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입시 마지막 추가합격 마감일? 종료일이 다가오나보네요.
요즘은 제 주변이 자식들 대학 입학 소식에 다들 마음 쓰는 시기더라고요.
저는 96학번이었는데요. (네 건강검진 꼬박꼬박 받고 있어여)
이 맘때 되니 제가 턱걸이로 대학합격했던 그때가 떠오르네요.
때는 1996년. 본고사도 있던 그 시절.
벌써 30년전이네요.
수능치고, 전 본고사를 다른 날짜(가군, 나군, 다군)에 A,B,C 대학에 각각 쳤어요.
지금 생각하면 주제도 모르고 꿈은 높았던 거 같아요. ㅋㅋ
저는 가장 유명한 A대학에 가고 싶었어요. 그 대학 본고사 시험도 제일 잘 본 거 같고.
거기 시험 치던 날 꿈도 좋은 꿈 꿨어요,
그런데 A는 일단 떨어졌어요 (그때는 ARS전화해서 수험번호 누르고,
합격입니다, 불합격입니다 듣던 때인데,
ARS 전화 누르고 수험번호 누르고, 결과 듣기전까지 몇초간 어찌나 떨리던지…)
넘 우울해서 저 앞번호도 한번 눌러봤어요.
본고사날, 저 앞에 하필 빨간 패딩 잠바 입은 애가 앉았었는데… (좀 신경쓰였음)
걘 붙었더라고요. ㅋㅋ
암튼 이후 차례대로 결과가 나왔는데
결과는.... B,C 대학 다 떨어졌어요.
그땐 대학 운동장에 합격자 벽보가 붙던 시기였는데, 나름 이제 최신으로 ARS으로 집에서 확인 할 수 있다고
운동장에 굳이 안가도 된다고 다들 편하다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
C대학은 다행히 제가 추가합격자 대기 순위에 있기는 했었는데,
대기순번이 무려 100번대.....
솔직히 C대학은 혹시나 싶어서 안전빵으로 시험 본 데라(다들 저처럼 그래서 지원했겠지만),
학교도 맘에 안들고 그래서
붙어도 재수 할까 어쩔까 고민했어요. (배부른 소리죠)
그런데 점점 마감일자라고 해야하나, 입시 전형 종료일이 다가오자,
C대학이라도 갔으면 좋겠더라고요.
그리고 전 지방에 살았는데,
그 시절도 뭔가 개인 정보가 유출?되었는지
그러고 나서 바로 집에 막 기숙사형 대입재수학원, 시골외딴 곳에 있는 스파르타식 재수학원 등
홍보지가 막 우편물로 오더라고요. 신기했어요.
그때쯤 집에서 있기 눈치보이고 뭐해서
아침이면 집에서 나가서 하루종일 돌아다니고,
집에 가족들 다 나가고 아무도 없으면 집에 혼자 있고 그랬어요.
혼자 집에서 점심 때 김치에 밥 먹고 하던 우울한 때가 떠오르네요.
암튼 그때 어느 날 낮에 꿈을 꿨는데,
산을 오르다가 맑은 샘물에 약수를 마시는 꿈을 꿨어요.
그리고 매일매일 걸으면서 기도를 했어요. (종교는 무교에 가까움)
그땐 정말 순수?할 때라 기도하면 이루어질 거 같았어요. 정말.
결국 어느덧 2월이 되고.
이제 며칠 뒤면 고등학교 졸업식이고
난 대학도 떨어졌는데 졸업식 갈까 말까 고민하고 그랬던 거 같아요.
전 암울한 한달 정도를 보내면서
계속 전화로 C대학에 제 대기 순번을 확인해봤는데,
여전히 제 대기 순번은 정확히 기억이 안 나는데, 60번대인가 그렇더라고요.
의외로 애들이 많이 안 빠졌구나… 싶어서 낙담하고 했어요.
이번주면 교육부가 정한 입시 전형이 이제 다 끝나가는데,
그냥 마음은 포기했어요.
그러면서도 혹시나 전화나 우편물 올까봐 노심초사하고 그랬네요.
그땐 휴대폰이 없던 시절이라, 다른 애들은 대학 붙었는지 떨었는지는 잘 모르고,
어쩌다가 친구들 만나면 전해들었던 거 같네요. (기억이 가물가물)
암튼 대학 이제 다 포기하고,
재수를 한다면 어디서 해야하나…
아, 진짜 봄되면 공부하기 너무 싫겠다 이런 생각이 막 들더라고요.
그러고 나서 아마 제 기억에 2월 9일 쯤이었을거예요.
그때 매주 금요일 저녁 7시 반에 TV는 사랑을 싣고를 할때였거든요.
그날, TV는 사랑을 싣고에서 최진실씨가 나와서 엄마랑 저녁 먹으면서
그걸 보고 있는데
집에 전화가 왔어요.
전화를 받는데 서울말이 들리더라고요.
B대학 교직원인데, 추가합격 되었다고.
다른 곳 붙었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제가 아니라고. 감사하다고 하니까…
근데, 내일이면 모든 입시일정이 종료되는 날이라, 내일 당장 서울로 와서
등록금을 내야 진짜 합격이 된다는 거예요,
아마 요즘 그런 전화 받았으면 보이스 피싱인줄 알았을 거예요.
추가합격 대기순번에 있던 C대학도 아니고,
B대학에서 전화가 올줄은 전혀 몰랐거든요.
그러면서 그 담당자 아저씨가 전화로 다급하게
낼 당장, 서울로 와서 등록금 내고 할 수 있겠냐는 거예요.
아니면 그냥 취소 되는 거라고.
전 무조건 된다고 했죠.
꼭 간다고, 갈 수 있다고 하고 안내 받고 일단 끊었어요.
그때 전화 받고 하도 심장이 두근거려서…
암튼 그때 TV에서 최진실씨가 친구를 찾고 반가워하는 모습이 마치 제 심정같았어요.
그래서, 일단 엄마한테 얘기하고
아빠한테 전화해서 등록금 좀 급하게 마련해달라고 했어요.
그땐 어려서, 그 돈이 어떻게 급하게, 다음 날 마련되었는지 전 신경도 못썼네요.
(아버지는 재작년 돌아가시고 지금 안계세요… 세월이… 참)
아무튼 다음날 아침 일찍 기차타고 서울역 와서,
B대학에 택시 타고 가서, 창구에 등록금 내고 ... 전 공식적으로 합격생이 되었어요.
그때 유행하던 말로, ‘걸어다니는 커트라인’ 인 셈이었죠.
(요즘이면 아마 KTX표가 주말에 없어서 올라가기도 힘들었을 듯.
아 맞다, 이젠 그냥 이체가 되죠. 폰으로 ㅋㅋ 바로)
아무튼 이 맘때 B대학 캠퍼스에 가서 어수선하게 등록금 내고
아버지랑 낯선 학교 교정을 내려오던, 그 때가 떠오르네요.
서울 사람들 속에 유난히 촌스러웠던 제 모습도.
혹시나 자랑글은 아니에요. 30년도 지난 일이고,
대학ㅋㅋㅋ 붙은 게 이 나이에 자랑할 일도 이제 아니잖아요.
암튼 이후에 전 가끔 최진실씨 자료화면 나오면
그 순간이 떠오르더라고요.
추가합격 전화 오던 저녁.
이젠 최진실씨도, 아버지도 하늘 나라에 둘 다 계시네요.
지금 생각하면 재수 1년은 아무 것도 아닌데
그때는 왜 그렇게 두려워하고, 낙심해하고 그랬나 몰라요.
아무튼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결론은 럭키 2026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