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모두 잊을 수 있을까

이젠 조회수 : 1,421
작성일 : 2026-03-16 14:13:39

시어머니가 쓰러져 응급실을 거쳐 중환자실로 가셨단 연락이 왔다.

그 날은 새해를 맞아 나에겐 아주 중요한 날이었다. 

오래전부터 기획하고 며칠 전부터 밤새 준비했다.

그 동안 고생한 노력이 이제 성과로 하나씩 나타나기 시작하는 올해는 나에게 중요했고 기대되는 새해 첫 일의 시작이었다. 

 

행사가 시작되기 2시간 전 시아주버님께서 남편이 연락이 되질 않느다며 시어머니의 소식을 알려주었다. 

뭔가 현실적이지 않고 믿기지 않는 상황이며 당장 지금 해야할 일들이 손에 잡히지 않고 집중하기 어려웠다.

몸은 움직이고 있었지만 마지막 준비단계로 남겨 두었던 일들이 헛바퀴만 돌지 제자리다. 정해진 시간은 다가오는데...

경황이없어 여기저기 민폐를 끼치며 도움을 구한 뒤 어찌어찌 일이 모두 마무리 되고 정신을 차려보니 늦은 한밤중이었다. 

 

남편은 뇌출혈로 의식 없이 대학병원 중환자실에 계신 어머니께  면회도 불가한 상태라 전하며 나에게는 어찌할 수 없으니 내 일에 집중하라 했다. 

 

시어머니, 그 분의 존재는 나에게 뭐라 한 마디로 정의 내리기 어렵다.

 

사고나기 20여일 전에 어머니께서 쓰신  장문의 편지가 우체국 소인이 찍힌 봉투에 담겨 나에게 전해졌다. 

 

내가 일에서 입지가 커지는게 영 못마땅하신건지 

너가 언제까지 승승장구할것 같으냐 남편을 우습게 보면 너가 우스워진다 남편을 하늘같이 모셔야 한다..는 내용의 2장 가득 친필로 쓰신 편지였다. 

 

남편도 이런 어머니를 잘안다. 

의미없는 말씀이니 개의치 말라는 평소 남편의 말에 나도 애써 못들은 척 하고 넘겼지만 이렇게 편지글을 받으니 적잖게 타격이 왔다. 

내가 그렇게 질못하고 있었던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건 아니다.. 그냥 난 열심히 살아온 죄 밖에는 잘못이 없었고 내가 어머니께 이렇게 원망듣는건 무척 서운 한 상황이다.  

 

이런 감정으로 하루하루 지나던 중  어머니 께서 쓰러지신거였다..

그 날이후 어머니에 대한 원망과 혹은 죄책감이 뒤엉킨 채 정신이 분열되는 듯한 일주일을 보냈다. 

 

한여성으로 해방전에 태어나 배고프고 혼란한 시대를 거쳐 지금까지 살아오신 여정이 무척 혼란스러울거라 생각하면 안타깝기 끝이 없었지만 , 그렇다고 어머니와 사고가 다른 나를 불편해하고  마냥 못마땅해 하신건 억울하다 못해 마지막엔 나도 어머니 싫은 티를 내게되었다. 

 

언젠가 어머니께 답답한 내 속내를 전하고 싶기도 하던 차에 어머니 편지가 도착했고 난 그 편지 내용에 대해 어머니께 전화해서 그 동안 답답하고 시대에 맞지 않는 말씀들은 아니라고 어렵게 말씀드렸다.. 뭐 별 내용은 없었고 남편을 하늘같이 모시라는 부탁에 대해 제가 더 바쁜데 자기먹은 설겆이 정도는 할수있지 않냐는 정도였는데 여전히 어머니는 왜 남편에게 설거지를 시켜야하냐며 화내신... 그정도의 대화였다 어이없게도...  

이 통화가 어머니와 마지막이였고 그 후 3주후에 어머니께서 쓰러지신거였다.

 

30년전 처음 어머니를 뵜을 때 왜 난 사랑 받고 샆어했는지.. 어머니와 관계에서 내가 사랑받는 며느리가 못되면 내 인생이 실패한 것 같은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차라리 그냥 내가 어머니를 사랑하려 했더라면 문제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어머니에게 사랑 받기란 참으로 어려웠다. 

