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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자랑과 배아픔에 대한 생각(펌)

보기드문 명문!! 조회수 : 1,843
작성일 : 2026-05-08 08:57:57

요즘 딴지 게시판에 주식 이야기가 부쩍 많아졌습니다. 이유가 없지는 않습니다. 지난해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상법 개정을 통해 주주 이익 보호에 대한 기대가 커졌고, 한국 자본시장이 조금은 더 투명하고 공정한 방향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도 생겼습니다. 여기에 AI 반도체 붐까지 겹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국 증시가 크게 올랐습니다.

 

그러다 보니 마침 여유자금이 있었거나, 좋은 종목을 들고 있었거나, 오랫동안 참고 버틴 사람들이 뜻밖의 큰 수익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사람이 그렇게 돈을 벌면, 자랑하고 싶어집니다. 이건 아주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사람은 돈을 벌면 단순히 계좌 잔고가 늘었다고만 느끼지 않습니다. 내 판단이 맞았고, 내가 세상을 제대로 읽었고, 나는 뒤처지지 않았다는 확인을 받습니다. 특히 주식 수익은 노동소득과 달리 약간의 영웅담 구조가 있습니다. 내가 남들이 망설일 때 과감하게 샀고, 버텼고, 맞혔고, 보상받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주식 수익 자랑은 돈 자랑이면서 동시에 판단력 자랑, 용기 자랑, 시대를 읽은 감각 자랑입니다.

 

그런데 왜 굳이 익명 게시판에 와서 하느냐. 이게 핵심입니다. 현실 세계에서는 돈 자랑이 생각보다 위험하거든요. 가족에게 하면 돈 빌려달라는 말이 나올 수 있고, 친구에게 하면 관계가 미묘해질 수 있고, 직장 동료에게 하면 시기와 소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배우자에게도 마음껏 자랑하기 어렵습니다. 

 

익명 게시판은 그 모든 비용을 낮춰줍니다. 박수는 받고 싶지만 책임은 지고 싶지 않을 때, 익명성은 매우 편리한 무대가 됩니다. 여기에 정치적 감정도 덧칠됩니다. 그냥 삼성전자 하이닉스 올라서 돈 벌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믿었던 정치적 방향이 자본시장 정상화로 이어졌고 그 결과 내 계좌도 보상받았다는 식으로 해석되면, 수익은 개인의 운이 아니라 진영의 승리처럼 느껴집니다. 이 경우 자랑은 개인적 허영만이 아니라 축제의 언어가 됩니다.

 

“우리 편이 이겼고, 내 계좌도 이겼다.”

 

이건 꽤 강력한 심리적 결합입니다. 하지만 듣는 사람들의 불편함도 똑같이 자연스럽습니다. 주식시장은 같은 시대를 살아도 모두가 같은 버스를 타는 곳이 아닙니다. 어떤 사람은 현금이 없어서 못 샀고, 어떤 사람은 겁이 나서 못 샀고, 어떤 사람은 더 급한 생활비 때문에 투자할 수 없었고, 어떤 사람은 샀지만 종목이 달랐습니다. 그래서 누군가의 수익 자랑은 누군가에게는 축제가 아니라 뒤늦게 받은 결석 통지서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말한 사람은 그런 뜻이 아니어도, 듣는 사람에게는 나는 왜 그 버스를 못 탔을까 하는 마음을 건드립니다.

 

이건 단순한 질투만은 아닙니다. 사회심리학적으로 보면 사람은 절대적 빈곤보다 상대적 박탈감에 더 민감합니다. 내 삶이 어제보다 나빠지지 않았어도, 옆 사람이 갑자기 몇 억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반복해서 들으면 내 자리는 갑자기 초라해집니다. 특히 같은 정치 커뮤니티, 같은 정서 공동체라고 느꼈던 공간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면 불편함은 더 커집니다. 같이 분노하고 같이 응원하던 공간이 어느 순간 계좌 인증과 수익률 자랑의 장이 된 것처럼 느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양쪽 반응이 다 자연스럽습니다. 돈 번 사람이 기뻐하고, 그 기쁨을 어디엔가 말하고 싶어 하는 것도 자연스럽습니다. 현실에서는 하기 어려운 돈 이야기를, 익명 게시판에서는 조금 더 쉽게 털어놓을 수 있으니까요. 반대로 그걸 보는 사람이 불편한 것도 자연스럽습니다. 남의 수익 이야기는 단순히 남의 기쁨으로만 들리지 않습니다. 때로는 내가 놓친 기회, 내가 갖지 못한 여유, 내가 놓친 버스를 떠올리게 합니다. 결국 이 논쟁의 본질은 돈 자랑 자체라기보다, 같은 말을 서로 다른 마음이 다르게 번역하는 데 있는 것 같습니다.

