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퇴직백수의 하루

.. 조회수 : 4,512
작성일 : 2025-12-09 00:33:45

오랜 시간 책상에 앉아 스트레스와 함께 일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어깨통증과 목디스크를 훈장처럼 받아서 퇴직했습니다. 아들도 남편도 멀리 있어서 저 혼자 집에 칩거하고 있습니다.

첫날아침에는 한대 얻어맞은 느낌으로... 이 무지막지한 시간들을 어떻게 나혼자 소비하나.. 걱정이 태산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침에 갈곳이 없다는것이 ... 가슴 한곳이 뭔가에 쓸려내려간듯 허전하더라구요.

입사와 더불어 늘 꿈꾸던 퇴직이었는데 막상 혼자서 맞이하기엔 좀 얼떨떨 했습니다.

좋은 점이 있다면 오래 자는것. 물론 목디스크때문에 푹 자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새벽 6시에 일어나지 않아도 되고 추운날 따뜻한 이불속에 있어도 되는것이 진짜 좋은 점이죠.

그리고 싫은거 안해도 되는 삶에 가까워진거... 억지로 맞춰주지 않아도 되고 싫은 사람 안만나도 되는것이 장점이자 좋은사람 못보는건 단점이겠죠.

남이 해준 밥을 먹고 살다가 한끼한끼 챙겨먹어야하는것 그것도 영양까지 생각해서 챙기는건 참 귀찮은 일이나 그 건강을 챙길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건 또 장점입니다.

운동도 처음엔 억지로라도 밖에나가 걸었는데 요즘은 실내자전거와 어깨 운동기 가져다놓고 진짜 죽기살기로 하고 있어요.

하루하루가 아무것도 안했는데 그냥 흘러가더라구요. 

원래같으면 이렇게 시간 허비한 내가 한심해서 뭐라도 하려고 했을텐데 지금의 나는... 음...

먼 여행중에 지친 몸과 다리를 쉬어가느라 잠시 걸터앉아 멍때리면서 충전하고 있는것 같아요.

그래서 자꾸 다그치는 자신에게 조용히 이야기해줍니다.

지금은 쉬는시간이야. 잠시 멈춰서 주위를 둘러보고 몸을 추스리면서 조용히 생각해봐. 너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네가 뭘 좋아했었는지.. 그래서 너는 앞으로 어떤 사람으로 살고싶은지... 뭔가 하고 싶어진다면 그때 해도 되는거야..

내가 내자신에게 차근차근 알려주고 있습니다.

너무 쉼없이 살아온 지난날에 나도모르게 익숙해져서 쉬는 법을 잃어버린 나에게 쉬어도 된다. 쉬어도 된다. 아무것도 안해도 된다.. 계속 알려주고 있습니다.

오늘도 나는 아무것도 안했습니다. 너무 너무 행복합니다.

IP : 58.121.xxx.113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좋으네요
    '25.12.9 12:39 AM (211.58.xxx.57) - 삭제된댓글

    제가 꿈꾸는 삶을 살고 계시네요
    아무것도 안하신다고 하면서도 운동도 하시고..
    진짜 삶이 무엇인지 찬찬히 살펴보시고 또 니 게시판에 내용 올려주시면 좋을거 같아요

  • 2. 좋으네요
    '25.12.9 12:40 AM (211.58.xxx.57) - 삭제된댓글

    이 게시판인데.. 오타네요

  • 3. 아주
    '25.12.9 12:41 AM (216.147.xxx.173)

    아주 귀하고 좋은 시간 보내시고 계시는 것 같아요. 전 번아웃 왔을때 못쉬어서 이후 하향선타며 꼬꾸라진 느낌에요. 쉬었다면 제 성격상 전 더 날랐을 것 같은데. 암튼, 쉴때 푹 쉬세요.

  • 4. ..
    '25.12.9 1:26 AM (172.59.xxx.18)

    건강 이유로 퇴직하셨지만, 다시 복귀하지 않으실거라면 잘 적응하시고 잘 누리세요~ 부러워요!!!

  • 5.
    '25.12.9 1:34 AM (118.235.xxx.41) - 삭제된댓글

    너무 귀한 백수의 시간이네요
    갑자기 쉬고있는 시간이 적응이 안되겠지만 넘넘 행복한 시간이 될거에요
    뜻뜻한 이불속에서 맘껏 누리세요

  • 6.
    '25.12.9 7:34 AM (223.38.xxx.172)

    돈쓰면 더 행복합니다 필라테스나 아침저녁으로 헬쓰운동 해서 해보세요. 몸도 건강해지고
    스케쥴맞춰서 시간 가는줄 모를겁니다.

