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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퇴직백수 조회수 : 3,520
작성일 : 2025-12-10 17:45:28

오늘도 늦은 아침에 몸을 일으키며 게으른 하루를 시작했어요.

아무것도 하지 않은지 한달정도 되었네요.

처음 그 이유모를 불안감과 자책감도 이제 서서히 옅어지고 점차 감사한 마음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무사히 30년 넘는 직장생활 마칠수 있었던것. 아무것도 아닌 나와 잘 놀아주던 직장 동료들 후배들이 있었다는것..그리고 넉넉해서 마구 낭비하고픈 생각이 들 정도는 아니지만 소소하고 귀여운 나의 노후자금. 

아직도 카톡으로 연락오는 나이차이 30년 가까이 나는 후배 남직원의 여친 생겼다는 소식도 별 일 없는 퇴직백수의 하루하루 소소한 즐거움입니다.

이런 시간들을 나는 정말 얼마나 간절하게 기다리고 원했었던가... 

그런데 막상 이 시간들이 너무 조용합니다. 너무 소소하고 너무 잔잔함으로 무장해서... 이게 과연 내가 원하던 행복이 맞았던걸까 자꾸 의심해보게 됩니다.

60을 바라보는 나이에 나는 혼자입니다. 아들도 취업한지 얼마 안되고 서울에서 두시간거리의 회사에 다니기에 독립을 했습니다. 남편도 지방에서 소일거리 찾으며 일하고 있습니다.

아들을 키울때 진짜 너무너무 직장 그만두고 싶었더랬습니다. 이 시간이 아니면 천사같은 이 아이의 자라는 모습을 언제 볼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그 당시의 내가 가장 하고싶었던 일은 햇살이 좋은 평일의 어느날(토요일, 휴일은 안됨) 아이의 손을 잡고 마트에가서 필요한 물건을 쇼핑하고 시간이 남으면 근처 친구네 집이나 우리집에서 만나 티타임을 하면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가까운곳에 살던 엄마와 여동생을 만나 수다도 떨고 ... 그런일을 너무 하고 싶었었죠.

하지만 그당시 하루하루는 전쟁과 같았고 늘 불안함과 초초감에 시달렸어요. 지금 생각하면 꼭 그렇게까지 괴로워하지 않아도 세상은 잘 돌아가기만 하는건데 왜그렇게 달달거렸는지...

내나이 사십에 엄마 아빠가 석달간격으로 돌아가셨어요. 아빠는 병원입원  15일만에  엄마는 그  한달지나 암진단 받으시고 두달만에 돌아가셨어요. 

나를 둘러싸고있던  거대한 산 두개가 와르르 무너져서 없어졌어요. 허허벌판에 혼자 서서 어쩔줄 몰랐어요.

아침에 출근할때마다 질러가는 좁은 골목이 있는데 사람이 드문 그곳에서 나는 늘 엉엉 울면서 출근했어요.

그 당시의 기분은.. 영화 클리프행어의 첫 장면의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산을 좋아하던 남자와 여자가 등반하다가 아마.. 긴 출렁다리가 끊어졌던가 ... 기억이 잘 안나지만 하여간 여자가 떨어지기 직전 남자가 손을 잡습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자꾸만 손에 힘이 빠집니다. 죽을힘을 다해 살리려하지만 결국 눈앞에서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기만 해야하는 주인공의 무기력함. 

내가 느끼던 그 감정이었습니다. 

언제쯤 이 괴로움이 없어지나 했는데... 시간은 위대한 힘을 가집니다. 망각은 축복이었더라구요.

버티고 버텨 퇴직에 이르렀습니다만 아직도 나는 뭘 해야할지 잘 모르겠어서 그냥 마구 마구 놀고있습니다.

여동생이라도 옆에 있어주면 좋으련만 그 동생도 엄마아빠 가신지 3년후에 가버렸네요.

하지만 뭐 그런대로 이런 나른한 느낌도 좋아요. 지방 소도시에 가면 햇살이 따스한데 길에는 사람이 거의 없고 낮은 담장사이로 맛있는 김치찌개 냄새가 풍길때 느껴지는 나른한 편안함. 이게 나이든 사람만이 느낄수 있는 행복인가봐요. 

아직까지는 진짜 아무것도 안하고 집에서 운동하고 유튜브보고 그러면서 지내려구요.

뭔가 너무 해보고싶을때 시작할겁니다. 고생한 나에게 주는 댓가입니다. 안해도 되는 자유.

오늘도 편안한 시간으로 나를 무장해봅니다. 불안함으로부터 나는 또 하루 이겼습니다.

IP : 58.121.xxx.113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5.12.10 5:51 PM (112.133.xxx.43)

    원글님 화이팅입니다

  • 2. 수고하셨습니다
    '25.12.10 5:56 PM (182.215.xxx.73) - 삭제된댓글

    정말 잘 살아 오셨네요
    전직장 동료들이 근황도 알려주고 괜찮은 삶을 사셨나봐요 부럽습니다
    그래도
    책한권 들고 멀리 떨어진 전망좋은 카페에서 브런치 드시고 천천히 드라이브도하고
    남편한테 깜짝 방문해서 1박하고 오고
    부모님께 인사가서 잘있다고 안부 전해드리고 오고
    동네 스포츠센터에서 수영도 배우고
    주민센터 강좌도 배우고
    주 1회는 고정적으로 나가는 스케줄도 만들어보세요

    집에서 즐기는 망중한도 좋지만
    그래도 콧바람이나 사람사는 냄새도 맡으러 나가는것도 정신을 환기시키는데 좋아요

  • 3. 퇴직자
    '25.12.10 5:58 PM (61.105.xxx.81)