 

말하는 사람에게는 축제의 언어입니다. 내 판단이 맞았고, 좋은 시절이 왔고, 나도 그 흐름에 올라탔다는 말입니다. 듣는 사람에게는 비교의 언어로 들릴 수 있습니다. 나는 탔고 너는 못 탔다는 말처럼 번역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논쟁에는 깔끔한 악역이 없는것 같습니다. 자랑하는 사람이 꼭 자존감이 낮거나 천박해서 자랑하는 것도 아니고, 불편해하는 사람이 꼭 속이 좁아서 불편한 것도 아닙니다. 한쪽은 기쁨을 말하고 있고, 다른 한쪽은 그 말을 상실감으로 듣고 있을 뿐입니다. 돈 이야기는 언제나 돈보다 더 많은 것을 건드립니다. 판단력, 자존감, 노후 불안, 상대적 박탈감, 그리고 내가 이 시대의 흐름에서 어디쯤 서 있는가 하는 감각까지 건드립니다. 그래서 게시판의 돈 자랑 논쟁은 단순한 예절 문제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개인적으로는 느닷없이 찾아온 강세장이 만들어낸 새로운 감정의 풍경이라고 생각합니다. 돈을 번 사람의 기쁨, 못 탄 사람의 박탈감, 같은 편 안에서도 갈라지는 미묘한 거리감, 그리고 시장의 성과가 공동체 안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는가의 문제입니다. 같은 정치적 기대를 공유했고, 같은 시장의 정상화를 바랐지만, 그 결과가 모두에게 같은 방식으로 돌아오지는 않습니다. 누군가는 수익률로 변화를 체감하고, 누군가는 남의 수익 인증을 보며 자신이 그 변화의 바깥에 서 있는 듯한 감각을 느낍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단순한 돈 자랑 논쟁이 아니라, 좋아진 시장이 만들어낸 새로운 감정의 과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장이 좋아질수록 누군가는 더 많은 기회를 얻고, 누군가는 그 기회를 놓쳤다는 감각을 더 선명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제도가 나아지고 시장이 정상화되는 것과 별개로, 그 성과가 사람들에게 불균등하게 도착할 때 생기는 기쁨과 박탈감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습니다. 결국 뜨거운 시장이 우리에게 묻는 것은 이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IP : 121.131.xxx.236
2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명문
    '26.5.8 8:59 AM (121.131.xxx.236)

    제가 딴지를 사랑하는 또하나의 이유

  • 2. ..
    '26.5.8 9:01 AM (112.214.xxx.147)

    와우. 글 정말 좋네요!!!

  • 3. 부동산
    '26.5.8 9:03 AM (222.236.xxx.112)

    집도 샀냐 안샀냐, 어디샀냐로 상대적박탈감 심하더니
    주식도 마찬가지.
    저도 주식하고 수익이 있지만 주식카페가서 자랑했음 좋겠어요.

  • 4. 저도
    '26.5.8 9:05 AM (219.249.xxx.6)

    수익이 좀돼지만
    여기서 자랑하는건 참 그렇더라고요
    좀 자제했으면해요

  • 5. 항상단서
    '26.5.8 9:05 AM (61.35.xxx.148)

    저도 주식하고 수익이 있지만 주식카페가서 자랑했음 좋겠어요.

    ====

    왜 항상 나도 수익 있지만,
    나도 반포 자이 살고 있지만,
    나도 명품 갖고 있지만

    이런 단서를 붙이고 글을 쓰는 것일까 ㅎㅎ

  • 6. ..
    '26.5.8 9:07 AM (1.235.xxx.154)

    저는 부동산이 더 큰 문제같아요
    늘 살던 곳에 살았는데 누구는 오르고 누구는 제자리

  • 7. 그레이스
    '26.5.8 9:10 AM (121.128.xxx.165)

    원글, 와~ 대단합니다.
    좋은 글입니다. 고맙습니다.

  • 8. ...
    '26.5.8 9:29 AM (220.85.xxx.143)

    고개가 끄덕여지는 좋은 글이네요.
    그럼에도 오랜시간 주식해온 저로서는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긴 합니다.
    수익실현하면 조용히 기부하고 가까운 사람들에게 맛있는 밥 한끼 사더라도
    구체적인 금액은 말하지 않거든요.
    시기 질투가 따라오는게 부정타는거 같아서요.ㅋ

  • 9. ...
    '26.5.8 9:30 AM (106.101.xxx.182)

    글 잘쓰는 사람이네요.

