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때의 저는 경제관념이 약하고
돈 버는것보다 가치추구하는데 더 관심이 많았어요.
(가치추구라고 뭉뚱그려 표현했습니다. 길게 쓰기 힘들어서요.^^;)
학벌은 좋고, 인생에 자신감이 있어서 내가 맘 먹으면 뭐를 못하랴
이런 은근한 자만심이 있었을지도 모르겠구요.
그러다가 2015년에 인생 참 어이없게 흘러가버려 판단착오로 집을 팔고 무주택자가 되었고
그 이후는 뭐.... 살던집 3배도 넘게 올라 다시는 그동네에 집을 살수는 없게 되었죠.
갑자기 평생 가져보지 않던 불안이 엄습했고
이제 곧 50인데 나는 손에 쥔 자산이 정말 없구나
퍼뜩 정신이 차려졌고
그 이후부터 10년간 경제적 회복을 위해서 죽어라 일했어요.
아파도 병원갈 시간 내지도 못할정도로 열심히 일하고
온통 머리속에는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고
주식투자도 생전 처음 시작해서 매일같이 주식창 들여다 보고 살았어요.
책, 영화, 음악, 여행...
모든것에 관심이 시들해지고
경제뉴스와 경제적 자유를 부르짖는 유튜브만 열심히 봤죠.
10년이 지난 지금
목표하던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경제적으로 많이 안정되었습니다.
하지만 몸을 돌보지 않아 50대가 70대정도의 몸 상태가 된거 같고
12키로 늘어난 몸무게와 비어가는 머리숱으로 외모는 처참하게 바뀌었어요.
세상속으로 나가 다양한 삶의 여유를 누리고 사는법을 잊고 살다보니 어딜가도 어리숙하고 어설픈 인간이 되어버린듯 합니다.
그러다 문득 이대로 계속가다가는
이대로 죽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
여러가지 사인들이 다가오길래 일을 그만두고 쉬기로 했어요.
오늘은 거의 몇년만에 광화문 교보문고에 들러 책을 구경하고
벚꽃이 햇빛에 찬란한데 인지도 못하고 걷다가
바로 머리위 벚꽃 가지에 앉아 꿀을 먹는듯 부리를 꽃송이에 파묻는 새를 지켜보고, 그 새소리를 한참 듣다 지나쳐오면서 한참을 행복했어요.
며칠을 집밖에 한발자국도 안나가고 하루종일 집에서 책을 읽고
좋은 책을 읽었을때 고취되는 감동에 빠져 눈물짓고
바빠서 대충 먹던 식사도 정성을 들여 차려서 먹었습니다.
잃어버렸던 나 자신을 되찾는 과정처럼 느껴지면서
나는 원래 이렇게 책읽는것도 좋아하고 경제기사가 아닌 다양한 칼럼들 읽는것도 좋아하던 사람이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목적지향적인 사람으로 돈벌이를 위해 10년을 집요하게 살아왔을까 싶어요.
원래부터 뭔가 소비하고 사들이고 하는데 관심도 없었고
남들과 비교해서 갖지 못한것에 대한 의식도 거의 없던 사람이었었는데
지난 10년동안은
돈돈돈, 경제적 성취에만 모든 안테나를 기울이고 살다보니 정말 이상하게도
더 가진 사람이랑 비교하게 되고
경제적 지위로 나 자신을 증명이라도 해야 할것 같은 강박이 있었어요.
돈없는 중년이 되고보니 그런 내 자신을 혐오하는 마음이 되어서였는지
다시 보란듯이 일어서는 나 자신을 주위에 보여주고 인정받아야 할것 같고...
10년동안 속물주의에 푹빠져 산 내가 진짜 나인가
원래 소박한 가치를 추구하고 돈에는 크게 욕심없던 내가 진짜 나인가
잘 모르겠어요.
갑자기 경제적 위치가 크게 흔들려본 경험이 저를 이렇게 몰아부쳤고
노후에 대한 불안감에 과도하게 휩싸이게 되어서 돈돈돈 쉴새없이 달려오면서도
충분치 않다는 압박에 사로잡혀 있었는데
지금 정신차리고 드는 생각은 나는 원래 행복한 삶을 사는데 그렇게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이었다는거예요.
물욕도 별로 없고, 그저 조용히 책 보고 산책하고 커피마시는 일상 정도로도 충분히 행복하던 사람인데
왜 그렇게 나 자신을 혹사시키며 채찍질 하고 달려왔는지 모르겠어요.
인간의 욕심은 눈을 가리고 달리게 하는거 같아요.
욕심을 가질수록 더더욱 목표치는 높아지고
그 목표치를 향해 인생을 몰아붙이게 하고.
정신 차리고 원래의 나자신으로 돌아가야겠다 매일같이 느끼며 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