비교대상은 없었지만 극진한 아들 사랑에 나와 아이들이 뒷전인게 아쉬웠다기 보다  그냥 며느리인 나에게는 애써 구지 막대하고 하대해야 어머니와 시댁의 권위가 선다고 생각하시는 듯한 모든 행동과 말씀이 참 못마땅했다.  친근감의 표시라고 받아들이기도 힘든 무수히 많은 일들이 시댁에 가면 일어났었다.

 

이제와서 하나하나 말하기엔 사소하고 유치한 일들인데 ...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던 나의 무대응도 어머니는 며느리인 내가 어머니를 무시한다고 생각하셨다고 오늘 시누이가 전했다... 

 

사실 그랬을 수도 있다.  

어머니가 아들에게 바라신 며느리를 기를 죽여 휘어집아라? 는 어이없는 말씀은 이미 지식인으로 자라난 아들에게는 부끄러운 요구인지라 아들에게도 며느리에게도 어불성설이었을텐데 30년 전부터 쓰러지기 직전까지 같은 입장이셨으니... 뭐라 할 말이 없고 답답한 하기만하다. 

 

얼마전 부터 교회도 나가시고 세상에 대한 시야도 생기셨을법 한데 여전히 그런시각으로 딸 하나를 제외한 모든 자식들과 불편한 관계를 고수하신 이유가 

뭐였을까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며칠전 고비를 넘기시고 어제부터 안정기에 들어선것 같다고 남편 누나인 시누이가 말한다 . 같은 병실에서 몇달 혹은 1년 넘게 계신 옆의 환자분들 처럼 어머니도 길게 가실것 같다고한다..

 

어머니는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계실까..

나를 여전히 미워하고 계실까...

병실에 누워계신 어머니와 눈이 마주쳤을 때 

뭔가 아시는것 같기도 아닌것 같기도 하다.

 

우리 인생이 그런것 같기도 그럴것 같기도 하다 결국 아무것도 아닌 것 이었을 수도 있는것 처럼 말이다.

 

 

 

 

 

 

 

 

 

 

 

IP : 218.55.xxx.181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상대 잘못을
    '26.3.16 2:16 PM (211.208.xxx.87)

    내가 감당하려고 하지 마세요. 그거 나 자신한테 미안할 일입니다.

  • 2. 그 시대 어머니
    '26.3.16 2:22 PM (118.235.xxx.27) - 삭제된댓글

    에겐 며느리는 당신들이 그랬듯이 자식을 섬기고
    떠 받들어줄 도구 (물론 며느리 역할 까지 )에 불과하고
    시어머니에겐 영원히 가족이 아닌 남 인걸 50 넘어 깨닫게 됨

  • 3. ....
    '26.3.16 2:31 PM (119.71.xxx.80) - 삭제된댓글

    보통의 시모가 아니네요.. 조선시대 분들 지금 마지막 노인세대죠.. 힘드셨겠어요.. 자기 삶부터 생각하세요. 인간은 누구나 생존본능에 의해 사는거예요..

  • 4. 미드사랑
    '26.3.16 2:31 PM (211.252.xxx.74)

    내 존재의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는 사람에게는 나도 관심을 가질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요.
    그냥 그분은 그대로 살게 두고 원글님은 원글님의 세상을 사시면 된다고 봅니다.

  • 5. .......
    '26.3.16 2:32 PM (119.71.xxx.80)

    보통의 시모가 아니네요.. 조선시대 사상에 세뇌된분들.. 지금 마지막 노인세대죠.. 힘드셨겠어요.. 자기 삶부터 생각하세요. 인간은 누구나 생존본능에 의해 사는거예요..

  • 6.
    '26.3.16 3:05 PM (221.151.xxx.136) - 삭제된댓글

    그냥 살던대로 이어질 줄 알고 섭섭하기도 하고 체념하기도 하고 모른척하기도 하면서 살아왔는데
    이러한 상황이 벌어졌을때
    사랑받지못한다고 화내는 대신 내가 베풀어 줄걸 무조건 그런 생각 들지요.
    하지만
    다시 그 상황이 된다면 똑같은 일이 벌어졌겠지요.

