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친정아버지 생신이라 모처럼 점심 외식을 했어요.
친정부모님은 연고 없는 곳으로 15년 전에 귀촌을 하셨는데, 엄마가 음심솜씨가 좋으시고 텃밭을 가꾸셔서
바깥 음식 먹는 일이 거의 없었어요. 아버지가 완고하고 돈 쓰는 일에 자기 기준이 강한 분이기도 해서 그간 외식은 손에 꼽는 일이 되었어요.
어쨌든 어제는 외식을 하고 근처 저수지 카페를 가게 되었어요.
커피는 맥심 믹스커피만 드시던 분들이고, 커피 가격을 보면 기함하실텐데 싶기도 하고, 입맛엔 맞을지 괜히 커피값 보시고 타박은 듣지 않을지 걱정이 되긴 했는데...
결론적으로는 엄청 좋아하셨어요.
아버지는 워낙 단걸 좋아하시는 분인데 바닐라 라떼 시켜 드렸더니 맛있다고 좋아하시더라고요. 매사 불평불만에 심술맞은 노인인데, 라떼 한 모금 입에 넘기시더니 눈을 번떡 뜨고는 강한 긍정의 끄덕임을...
카페에서 보이는 풍경도 마음에 드시는지 말씀도 많아지셨고요.
평생을 육체노동자로 사셨고, 팔순이 다 된 지금은 몸 구석구석이 다 삐그덕 대어 걷는 것도 쉽지 않아졌지만 그간 고약하게 굴었던 시간들로 인해 어떤 벽이 있었거든요.
라떼 한 모금에 어린 아이처럼 눈을 반짝이던 아버지의 모습을 보니 여러 감정이 들더라고요.
그렇더라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