    저도 퇴직한지 5년이 지났네요^^ 평일의 고요함을 즐길랬는데 요즘은 평일에도 식당 카페에 사람들이 많더군요 나빼고 다들 이렇게 지냈나싶어 억울한 마음도 들었지만 노동의 댓가인 연금이 입금되면 지난 세월 고생한것에 대한 보답이라 느껴 힘이 납니다

    첫해는 해외여행 다니고 다음엔 문화센터 이제는 반나절은 무조건 등산이나 걷기 다녀요 이 골목 저 골목 다니면서 추억에도 잠기고 옛 고전도 읽고 봄까지 푹 쉬시오 봄날엔 걷기 다니세요

  • 4. 계란반숙좋아
    '25.12.10 6:04 PM (49.170.xxx.51)

    부럽네요 님과같은 나이인것 같은데 전 일을 쉴수가 없네요

  • 5. ....
    '25.12.10 6:04 PM (14.49.xxx.6)

    저도 60,
    원글님 글에 맘이 시립니다....
    그동안 애 많이 쓰셨네요
    토닥토닥

  • 6. __
    '25.12.10 6:11 PM (14.55.xxx.141)

    글을 참 잘 쓰십니다
    주민센터에 문예반도 있으니 관심있게 보세요

  • 7. 알것같아요.
    '25.12.10 6:20 PM (211.253.xxx.159) - 삭제된댓글

    전 퇴직은 아니지만, 18살부터 일하면서 지냈던 삶이었는데 육아휴직을 쓰면서 님이 느끼셨던 그 감정을 조금은 느꼈던 것 같아요. 아이들을 너무너무 제 손으로 돌보고싶어서 대기업을 그만두고 조그만 공기업으로 이직하고 나서 육아휴직을 들어갔던 그 첫달의 느낌을 잊을 수가 없어요.. 큰 아이를 안고 내 배위에 올려서 재우다가 같이 잠들어서 깨보면 그 늦은 오후의 적막한 조용함이 얼마나 큰 불안감으로 밀려왔는지,,, 조금이라도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내가 잘못하는 것 같은 죄책감에 아이 두부과자도 만들어 먹이고 나를 들들들 볶은 시간들이 있었어요.
    그러다가 코로나가 왔고 나갈 수도 없는 상황이 되어서야 제가 조금 편해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돌아갈 곳이 있었음에도 그렇게 불안했는데 퇴직하시고 지금의 조용함이 조금은 불안하실 것 같아요. 하지만 괜찮습니다.. 그렇게해도 이렇게해도 시간은 지나가더라구요.
    이제 뭘 더 쌓아서 올려볼까 하지마시고 조금씩 덜어내시는 시간을 가져보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하지만

  • 8. 알것같아요.
    '25.12.10 6:21 PM (211.253.xxx.159)

    전 퇴직은 아니지만, 18살부터 일하면서 지냈던 삶이었는데 육아휴직을 쓰면서 님이 느끼셨던 그 감정을 조금은 느꼈던 것 같아요. 아이들을 너무너무 제 손으로 돌보고싶어서 대기업을 그만두고 조그만 공기업으로 이직하고 나서 육아휴직을 들어갔던 그 첫달의 느낌을 잊을 수가 없어요.. 큰 아이를 안고 내 배위에 올려서 재우다가 같이 잠들어서 깨보면 그 늦은 오후의 적막한 조용함이 얼마나 큰 불안감으로 밀려왔는지,,, 조금이라도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내가 잘못하는 것 같은 죄책감에 아이 두부과자도 만들어 먹이고 나를 들들들 볶은 시간들이 있었어요.
    그러다가 코로나가 왔고 나갈 수도 없는 상황이 되어서야 제가 조금 편해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돌아갈 곳이 있었음에도 그렇게 불안했는데 퇴직하시고 지금의 조용함이 조금은 불안하실 것 같아요. 하지만 괜찮습니다.. 그렇게해도 이렇게해도 시간은 지나가더라구요.
    이제 뭘 더 쌓아서 올려볼까 하지마시고 조금씩 덜어내시는 시간을 가져보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 9. 알것같아요
    '25.12.10 6:22 PM (211.253.xxx.159)

    그리고 여기에 글도 올려주세요.

    82후배님들이 겪어보지 못한 퇴직의 삶을 미리 체험하게 해주시면 감사할 것 같아요!
    응원합니다!!

  • 10.
    '25.12.10 6:25 PM (61.75.xxx.202)

    저도 부모님 돌아 가시고 가족 아프고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는데 매일 미사 드리고
    명동성당에서 기도하며 극복하고 있네요
    원글님 그동안 힘드셨으니 푹 쉬세요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마시고 마음이 움직일때 그 때 하시면 됩니다
    원글님의 참평화를 기도하겠습니다

  • 11. 아마도
    '25.12.10 6:48 PM (211.206.xxx.191)

    루틴이 바뀐 과도기였을 거예요.
    지금의 편암함을 충분히 누리시고

    저도 다정하고 어떤 이야기든 나눌 수 있었던 동생이 하늘 나라 간 지 3년이 되었네요.
    원글님 여기 82에 언니 동생들 많으니 언제든 이야기 나눠 주세요.

  • 12. wooo
    '25.12.10 7:16 PM (118.235.xxx.156)

    저는 퇴직 한달 남았습니다. 요즘 몹시 피곤하고 마무리할 일이 많아 쫒기듯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저는 퇴직하고 일주일은 아무것도 안하고 안나가고 푹 자고싶습니다.

  • 13. ㅇㅇ
    '25.12.10 9:18 PM (211.210.xxx.96)

    뭔가 매일매일 불안에 쫓기는 하루를 보내다가
    이 글을 읽었네요
    심호흡 한번 하고 갑니다
    종종 글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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