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내 딸들 예쁘죠?

퇴직백수 조회수 : 3,255
작성일 : 2026-01-10 23:18:17

요즘은 심하게 예전 생각이 많이 난다.

유튜브를 타고 휘적휘적 돌아다니다가 뜬금없이 혜은이의  독백 이라는 노래에 꽂혔다.

85년도 쯤? 나왔던 노래인것 같은데 그 즈음 울 아빠는 다니던 회사에서 잘려서 집에 계실때였다. 배신감에 치를 떨다가 아무렇지 않은척 했다가 음... 아주아주 무서웠었다. 그 눌린 화가 가족에게로 향할때가 많았었다. 그당시 어른들이 그렇듯 울 아빠도 어려운 가정형편에 거의 남의집 머슴처럼 이집 저집 옮겨다니며 못볼꼴도 많이 보고 살았다고 이야기하셨다. 할아버지는 그시대 남성의 정석처럼 여러집 살림을 하며 사셨고 할머니는 혼자힘으로 아이들을 다 키울수 없어 한명 한명 다 친척집에 보냈다 했다.

그 설움을 어떻게 말로 다 할수 있었을까. 어린아이가 똥오줌 요강을 씼어야했고 등에 나무 지고와서도 밥도 제대로 못먹었었다고....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중학교도 못갈형편의 아빠는 대학교까지 나오셨다. 그것도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교를... 그걸 얻기 위해 아빤 어떤 노력과 고통을 참아냈어야 했을까... 상상도 안된다.

그때 아빠에게 모질게 했던 그 친척아주머니가 늘 고쟁이 바람에 악다구니를 해댔기에 아빠는 그나이대의 여자에 대해 병적인 혐오를 가지고 계셨었다.

직장을 다니다가 그만두셨기에 적적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 눈만 마주치면 기본 두시간의 설교가 시작되었기에 모두 아빠를 피해다녔다.

어느정도 시간이 지난후에는 책과 노래테이프에 심취하셨다. 그때 방에서 많이 나왔던 노래가 바로 혜은이의 독백이었다.

오늘 유튜브에서 스쳐지나가는 이 노래를 들으면서 아빠를 생각한다. 그때는 절대로 이해할수 없었던 아빠의 외로움을 지금 나는 너무나 절절하게 느낄수 있을것 같다.

아빠가 허리가 많이 아프셔서 병원에 입원하신지 15일만에 돌아가셨다. 처음 입원하시던 날 허둥대던 우리들을 세워두고 젊고 예쁜 간호사에게 한마디 하셨다. " 내 딸들 예쁘죠?"

아빠 입에서는 절대로 나올수 없는 말이었다. 아빠는 독하고 무섭고 칭찬대신 큰소리 치시고 한번도 따뜻한 말을 해본적 없는 분이신데 ...

그때 우리들 나이가 다 40대였는데... 예쁘다니..

아빠는 사랑을 모르는 분이셨다. 아니 사랑을 받아보지 못하신 분이셨다. 그리고 사랑을 주는법을 모르는 분이셨다. 하지만.. 사랑이 많은 분이셨다는걸 돌아가시고서야 알게되었다.

돌아가신 뒤 짐정리할때 나온 노트에 쓰인 글때문에 한바탕 울음바다가 되었었다.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있었다.

"다른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법. 다른사람의 말을 잘 들어줘야한다. 절대 내 말만을 많이 하면 안된다. ..."

 

눈물 나온다..

 

 

IP : 58.121.xxx.113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에고
    '26.1.10 11:43 PM (121.173.xxx.84)

    가슴아프시겠지만 돌려 생각해보면 좋은 기억으로 남길수도 있을거 같아요. 아버님 평안하시길.

  • 2. 한 사람의
    '26.1.10 11:48 PM (223.39.xxx.15)

    마음 속에 얼마나 많은 감정과 생각들이 들어 있는지
    아무리 가까이 있는 사람도 그를
    다 알지 못한다는 걸 저도 자주 떠올려야겠어요

    아버님이 딸들을 정말 예뻐하셨네요!
    윗 분 말이 맞아요 그 순간을 행복한 기억으로 저장하세요

  • 3. 그시대 분들
    '26.1.11 5:04 AM (124.53.xxx.169)

    자식을 드러내 놓고
    예뻐하기 어려운 분위기였죠
    조부모가 계셨다면 더더욱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790041 중딩 아들 키 클수 있을까요? 12 ㅇㅇ 2026/01/29 1,581
1790040 미국도 상가들이 안좋잖아요 3 ........ 2026/01/29 2,358
1790039 etf는요 5 ... 2026/01/29 4,010
1790038 실화탐사대 고양 고양이 없어진 이야기 4 으이구 2026/01/29 2,569
1790037 은숟가락 8 1개 가격은.. 2026/01/29 2,348
1790036 정부 발표 3시간 만에 '반대 의견' 낸 서울시 6 ... 2026/01/29 3,834
1790035 ISA 계좌 질문 좀 봐주세요. 13 Isa 2026/01/29 3,045
1790034 제미나이..왜 이리 많이 틀리고 일 못하나요.ㅠㅠ 12 ..... 2026/01/29 3,986
1790033 사우나 다녀오면 꿀잠자요 5 .. 2026/01/29 2,708
1790032 합숙맞선 7 모자지간 2026/01/29 3,137
1790031 샷시 잘 아시는분 (알류미늄 vs PVC) 2 .. 2026/01/29 825
1790030 공연 복장 문의 2 임윤찬 2026/01/29 537
1790029 머라이어 캐리 전기를 읽는데요 5 ㄹㅇㄹㅇㄴ 2026/01/29 2,250
1790028 장기카렌트 저렴한곳 콩콩이야 2026/01/29 304
1790027 제주도 항공권 저렴한곳 어디서 찾아보면 되나요? 6 제주도 항공.. 2026/01/29 1,451
1790026 제가 사는 부산 북구청장이 3 부산아줌마 2026/01/29 1,682
1790025 군대갔다온 아들이 아직도 여드름이 나요 2 ... 2026/01/29 943
1790024 현대차 주식 2 ㅇㅇㅇ 2026/01/29 3,924
1790023 굴떡국 대용량 끓일 때 문의요 6 ... 2026/01/29 997
1790022 ‘뉴진스 맘’은 죽었다…민희진, 산산조각 난 ‘모성애’의 가면 14 ........ 2026/01/29 5,423
1790021 한명과 깊은 바람 vs 짜잘하게 엄청 많은 여자와 바람 13 2026/01/29 3,075
1790020 거친 목소리에 센워딩만 하는 유튜브 듣는 사람은 왜 그런가요 2026/01/29 506
1790019 개 안키우는 사람은 이해하기 힘든 애견인의 마음... 21 ... 2026/01/29 4,181
1790018 대학 졸업식 뭐 입나요 1 2026/01/29 1,138
1790017 제 증상 좀 봐주세요 한쪽얼굴만 염증 반응 16 도와주세요 2026/01/29 3,5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