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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 마라톤 풀코스 거리를 걸었습니다 (뛴거 아님 주의)

... 조회수 : 759
작성일 : 2026-01-02 11:08:46

해피 뉴이어~

설날이 음력으로 옮겨져 연휴가 된 이후로 해가 바뀌는 신정이 의미가 줄어들어 새해 인사가 좀 무색하긴 하지만, 아무튼 ㅎㅎㅎ

 

의미가 박해진 신정날은 이제 그저 빨간날이라 하루의 휴식을 보장하는 정도의 의미로 축소되어 미뤄둔 뭐 하나 해보자 싶은 마음이 들게 마련이죠

그래서 매일 동네 낮은 뒷산만 오르내리다가 좀 도전적인 코스를 가보기로 했죠

서울 둘레길~

아시다시피 서울 둘레길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코스가 많아요. 난이도 상 정도면 웬만한 등산이나 마찬가지 ㅎㅎㅎ

집에서 가까운 코스부터 시작해서 세개 코스를 연속해서 가보자 작정하고 전날 미리 카카오 맵으로 사전답사 

갈 때 걸어갔는데, 돌아오는 것도 걸어오는게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서 검색해보니, 38킬로 정도 나오는 어마어마한 코스라, 이건 군대 행군도 아니고 나는 하면 안되는 코스구나 싶어서 둘레길 종점인 지하철 역에서 지하철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걸로 계획을 짜고 1월 1일 아침 출발했습니다

서울 안에서도 일출 명소인 산들이 몇군데 있어서 해맞이 행사도 있어 깜깜한 새벽부터 산에 오르는 분들도 있는 줄은 알지만, 한파 주의보라고 시간마다 때려대고 저는 새벽부터 산에 올라갈 자신은 없어서 그냥 해 다 뜬 시간에 출발했습니다. ㅎㅎㅎ 

그리고 전 일출에, 특히 특별한 날의 일출에 그리 큰 의미를 담지는 않는 사람이라...

 

집에서 둘레길 시작점까지 40분 걸려 도착해서 열심히 걸었습니다. 제주 올레길 처음 만들어지기 시작한, 그래서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을 때부터 다녔던 사람이라 길 찾는데 큰 어려움 없이 표식 잘 찾고 코스 잘 다니는 사람인데, 서울 둘레길은 묘하게 도심 구간만 들어오면 표식 찾기도 어렵고 이상하게 해놓아서 꼭 헤메게 되더라구요. 아니나 다를까 코스 변경점인 도심 구간에서 개삽질해서 거의 30분 이상 1시간 가까이 헤메서 욕이 목젖까지 올라오기도 했었지만, 어쨌든 꾸역꾸역 잘 걸었습니다.

대개 코스 변경점이 구 경계가 바뀌는 곳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자치구의 성의나 관심, 관리 같은게 참 차이가 많이 날 수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이미 20킬로 이상 걸려 3 코스를 다 걷고 종점 지하철 역에 도착하니 생각보다 시간도 너무 이르고 너무  대낮이고 의외로 몸 컨디션이 나쁘지 않아서 조금 더 걸어볼까 싶더라구요.

전날 봐둔 카카오맵 코스를 기억해내서 대충 길을 찾아 걸었습니다.

이미 핸드폰은 둘레길 마지막 코스 산 정상에서 배터리가 나가서 사망한 상태였기 때문에 네비 앱을 쓸수도 없었지만, 차로 자주다녔던 길이라 익숙하기도 하고 지하철 역사의 주변 지도, 도로 표지판과 제 뇌에 내장된 방향감각만으로 큰길보다는 골목골목을 누비며 걸어다녔더니 낯선 동네지만, 의외의 재미가 있었습니다.

제가 선택한 길은 지하철 역도 여러개 있고 우리집까지 한번에 갈 수 있는 버스노선도 있는 길이라 힘들면 어디서든 지하철이나 버스타고 가면 되니 부담도 없이 시작했는데, 어이없이 알 수 없는 오기가 생긴다고 해야할까요?

처음부터 이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대략 집까지 7~8 킬로정도 남았을 때부터 상체와 하체가 분리된 것같은 느낌이 들더라구요.

걸어서 피곤하고 힘든 건 하체일텐데, 왜 때문에 어깨와 등이 아픈지, 그래서 빨리 집에가서 벌러덩 눕고는 싶은데, 정작 허벅지와 엉덩이, 고관절은 조금 뻣뻣할 뿐 피곤하다거나 힘들고 고통스러운 느낌 없이, 뇌나 다른 부위의 신호를 무시한 채 혼자 알아서 자동으로 걷고 있는 느낌이랄까?