  • 7. ㅁㅁㅁ
    '25.12.9 8:34 AM (180.190.xxx.6)

    오랜만에 참 품격 있는 글이네요
    쉬는 법을 잊은 원글님 첫 해 다르고 둘째 해 다르더군요
    점점 루틴이 잡힐 거예요
    행복하시길

  • 8. 나무
    '25.12.9 9:00 AM (147.6.xxx.21)

    그러게요... 품격있는 글 감사합니다.
    글을 써보시는 건 어때요?
    자게에라도 자주 올려 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별거 아닌 일상 같아도 이렇게 읽기 쉽고 격조있게 쓰기는 쉽지 않거든요.

    재능을 살리시라구요..^^

  • 9. ==
    '25.12.9 9:08 AM (222.119.xxx.83)

    이제 시간도 넉넉하니 자신을 위해 어깨통증과 관련해서 스포츠마사지를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제가 허리협착과 디스크로 스포츠마사지를 받고 좋아져서 일상생활을
    무리없이 하고 있는데, 어깨통증 때문에 오시는분들도 많더군요. 일주일에 한번씩 꾸준히
    받으면 좋아질거예요.

  • 10. 글쓰는재주가있네
    '25.12.9 11:09 AM (175.124.xxx.136) - 삭제된댓글

    참 재밌게 읽은글. 또써주세요

  • 11. 다인
    '25.12.9 11:32 AM (210.97.xxx.183)

    그래요 지금은 쉬는 시간이에요 뭐든지 맘껏 해도 아무도 뭐라 할 사람 없어요 자기 안에 온종일 시끄럽게 구는 그 목소리만 꺼두시면 더 환상적인 시간이 될거에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777913 종부세와 거주유무가 상관있나요. 2 ... 2025/12/12 1,001
1777912 입시 잘했든 못했든 고생했다고 토닥여주세요 2 .. 2025/12/12 919
1777911 과기대 문과, 충남대 이과 어디로 등록할까요? 12 2025/12/12 1,780
1777910 69년 생인데요. 혹시 정년연장 12 2025/12/12 6,119
1777909 네이버쇼핑에서 순금 골드바 찾아봤는데 3 ㅇㅇ 2025/12/12 2,058
1777908 극우에서 이상한사진 2 냠냠 2025/12/12 1,780
1777907 '최약체 통화' 된 원화…수입물가 19개월來 최대폭 급등 5 ... 2025/12/12 880
1777906 신도림 맛집 4 .. 2025/12/12 1,197
1777905 컬리는 뭘 먹어야 4 2025/12/12 2,411
1777904 오늘 쓰고싶은 1 저같은 수다.. 2025/12/12 532
1777903 초등학생이 납치됐다가 풀려났다고 했는데  1 ........ 2025/12/12 2,805
1777902 성신 vs 단국대 10 재수생 2025/12/12 1,834
1777901 신한은행 85생부터 희망퇴직 받는다네요 8 2025/12/12 5,011
1777900 부모님 돌아가신 분들 중에서 14 ........ 2025/12/12 4,986
1777899 무겐의 냥다큐 3 ..... 2025/12/12 613
1777898 공대랑 경영학과 둘다 합격했다는 글이 있는데 6 무식해서죄송.. 2025/12/12 1,951
1777897 민주환율이 1477.8 인데 35 ㅇㅇ 2025/12/12 2,452
1777896 손석희가 잊지 못하는 100분토론 게스트 4 그리움 2025/12/12 4,753
1777895 테니스 팔찌 사이즈 고민 및 궁금증 7 랩다이아몬드.. 2025/12/12 927
1777894 업무욕심이 많은데 한직이라 비참해요.. 5 저는 2025/12/12 2,091
1777893 대파비싸다고 그리 발광들을 하더니 16 ㅇㅇ 2025/12/12 4,827
1777892 오리가슴살 스테이크 집에서 할때 1 .. 2025/12/12 294
1777891 중2과학 문제집은 어디것이 좋아요? 6 2025/12/12 622
1777890 하루15분 영어공부하고 100만원 5 777 2025/12/12 2,410
1777889 박성재 전 법무장관 '내란가담 의혹' 사건 이진관 부장판사에 배.. 4 가즈아 2025/12/12 1,9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