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깡촌에서 나고 자라 고딩이 된 아이입니다만,
매년 여름은 서울 외갓집에서 보냈고 외국 왠만한 곳은 어릴 때부터 여행을 많이 데리고 다녀서
세계 어디에 떨어뜨려 놔도 잘 적응하고 살 줄 알았어요.
그런데, 어제 종로 쪽에 나갈 일이 있어서 데리고 갔다가 명동길을 처음으로 구경시켜 줬어요.
토요일 밤이니 불야성이 대단했죠. 관광객도 엄청 났고요. 전 재밌어 할 줄 알았는데요.
처음에는 신기해 하고 간식 몇 가지 사먹으면서 즐기는 줄 알았는데 너무 사람도 많고 볼게 많아서 점점 힘들다고 하더니 급기야 집에 가자고 해요. 아직 시간도 이른데 쇼핑도 하고 구경도 더 하지 뭐가 피곤하다는 건지?
그래도 아이가 그만 돌아가자고 해서 빨리 차타고 집에 가는데 아이가 중간에 숨쉬는 걸 힘들어 하는 거예요.
남편이 봐도 공황 증세인 것 같다고 해서 가능한 빨리 차에서 내려서 심호흡을 하게 했는데요.
아이 말로는 이제 괜찮다고 너무 많은 자극을 한꺼번에 받아 들이지 못해서 몸이 먼저 반응한 것 같다네요.
빨리 거기서 벗어나고 싶은데 그럴 수 없어서 괴로웠다고요.
이거 병원 가 봐야 할까요. 저희 언니 말로는 조카도 사람 많고 불빛 환하고 소음 많은 곳 못 간다고, 그렇게 이상한 증상 아니니까 잘 쉬게 해 주고 지켜 보라는데요. 아이는 오늘은 멀쩡하고 그냥 멋쩍게 웃으면서 조용한 시골에서만 살던 사람이 서울 명동은 너무 힘들었다고, 뉴욕 타임스퀘어보다도, 도쿄 시부야 크로싱보다도 더 압도적이었다고 하네요. 걱정할 일 아니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