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날도 좋고 기온도 딱 적당해서 북한산 둘레길을 걸었습니다
북한산 둘레길이 여러코스가 있습니다만, 저는 1코스부터 4코스까지 걸었는데요
올봄은 뭐가 급한지 후다닥 모든 꽃이 이르게 피어버려서 꽃은 다 지고 약간의 이팝나무 꽃과 다 시든 철쭉이 다였지만, 대신 신록 우거진 숲이 정말 좋았어요
둘레길로 한참 걷다가 북한산 성북 구역에 북한산 자락길이라고 따로 만들어져 있어서 호기심에 그길로 접어들었더니 깊은데 깊지 않고 안락한 숲이 있더라구요
숲길따라 쪼로록 걷다보니 흔들그네 의자도 있고, 평상도 있고, 외국 유명 비치에서나 보았던 반은 누울 수 있는 길쭉한 나무의자도 있어서 쉬기 딱 좋은 곳이 나타났습니다
마침 흔들그네 의자 한자리가 비어서 냉큼 차지했습니다
딱히 읽을 생각은 없었지만 혹시나 해서 배낭에 아주아주 얇은 책 한권을 넣어 갔었는데, 의자에 앉아 흔들흔들하면서 꺼내 읽기 시작했습니다
거기도 산속이라고 약간 쌀랑하고 선선한 딱 기분 좋은 온도, 적당히 부는 바람, 잣나무 숲그늘, 애를 써도 살짝만 흔들리는 묵직한 그네의자...
한 10분쯤 읽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솔솔~
깊이 잠든 건 아니었지만, 한 30분은 눈 감고 선잠에 들었나 봅니다
서울둘레길, 북한산둘레길 여기저기 여러군데 자주 다녔지만, 열심히 꾸역꾸역 걷기만 했지, 이렇게 숲속에 앉아서 가만히 즐겨보기는 처음입니다
요즘 시내 크고 작은 산에 정비를 잘 해놓아서 우리동네 작은 산에도 숲그늘에 피크닉 가능한 평상 있는 곳도 많고 비치 의자같은 장의자 놓은 공간들도 많은데 그냥 보고 지나가기만 했지 여기 앉아서 즐겨볼 생각은 한번도 못해봤지 뭡니까?
덥지도 춥지도 않고 딱 좋은 계절에 가까운 산, 숲에 가서 나무그늘아래서 책도 읽고 멍도 때려보세요
책이야 그냥 핑계일 뿐, 이 좋은 계절을 즐기기에 멀리가지 않아도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좋은 곳들이 많더라구요.
서울 시내에 정말 예쁜 숲속 도서관도 여러군데 있는 걸로 알아요
그렇지만 도서관보다 진짜 숲에서 바람소리, 새소리 들어가며 책 읽는 기분은 100배는 오묘한 즐거움입니다. 저처럼 책보다 선잠 들어도 좋고요
더 더워지면 그나마도 하기 힘드니 5월이 가기 전에 한번쯤은 경험해보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