  • 10. ...
    '26.5.8 9:35 AM (202.20.xxx.210)

    집도 마찬가지 였어요.
    예전에 집 산 사람들 7,8억에 샀는데 지금 40억이 넘어요 -_-
    다 같은 결과...

  • 11.
    '26.5.8 9:36 AM (219.241.xxx.152)

    저는 부동산이 더 큰 문제같아요
    늘 살던 곳에 살았는데 누구는 오르고 누구는 제자리
    222222222222

  • 12. ...
    '26.5.8 9:38 AM (211.112.xxx.69)

    그런 심리도 있고 자기 산 주식 더 뽐뿌하려는 사람도 있고
    그냥 ㅃ 한번 쳐서 다른사람 더 배아프게 하려는 심보 가진 사람들도 많고.
    글이 너무 길어요

  • 13.
    '26.5.8 10:02 AM (182.225.xxx.72)

    진짜 글 잘쓰는 분이시네요. 복잡했던 감정들이 싹 정리되었어요

  • 14. 투자이익
    '26.5.8 10:03 AM (59.7.xxx.113) - 삭제된댓글

    투자이익을 바라보는 시선은 남들의 "불로소득"이 나를 가난하게 만들거라는 불안함에 기인한다고 생각해요.

    투자는 소비하고 남는 돈으로 하는 것이고 그 남은 돈이 없으면 투자기회가 없기도 하고요.

    또한 좋은 투자처를 알아보는 안목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고는 하지만..사실 운이 작용하는 바가 엄청 크죠. 위에 어느 분의 덧글처럼 어느 동네에 터를 잡느냐가 자산갭을 만들듯이 어느 종목을 보유하느냐가 차이를 만들죠.

    그래서 투자로 이익을 얻어서 자랑하면 그걸 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건 당연하다고 봅니다.

  • 15. 에구
    '26.5.8 10:04 AM (222.236.xxx.112)

    주식수익 자랑하지 말아라 하면
    너가 돈못버니 질투하는거잖아라고 할까봐
    수익있지만 주식카페가서 자랑했음 좋겠다고 한거에요.

  • 16. ....
    '26.5.8 10:09 AM (220.118.xxx.37) - 삭제된댓글

    양쪽을 다 아우르는 좋은 글입니다. 내용 뿐 아니라 문장이나 단어도 성숙한 문체로 쓰여졌네요.

  • 17. ....
    '26.5.8 10:13 AM (220.118.xxx.37)

    양쪽을 다 아우르는 좋은 글입니다. 내용 뿐 아니라 문장이나 단어도 성숙한 문체로 쓰여졌네요.
    저는 년 초에 후자에서 전자로 이동한 입장이어서 기뻤는데, 어제 휴가로 잠시 귀국한 아이가 일하느라 너무 바빠서 이 장에 올라 타지를 못했다고 너무 애석해 하는 걸 보니 아이 감정이 이입되어서 기분이 푸르르 가라앉았어요.

  • 18. 와 박수
    '26.5.8 10:18 AM (118.235.xxx.47)

    멋있다. 정말 멋진 글입니다.
    딴지 안 가는데 퍼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 19. ......
    '26.5.8 10:33 AM (1.219.xxx.244)

    와 무슨 글을 이리 잘쓰나요
    엄청난 필력이네요
    딴지 가서 이분쓴 다른 글도 보고싶어요

  • 20. ...
    '26.5.8 10:41 AM (118.235.xxx.89)

    지금 우리들 마음을 성찰한 글이네요.
    저는 자랑과 박탈감 어디에 있는 걸까요.
    내가 어떤 마음 태도로 내 상황을 바라보냐에 따라
    조금씩 정도가 다를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 21. 좋은글
    '26.5.8 10:50 AM (211.246.xxx.176)

    돈에 대한 여러 복잡미묘한 감정을 차분하게 돌아보게 하는 아주 멋진 글이네요. 주식, 부동산뿐만 아니라 인생사 전체에 적용되는 글입니다.

  • 22. 나무木
    '26.5.8 11:09 AM (14.32.xxx.34)

    영웅담 구조 ㅎㅎㅎㅎㅎㅎㅎ
    혜안이 있는 글이네요
    같이 읽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23. 그런데
    '26.5.8 11:28 AM (118.235.xxx.62)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민족이라
    그게 원동력이기도해서요 ㅎㅎ
    물론 주식수익자랑이나 집값자랑이 배아프고 포모오고 묘한 이질감을 주긴하는데 전 이게 대한민국 발전의 힘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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