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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님께 말하지 못했던 불편한 진실

ㅅㅅ 조회수 : 3,998
작성일 : 2025-12-26 12:54:32

성적으로 애초에 자존감을 짓누르는 사회와 교육. 

 

학생들을 가르치다보면 분명히 공부를 잘 할 조건을 타고난 학생과 아닌 학생은 구분된다. 애초에 학습 자료를 읽고 그 내용에 들어 있는 정보를 잘 숙지하고 분석하며 자신이 습득한 정보를 패턴화하여 논리적으로 저장하고 추론하여 다시 불러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학생이 소수 있고,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그러니 아무리 많은 정보를 알려주고, 그 정보를 잘 저장하고 불러내는 법을 알려줘도 개념 이해력과 문제 적용력이 부족하면 학생스스로 그것을 극복하려는 별도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한 성적 지표는 그대로일 뿐. 

 

그런데 많은 부모들에게 학생의 그러한 현실을 제대로 설명하지는 않는다. 아니, 그럴 수 없다. 대부분의 부모는 자식이 열심히 공부하면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다른 여타의 길을 염두에 두는 것을 두려워 하니까. 대기업, 전문직 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 인서울 대학 정도는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렇지 않으면 아이가 도태된 인생을 살거라고 생각하니까. 

 

그런데 현실은 더군다나 요즘처럼 나름 사고력을 요하는 고등학교 시험체제에서는 애초에 추론력 사고력이 뒷받침 되지 않은 친구들이 그 공부를 따라가는 것이 상당히 어렵기에 아이들은 원래 되지 않을 일을 되게끔 하도록 압력을 받으며 끊임없이 좌절하고 노력해도 안 된다는 생각을 주로 하면서 학창시절을 보내게 된다. 

 

고등 학업 과정을 선행하지 않은 비학군지 학생들의 경우 그 현상은 심화된다. 학업 능력의 부족을 양과 시간으로도 메우지 못했으니 고등학교에서 부모의 기대만큼 성적을 받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부모들은 본인들 수능 시험 볼 때만 생각하고 열심히 하면 되지 왜 안되냐고 한다. 

 

요즘 시험은 열심히 해도 안 되게끔 되어있고, 솔직히 요즘 고등 내신이나 수능은 변별력을 위한 아이큐 판별 시험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름 디테일한 사고 추론력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정말 그 벽을 뚫기 쉽지 않게 되어 있다. 

 

많은 학생들이 노력해도 안 되는 데 부모는 다른 기준으로 압박하는 상황에서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를 보내면서 일단 무기력해진다. 그리고 애초에 공부쪽으로 특출나지 않으면 자신을 2류 학생으로 분류하고 그에 따라 자존감을 형성한다. 공부를 잘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생각보다 다들 크다. 학생들 대부분. 

 

예를 들면 이런 경우가 있다. 부모들에게 이야기는 못하지만 부모님이 서비스직에 종사하시는데 아이는 정말 아무래도 공부쪽은 아닌 것 같고, 공부 시키는데 너무 큰 에너지가 들고 다른 친구들 한 시간에 80을 할 것을 20도 겨우 하는 아이인데 어느날 학원 파티 할 때 그 아이가 다른 친구들 간식 필요할 때 가져다주고 도와주는 모습을 보니 너무 상황판단력 정확하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친구들이 필요할 때 적기에 딱 음식 가져다주고 다른 이들의 필요를 너무 센스있게 충족시켜주는 것이었다. 그런 능력은 공부와는 별개인데 오히려 직업 영역에서는 더 중요하고 필수적일 수 있다. 그날 선생님들이 그 아이의 그런 모습을 칭찬했더니 아이는 자기가 공부 못하고 안하는 아이가 아닌, 

공동체 내에서 역할로 인정 받았기에 충분히 뿌듯해했다. 