  • 7. 글쓰신 것을 보니
    '26.3.16 3:19 PM (223.38.xxx.126)

    원글님이 잘 대처하실 것 같아요

  • 8. 서로 존중
    '26.3.16 4:06 PM (210.178.xxx.197)

    왜 나들은 내가 살아온 것과 같은 가치로 살지 않느냐고 고함지르고 있는데


    왜 세상이 바뀐 걸 받아들이지 못하고 본인이 모친인 입장을 내세우며 우겨봐야 누가 받아들일 수 있나요


    그렇게 세상에서 스스로 도태되어 가는 거예요

    주절주절 글 길어봐야....님은 시부모님에게 실례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는데 그걸

    그대로 받아주지 않는 시어머니가 서운했었다


    대부분들이 부모 세대랑 이런 문제 앓고 있는 듯요


    남들 다 그러해유


    적당히 살다가 가는 게 젤 좋은 거 같아요

    오래 살아봐야 본인 스스로 본인 거처도 못 정하고 남에게 (자식포함) 신세 져야 하는

    애처로운 상황이 전 개인적으로 참 맘에 안 들어요

    그 문맥에서 전 암도 아 세포의 종말 선언처럼 받아들여져 (발병 시깅0 따라) 나쁘지 않은 거 같아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801637 남자들 70대에 많이들 죽네요. 38 에효;;; 2026/03/18 19,527
1801636 뇌에 바로 바르는 약.jpg 13 바로 바르고.. 2026/03/18 4,072
1801635 펌) 요즘 주식을 너무 준비 없이 하는 주린이들이 많은 것 같음.. 13 ... 2026/03/18 3,480
1801634 교회 다니는 분들 6 질문 2026/03/18 1,637
1801633 원유 1800만 배럴 추가 확보 7 ㅇㅇ 2026/03/18 1,718
1801632 두유제조기 살까 두유를 살까 고민고민 중... 24 ... 2026/03/18 2,355
1801631 고2 문과 분위기 8 1년을 2026/03/18 1,594
1801630 갤럭시A16, 알뜰폰LG유플러스 쓰는데 T멤버쉽앱이 .... 4 T멤버쉽 2026/03/18 572
1801629 오늘 매불쇼 유시민 엄청나네요 54 대박감동 2026/03/18 12,858
1801628 주식 참 어렵네요. 파는 게 더 어려워요. 8 아.. 2026/03/18 4,177
1801627 Ldl162면 약먹어야되나요? 4 ㅇㅇ 2026/03/18 1,147
1801626 앞베란다에 김치냉장고 두고 써도 될까요? 10 ... 2026/03/18 1,489
1801625 아파트 등기 하려는데요. 2 .. 2026/03/18 1,111
1801624 엄마표 영어 질문 초5 14 bb 2026/03/18 1,346
1801623 무안공항 수습은 진짜 너무 하는 것 같다 29 dk 2026/03/18 3,956
1801622 소화력 없어진다는 나이가 대체 언제인가요 29 .... 2026/03/18 4,129
1801621 보톡스와 스킨보톡스 주기 7 봄비 2026/03/18 2,431
1801620 번아웃 올거같은데 저렴한 호텔 알려주세요 6 에효 2026/03/18 1,699
1801619 코스피 5900 갈랑 말랑 3 ........ 2026/03/18 1,828
1801618 상생의주권으로 호르무즈 파병 거부를 촉구한다 2 전쟁비즈니스.. 2026/03/18 500
1801617 검사 원희룡의 처벌은 매우 중요합니다 2 처벌 2026/03/18 1,060
1801616 고준 결혼한다네요 5 축하 2026/03/18 9,866
1801615 정청래 최강욱 김어준발 가짜뉴스 33 가짜뉴스 근.. 2026/03/18 2,379
1801614 반찬을 하면 얼마동안 먹나요? 9 반찬 2026/03/18 2,062
1801613 청추 사시는분들 조언 구합니다 12 청주 2026/03/18 1,4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