘 극복하며 살아온 사람이었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 입니다.

그런데 개인적인 이유로 큰 좌절을 겪었고 그 이유였는지 명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하루 아침에 호흡곤란을 일으키면서 손발이 마비되고 경련이 일어서 사무실에서 응급실에 실려갔습니다.

하루 병원에서 쉬고 밖에 나왔는데 세상이 무서웠습니다. 숨이 턱턱 막히고 내 발앞에 검은 늪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식은땀이 뚝뚝흐르고 혼자 택시도 탈수가 없었습니다. 겨우겨우 용기 내서 집에 오는데

집앞에 슈퍼를 가는데 과호흡이 될것 같은 불안감에 포기하고 돌아오고.. 조금 쉬고 다시 가는데 결국 슈퍼에서 과호흡으로 쓰러졌습니다.

밥을 보기만 해도 역겨워서 밥 한술 못 먹고 누우면 온 몸이 떨리고 식은땀이 나서 3일동안 잠 한 숨도 자지 못했습니다. 세상이 날 눌러 덮치고 내 몸이 뻥 하고 터져버리는 것 같았습니다. 내 정신이 나갈것 같고 미쳐서 날 뛸것 같은 이유없는 불안감에 그러다가 자살 하는거 아냐..하는 생각이 들면서 주변에 끈 하고 칼같은 것은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큰 이유가 없다고 해서 신경정신과에 갔는데 가려고 하니 대부분 사람들이 약이 중독된다더라. 정신과 약이 독하다더라. 한번 손대면 끊을 수 없다더라 등등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우울증이든 불안장애든 공황장애든 정말로 예민한 상태입니다. 뭐든지 다 불안하고 초조하고 믿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그런 말은 정말 독이 되지요.

어쨋든 저도 벌벌 떨면서 약을 받아와서 어떻게든 안 먹어보려고 애쓰다가 남편의 설득에 꼬박 꼬박 먹기 시작했고 지금 한달 반이 지나서 거의 정상인의 80%까지 돌아왔습니다. 약을 먹어도 힘들어서 1달만에 5키로가 빠질정도였지만 지금은 괜찮습니다.

저번주부터 선생님이 약을 줄여보자고 하셔서 25%감량을 했는데 다시 상태가 조금 안 좋아져서 열심히 운동하고 소화안되는 속을 부여잡고 뭐라고 하나 더 먹어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 주에 25%씩 감량해서 한 1~2달 후 약을 완전히 끊는게 제 목표이자 선생님의 목표입니다.

선생님이 그러시더라구요. 약을 안 먹고 상담이나 인지치료를 통해 뇌가 스스로 정상으로 돌아오면 가장 좋지만 너무 심한 상태에서 스스로 계속 눌러 참고 약을 안 먹어서 뇌가 불안한 상태로 계속 지속되게 될경우 나중에 치료할때 훨씬 더 시간이 많이 걸린다구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제가 약간 문자 중독이 있어서 왠만한 설명서나 글자는 다 읽는 편인데 어지간한 약의 부작용을 읽어보세요. 공포영화입니다. 또 분명히 분간해야 될것은 항불안제는 의존성이 아주 강하지만 항우울제는 초기 2주~1달간의 적응기간이 필요하지만 의존성은 약한편입니다.

본인에게 정신적인 문제가 있고 그게 본인이 견뎌내지 못할 정도라면 저는 반드시 병원에 가고 의사의 처방에 따라 약을 복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뇌에 영향을 주는 탄수화물의 섭취, 숨이 찰 정도의 적당한 운동 , 나을려는 강한 의지가 가장 좋은 약이지만 상태가 안 좋을때는 이 모든걸 다 몸에서 거부합니다. 거부하지 않을 정도의 약 복용은 필요합니다.

항우울제 먹는 사람도 정신력이 약하고 그래서 먹는게 아니라 그냥 나와 똑같은 사람이며 가장 도움이 필요하고 지지가 필요한 사람이라는 걸 이해해주시면 좋겠습니다.

 

IP : 211.189.xxx.101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제대로
    '11.9.27 3:09 PM (61.42.xxx.2)

    저는 항우울제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의 사람이지만요. 원글님 의견 충분히 알고 존중해요. 저 역시 부작용을 많이 중시하는 편이지만 필요할 때 당연히 선택할 수 있죠. 단기이건 장기이건.

    저는 반대로 항우울제 선택하지 않는다고 해서 어리석다고 비난하는 사람을 경계해요.