 

하지만 그 부모에게 아이가 서비스직에 재능이 있는 것 같아요~ 라고 말할 수는 없고 나역시 부모가 원하는 대로 숙제 많이 내주고, 잘 안 되지만 공부 많이 시키는 쪽으로 교육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아이들이 각자 잘할 수 있는 것으로 인정 받고, 그 능력에 보람을 느끼면 좋을텐데 아이들의 자존감은 학교에서 보는 단원평가 몇 개 맞고 틀리고에 따라 결정 되고 부모들은 학교 단원평가 스펠링 테스트에서 스펠링 몇 개 못쓰면 큰 일 나는 줄 알고 그러면서 아이들의 학창 시절은 자신을 죄악시 하는 자의식으로 흘러간다. 

 

아이들은 학원에 와서 내가 주는 여러 영어 정보들을 즐겁게 습득하며 나름 즐겁게 영어를 공부하는데 부모들은 애 숙제좀 더 내달라, 왜 요즘애들은 쓰면서 안 외우냐, 숙제를 안하면 다음 학원에 보내지 말아달라 하면서 끊임없이 아이들을 공부와 관련된 수동적 도구로 만들고, 아이들은 그 속에서 어떻게든 숙제를 많이 하고, 남들보다 더 빨리, 더 많이 공부해야 하는 압박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다. 

 

여기서부터 한국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보통사람이라 일컬어지는, 그러나 자기 생활 범위에서 성실하고 신의 있는 사람들이 다소 자기를 부정하는 낮은 자존감의 싹이 시작되는 것 같기도 하다. 

 

우리 세대가 자랄 때와 요즘은 또 다르다. 교육받은 많은 부모들이 내 아이를 남의 아이보다 좀 더 낫게, 좀 더 빠르게 교육시키려 하고, 정보도 어찌나 많이 알고 찾아보는지. 그리고 공부에 대한 미련을 절대 버리지 못한다. 

 

물론 기초 학력에 해당되는 내용은 인내하며 배울 필요가 있지만 저 아이는 다른 것에 집중하면 더 빨리 자기 직업 세계에서 안정적으로 행복하게 살텐데 싶고, 그 모습이 그려져도 나는 사교육 업자니까 그런 얘기는 하기 어렵다. 

 

일단 숙제 많이 내달라는 요구에 대해 애들이 숙제 많이 하다보면 자기 주도성도 없어지고 하던 것도 질린다는 논거를 대며 적정 수준에서 조절하고 아이들이 학원에 왔을 때 공부에 재능이 있거나 아니거나 모두 평등하게 존중받으며 공부할 수 있고, 자기 인생에 도움 되는 정보를 최대한 넣어 보내는 역할이 내가 할 수 있는 최대다. 그리고 공부 능력과 관계없이 태도가 성실하면 태도를 크게 칭찬해주고, 넌 앞으로 사회에 나가면 태도가 좋아서 잘 될 거라고 격려해주는 정도. 

 

평범한 사람들이 성실하게 자기 삶의 영역 책임지며 신의 있게 사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고 살만한 삶이라는 것을 마음 속부터 채워나가며 배워야 하는데 학생때부터 평범함은 자신의 게으름이며(게으른 탓이 아닌 경우도 많다. 공부 내용 자체가 어려워서 해도 안 되는 아이들이 너무 많다) 잘나지 못한 것은 죄악이라는 생각의 씨앗을 품고 자라는 아이들이 많은 순간 안타깝다.

 

https://www.facebook.com/share/p/17NxF8LwmS/

IP : 218.234.xxx.212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학원
    '25.12.26 12:57 PM (122.32.xxx.106)

    그 숙제 다하면 나도 일등급될듯
    토나오는 숙제를 묵묵히 다하는 그런 성실성 이 빛나긴하죠

  • 2. ㅇㅇ
    '25.12.26 1:10 PM (180.66.xxx.18) - 삭제된댓글

    이건 그냥 진실이에요
    아이들은 안가르쳐봤지만
    성인학습자 인지능력이 이렇게 차이가 나는줄 정말 몰랐어요
    영혼을 갈아넣으면서 지도해도 1mm의 변화가 있을까.. 자신의 인지능력 범위를 벗어나서 이해하고 논리적으로 사고하는게 무척 어려워요. 겉보기에는 몰라요.. 조금만 추상적 논리적 사고로 들어가면 못합니다. 안타까울 일도 아니에요 다른 잘하는게 있으니. 다만 못하면서 왜 학위 취득 욕심을 내는가 그 지점이 안타깝고 힘들죠 대신 해주지 않으면 못하면서.