상체는 힘들다 배고프다 그만 버스타자고 안달인데, 하체는 그러거나 말거나 생까고 그냥 걷는다 모드라고 해야하나? 이런 웃기는 분리 현상은 처음 느껴보는지라, 이게 뭔가 싶은 흥미가 생겼습니다.

내 몸 하나에 3개의 분리된 자아가 있다고 해야하나? ㅎㅎㅎ

그때쯤 계산을 해보니, 이 코스가 카카오 맵에서 38킬로 쯤이라고 했고 중간 삽질까지 계산하면 대충 42.195 킬로라는 마라톤 풀 코스 완주하는 거리쯤 되겠구나 생각이 들어서, 그럼 뛰진 못해도 마라톤 풀 코스를 걸어나 보자 싶은 호기심도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이게 무슨 억지 논리인지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마라톤 풀 코스 뛰는 분들은 대략 30킬로 넘어가면 나같이 신체와 정신(?), 상체와 하체가 분리되는 이런 느낌을 느끼려나? 궁금해지기도 하더군요.

집에 가까이 다가가서 남은 거리가 줄어들수록 마라톤 풀 코스는 진짜 미친거구나 싶더군요.

이 먼 거리를 심지어 계속 뛴다고? 걷기만 해도 이런데, 어떻게 뛰지?

진짜 대단한 사람들이다 싶으면서 게다가 서브 3 기록 내는 사람들은 진짜...

존경스러울 정도로 미친 체력이다 싶습니다.

전 전혀 뛸 생각이 없어서 그냥 딱히 겪어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호기심과 궁금함은 그냥 맘속에 간직하기로...

 

결국 중단하고 버스를 탈까 계속 걸을까 갈등은 마지막 5킬로 동안 계속되었으나 다리의 완승으로 집까지 걸어오고야 말았습니다

산꼭대기에서 죽은 줄 알았던 핸드폰은 추위때문에 잠깐 혼수상태였었던건지, 따뜻한 집안으로 들어오니 비록 배터리 10%의 바닥상태였으나 죽지 않고 살아 깨어나서 제 오늘의 기록을 온전히 기록했더라구요.

 

11시간 반동안 42킬로쯤으로 추정했던 총 거리는 무려 52.4 킬로를 걸었고(생각보다 꽤 긴 거리를 삽질하고 헤멨나 봅니다 ㅠㅠ), 75.000보 넘게 걸었고, 오르내린 층수는 133 층!!!

전체 거리의 40% 정도는 산길이었고 나머지는 평지였으니, 평균 속도도 제 평소 걷는 속도보다는 딱히 느리다고는 할 수 없더라구요. 제가 원래 걷는 속도가 빠른 편이 아니어서...

제 생애 최초이자 유일한 무모한 도전이었고 결국 무사히 돌아오긴 했으나, 뭐하라 이짓을 했나 싶은, 어이없이 코웃음치게 한 도전이었습니다

다만, 소득이 있다면 마라톤 풀 코스가 얼마나 대단한 건가를 몸소 체험했다고나 할지...

기운은 없는데, 생각보다 컨디션은 좋더군요.

오늘 아침에도 딱히 아픈데도 없고...

6개월 남짓 매일 아침 뒷동산 오르내린 게 이런 효과가 있구나 정도 확인했습니다.

 

무계획적으로 어이없고 무모했던 도전(?)이었지만, 즐거웠고 내 체력이 여기까지는 되는구나 확인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새해 첫날 시도로는 나쁘지 않은 출발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다른 분께는 이런 시시하고 어이없고 무모한 시도는 별로 권하고 싶지 않네요 ㅎㅎㅎ

IP : 58.145.xxx.130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6.1.2 11:57 AM (1.232.xxx.112)

    대단하십니다.
    상체하체 분리 마법?도 경험하시고 ㅋㅋㅋ
    건강이 최고입니다.
    그래도 너무 무리하지는 마세요.

  • 2. 00
    '26.1.2 2:42 PM (223.39.xxx.73)

    75,000보를 하루에 걷는다는게 가능하군요..
    3만보 걷고 종아리가 돌덩이되고 아파서 힘들었던 적 있는데
    종아리 괜찮으신가요?

  • 3. 우왕
    '26.1.2 2:57 PM (182.219.xxx.206)

    진짜 대단하시네요.
    상체,하체,머리 따로 경험있어요ㅎㅎ
    세상에 75000보!
    저는 4만보에서 갈등이 생기다가 5만보 넘어가니 무념무상 되던데요..
    이제는 무릎생각해서 45000보는 절대 안넘기고 걷습니다.
    좀 쉬세요. 그리고 수고하셨어요.
    나두 해보고싶은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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