    항우울제를 선택하건 아님 그 외에 다른 방법을 찾건 모두 각자 자신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거라 믿어봅니다. 감기에 걸려도 아이구 죽겠어 하고 약을 먹고 고통을 덜 수도 있구요, 아님 귤껍질 끓여 마셔가며 버텨 볼 수도 있구요.

  • 2. 82가 이런 점이
    '11.9.27 3:13 PM (211.207.xxx.10)

    참 좋아요,
    본인의 귀한 체험들을
    세세히 들려주시니 정말 감사드립니다.

  • 3. .....
    '11.9.27 3:15 PM (203.248.xxx.65)

    공감합니다.
    약을 선택하거나 선택하지않는 사람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근거가 약한 정보를 ~카더라 식으로 남발하는 사람을 경계하는 겁니다.
    그런 정보들이 얼마나 해로운지 많이 봐왔기때문에...
    감기가 약할때는 약을 먹든 귤을 먹든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폐렴으로까지 발전했는데 귤만 먹다가는 죽을 수도 있습니다.

  • ^^
    '11.9.27 3:25 PM (61.42.xxx.2)

    감기라 함은 보통 1주일 길어야 열흘이구, 증세가 너무 심하거나 일정 기간을 넘겨서도 안낫는데 병원 안가고 버티는 걸 선택이라고 얘기한 건 아니예요^^ 만약 만에하나로 우려하셔서 폐렴까지 언급하신다면, 저역시 감기쯤으로 병원 갔다가 주사 부작용 등으로 사망까지 이른 사람들도 언급할 수 있어요^^

  • 4. 좋은 글이네요
    '11.9.27 3:18 PM (14.36.xxx.129)

    경험에서 우러나온 좋은 글을 써 주셨네요.
    감기가 걸려도 그냥 참으면 나을 수 있는 정도의 감기가 있고, 약을 먹지 않으면 더 큰 병을 불러오는 감기도 있을 수 있겠죠.
    우울증에 무조건 약을 써야 하는 것도 무조건 약이 나쁘지도 않다는 얘기구요.
    어쨌든
    의지가 강하면 약 없이 우울증을 이겨낼 수 있다 라는 얘기도 옳지 않구요,
    무조건 약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도 옳지 않다는 참 어려운 얘기였습니다....

  • 5. 원글님 상태를..
    '11.9.27 3:54 PM (115.137.xxx.107)

    나도 경험해서 알고 있어요...원글님 글을 읽다보니까 다시 그때의 공포가 살아오네요...

    나를 믿을 수가 없었어요..창가에서 뛰어내릴지 모른다는 생각때문에 창가에 못 갔어요..
    한번은 너무 참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가 깼는데 그때 뭘했는지는 나도 몰라요...어쩌면 간질 발작같은 걸 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요..나 혼자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난 그 아무때나 느닷없이 그 느낌이 치밀어 올때마다 기도로 전능하신 분에게 맡겼어요...
    나를 사랑하시고 나를 나 보다 더 잘아시는 분이시니까 뜻대로 하시라구요..

    조금씩 조금씩 여기서 벗어나는 데 몇년은 걸린것 같아요... 부들부들 떨면서 성경책을 끄집어 당겨 쪼그리고 엎드려서 읽구요...조금 안정되었을 때는 손에 잡히는 대로 정신과에 관계된 책이나 심리학이나 교육학쪽 책을 읽어댔지요...

    이제는 추억같이 되씹어보지만 그 일을 통해서 우리 삶의 바닥을 모르는 심연 같은 것을 느꼈었지요...

    결국 약은 손대지 않았다는 것....그 분께 감사해요....

    죽자사자 약은 안 먹는 편이죠...감기 두통 같은 건 그냥 넘기는 데요...그래도 쌍화탕은 몇번 먹은 적이 있네요...얼마전엔 허리가 아파서 병원같더니 엑스레이만 찍어보고 의사가 나이 때문에 오는 퇴행성 뭐라면서 약 먹으라고 처방전 써 줬는 데..안 먹었죠...

    병원가면 습관적으로 약 처방해줘요...그래서 내가 판단해요....

  • 6. 모든 환자에게 100%인 약이 없듯
    '11.9.28 1:18 PM (218.148.xxx.50)

    모든 이에게 100% 도움이 되어지는 절대자란 존재도 없죠.
    누군가에겐 의지가 되어지겠지만, 누군가에겐 하루 30분의 운동만도 못한 존재가 그 절대자일 수 있는겁니다.
    종교만 의지하느라 운동이나, 약 복용 등을 미루는건 자신에게 가혹하게 구는것 이상도 이하도 아닐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게의 경우 3개월 정도의 항 우울제 복용과 (의사 처방에 따라)
    운동, 햇빛은 종교보단 나은 결과를 가져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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