    여기 게시판만 봐도 같은 현상 같은 글을 읽고 받으들이고 뱉어내는 능력이 천차만별이잖아요 그거 가르친다고 많이 변하진 않더라고요 기본 매너 이런건 학습할 수 있겠지만요

  • 3.
    '25.12.26 2:03 PM (106.101.xxx.34)

    읽었습니다 생각이 많아지네요
    왜 안될까 이게 어려울까 했었는데 ㅜㅜ

  • 4. 저도 보이던데
    '25.12.26 2:10 PM (61.39.xxx.97) - 삭제된댓글

    저는 교생실습갔다가 초저 학년반을 한달 맡았는데
    이분말 그대로였어요
    보통 자기 부모님 유전자가 이어지더라고요
    의사집 아들 저학년 꼬마인데도 남달리 필기나 학습이 성인만큼 뛰어났고요
    공대 엔지니어 아들 딱 그 공대남들 같아요 5~6학년되면 더욱 뚜렷해져요.
    근데 공부만 몇세대 걸쳐 한 집이라 그런지 체육 시간에 운동 신경은 완전 꽝이더라구요.

    그외에도 성격이 쾌활하고 친구들이랑 뭉쳐다니는 학생들은 보면 부모가 사업하거나 장사하더라고요. 부모 성향 티 팍팍 탑니다.

    딱봐도 이 친구는 나중에 사무직이다 싶은 아이는 그 부모가 그런일이고 기술자쪽이다 싶은아이는 진짜 그 부모가 기술직이에요. 그런쪽으로 뛰어나요!

    공부보다도 발달한 성향이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나는거죠.

  • 5. ㅇㅇ
    '25.12.26 2:13 PM (118.235.xxx.94)

    부모들도 잘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은데
    혹시라도 가능성이 있는 걸 놓칠까봐 아둥바둥 매달리게 되죠

  • 6. 동의
    '25.12.26 2:29 PM (211.203.xxx.44)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제가 평소 생각하던 것과 똑같네요.
    저도 이런 문제를 한 번 글로 써보고 싶었습니다.
    저는 이런 문제가 요즘의 20대, 30대 보수화와도 관련이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입니다.
    부모의 강요, 학교와 사회의 압박 속에서 출구 없는 아이들의 행동이 반항하듯이 표출되고 있는 것이 지금의 모습이 아닐까 싶어요.

  • 7. 그러니
    '25.12.26 2:45 PM (83.86.xxx.50)

    제발 애들 학대 그만 하고 초등학교때는 신나게 놀고 학습하는 쪽으로 가야 합니다.

  • 8. ...
    '25.12.26 2:48 PM (112.152.xxx.192)

    예체능은 대개 그 재능을 물려받는 것 같구요. 공부쪽은 잘 모르겠어요. 저는 영어를 잘하고 수학은 못하지만 아빠는 수학이 최상위거든요. 아이는 수학을 못하지 않아요. 저를 안닮고 아빠를 닮은 것 같네요.

  • 9. 인서울
    '25.12.26 3:29 PM (118.235.xxx.106)

    인서울 가는 수준의 수능 성적은 쉽다고 생각되니까요 의대는 공부 머리 없으면 힘들겠지만 그냥저냥 서연고 서성한 중경외시 건동홍 정도는 솔직히 공부 머리가 필요할까 싶어요

  • 10. 펌이라고
    '25.12.26 5:04 PM (79.235.xxx.1)

    쓰세요.
    남의 글 자기 글처럼 다 가져오는건 도둑질이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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