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북카페 20대 커플과 중년 남녀

그땐그랬지 조회수 : 3,762
작성일 : 2026-04-07 17:25:37

소소히 담소를 나누며 공부를 하기에 좋은 북카페의 앞자리에는 

애띤 얼굴의 남녀 커플이 과제? 시험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서로가 비슷한 표정을 한 차분한 20대 초중반의 젊은이들? 

다정히 딱 붙어 앉아 각자의 일을 하다가도 

간식을 한 번씩 입에 넣어주기고 하고, 

전원 오프 직전의 휴대폰을 충전하듯 지친 어깨를 잠시 서로에게 기대기도 하고...

남자가 조금 추웠는지, 점퍼를 들자 여자는 한 쪽 팔을 넣어 입는 것을 도와준다. 

젊다는 자체만으로도 이들은 무조건 선남선녀 최고의 미남미녀다.

 

커플의 앞자리에는 중년의 남녀가 앉아 있다. 

재택하는 날이나 집은 답답하니 각자 노트북과 자료를 싸들고 나와 업무 전화를 받다가 

그러나 20대 커플의 물리적 밀착이 중년에겐 조금 어색한 일일까

그들 사이엔 의자가 하나 있고 그 위엔 너저분한 가방과 짐이 놓여 있다. 

서로의 입에 먹을 것을 넣어주는 일 따윈 없다. 

여자가 먼저 산 빵을 먹을 테면 먹으라고 손을 뻗어 건네주는 정도 

뭐가 그렇게 재미난지 업무를 멈추고 수시로 바라보며 웃는 20대와는 달리 

중년의 남녀는 승모근이 잔뜩 긴장한 태도로 타자를 두드리고 

전화를 받고, 화장실에 다녀온다. 줌회의를 하며 수시로 오는 단톡방을 확인한다. 

 

30년 전 이들 역시도 한뼘의 거리 정도로 딱 붙어앉았던 때가 종종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수업을 같이 듣고, 도서관에서 함께 밤 늦게까지 과제를 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20대, 30대의 모든 역사를 공유했고, 50을 바라보는 지금도 그러할 것이다. 

물론 그때도 남사스러운 걸 힘들어 하는 여자에게 누가 입에 넣어주는 것을 받아 먹는 일도

또 누구에게 넣어주는 일도 드물었다.  

그때도 언제나 딱붙어다니지는 않았던 조금은 무덤덤한, 좋게 말하면 은근한 온돌같은 커플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20대 커플은 어쩌면 저녁과 밤늦게까지 같이 시간을 보내다 귀가를 할 것이다. 

이 시간 중년의 남녀는 이제 곧 하교할 아이를 동시에 떠올리는 중일지도 모른다. 

둘은 곧 같이 길을 나서서 집에 가는 길에 있는 가성비 좋은 과일가게에서 끝물인 딸기, 

제철이 온 짭짤이 도마도, 사과를 살 것이다. 

물론 이건 여자의 계획이다. 힘 좋은 파트너가 있으니 이럴 때 잔뜩 사날라야 한다. 

 

우리는 번갈아 가며 달콤한 과일을 아이의 입에 넣어줄 것이다. 

 

남편은 이제 내가 건넨 빵 조각을 홀라당 다 먹어치웠다. 

한두개 먹으라는 뜻이었는데 다 먹다니!!! (너나 나나) 뱃살을 돌아 보아라!!! 

저녁은 또 뭘 해먹나. 

의자 하나 건너 옆자리에 앉은 남편은 앞자리 커플을 보며 나와 같이 우리의 과거를 떠올려 보았을까? 

비록 선남선녀는 아니었으나, 젊었던 그 때를 말이다. 

 

20여년이 지난 노년에도 우리는 이 자리에 앉아 서로의 할 일을 하면서,  

이제 지금의 우리 만큼 나이가 든 중년의 남녀의 모습을 추억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될까. 

현재가 나를 과거로 데려가고, 다시 그 현재가 미래를 상상하게 하니 

오늘의 우리가 아직은 그래도 젊다고(?) 믿게 된다. 

 

 

 

 

IP : 112.222.xxx.188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ㅅㄱ
    '26.4.7 5:31 PM (117.111.xxx.93)

    좋아요 이런 수필♡

  • 2. 부러워요
    '26.4.7 5:32 PM (223.38.xxx.141)

    직장이 아니라 평일 북카페에 있다는 것이 부럽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3. 우와
    '26.4.7 5:37 PM (61.79.xxx.121)

    작가임에 틀림없어…
    글을 잘 쓰시는거 너무 너무 부럽~~~

  • 4. 솜씨
    '26.4.7 7:06 PM (58.234.xxx.182)

    잘 읽어지고 중간에 위트까지.브런치 라는 플랫폼에 글 써보세요.추천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800832 경제관련(주식) 유튜브 추천부탁려요 12 유튜브 2026/04/07 2,391
1800831 공부하신분들 사주 좀..한번 봐주세요. 6 사주 2026/04/07 2,063
1800830 은행에서 기분나빠서요 43 11 2026/04/07 14,205
1800829 정신과 처방약 안먹어도 되나요? 5 불안 우울 2026/04/07 1,518
1800828 주민센터에서 연필그림 수강해보신 부운~~~ 5 .. 2026/04/07 1,719
1800827 김어준 파리에 레스토랑 오픈하네요 36 김어준화이팅.. 2026/04/07 6,608
1800826 비만 사위 먹을거 엄청 챙기는 친정엄마 9 ㅇㅇ 2026/04/07 2,413
1800825 이언주는 언제까지 최고위원이에요? 11 ... 2026/04/07 1,157
1800824 무례함 대처법 17 ... 2026/04/07 5,486
1800823 온러닝 공홈 주문하면 미국에서 오나요? 4 Aa 2026/04/07 836
1800822 청명절이 더 중국은 설보.. 2026/04/07 532
1800821 목살 1키로 구워먹었고 3 ㅇㅇ 2026/04/07 2,583
1800820 안버리길 잘했다라는 물건 있나요 7 안버려 2026/04/07 4,319
1800819 딸이 아빠를 가르치네요 6 ㅎㅎ 2026/04/07 2,695
1800818 라일락이 벌써 피었어요 15 so 2026/04/07 2,558
1800817 공인중개사 시험 8 우왕 2026/04/07 2,218
1800816 올레길 서명숙씨 돌아가셨네요 22 부음 2026/04/07 16,209
1800815 식물도 공기가 중요한가봐요 8 fjtisq.. 2026/04/07 2,308
1800814 청주서 외국인 5명이 대낮에 납치…용의자 추적중 8 ,,,,, 2026/04/07 4,441
1800813 92세 치매아버지 칼륨수치6.6 투석해야할까요? 23 2026/04/07 2,636
1800812 와~ 비 카리스마 끝내주네요 22 ufgh 2026/04/07 5,282
1800811 저는 예쁜쇼핑백을 못버리겠어요 22 ... 2026/04/07 3,715
1800810 슈올즈 운동화 기능 ? 1 신발 2026/04/07 1,046
1800809 드라마 '샤이닝'은 헤어짐에 대한 이야기같아요. 2 ... 2026/04/07 1,638
1800808 경추 목베개와 무선 청소기 6 봄 날 2026/04/07 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