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퇴직백수의 하루

.. 조회수 : 4,689
작성일 : 2025-12-09 00:33:45

오랜 시간 책상에 앉아 스트레스와 함께 일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어깨통증과 목디스크를 훈장처럼 받아서 퇴직했습니다. 아들도 남편도 멀리 있어서 저 혼자 집에 칩거하고 있습니다.

첫날아침에는 한대 얻어맞은 느낌으로... 이 무지막지한 시간들을 어떻게 나혼자 소비하나.. 걱정이 태산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침에 갈곳이 없다는것이 ... 가슴 한곳이 뭔가에 쓸려내려간듯 허전하더라구요.

입사와 더불어 늘 꿈꾸던 퇴직이었는데 막상 혼자서 맞이하기엔 좀 얼떨떨 했습니다.

좋은 점이 있다면 오래 자는것. 물론 목디스크때문에 푹 자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새벽 6시에 일어나지 않아도 되고 추운날 따뜻한 이불속에 있어도 되는것이 진짜 좋은 점이죠.

그리고 싫은거 안해도 되는 삶에 가까워진거... 억지로 맞춰주지 않아도 되고 싫은 사람 안만나도 되는것이 장점이자 좋은사람 못보는건 단점이겠죠.

남이 해준 밥을 먹고 살다가 한끼한끼 챙겨먹어야하는것 그것도 영양까지 생각해서 챙기는건 참 귀찮은 일이나 그 건강을 챙길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건 또 장점입니다.

운동도 처음엔 억지로라도 밖에나가 걸었는데 요즘은 실내자전거와 어깨 운동기 가져다놓고 진짜 죽기살기로 하고 있어요.

하루하루가 아무것도 안했는데 그냥 흘러가더라구요. 

원래같으면 이렇게 시간 허비한 내가 한심해서 뭐라도 하려고 했을텐데 지금의 나는... 음...

먼 여행중에 지친 몸과 다리를 쉬어가느라 잠시 걸터앉아 멍때리면서 충전하고 있는것 같아요.

그래서 자꾸 다그치는 자신에게 조용히 이야기해줍니다.

지금은 쉬는시간이야. 잠시 멈춰서 주위를 둘러보고 몸을 추스리면서 조용히 생각해봐. 너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네가 뭘 좋아했었는지.. 그래서 너는 앞으로 어떤 사람으로 살고싶은지... 뭔가 하고 싶어진다면 그때 해도 되는거야..

내가 내자신에게 차근차근 알려주고 있습니다.

너무 쉼없이 살아온 지난날에 나도모르게 익숙해져서 쉬는 법을 잃어버린 나에게 쉬어도 된다. 쉬어도 된다. 아무것도 안해도 된다.. 계속 알려주고 있습니다.

오늘도 나는 아무것도 안했습니다. 너무 너무 행복합니다.

IP : 58.121.xxx.113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좋으네요
    '25.12.9 12:39 AM (211.58.xxx.57) - 삭제된댓글

    제가 꿈꾸는 삶을 살고 계시네요
    아무것도 안하신다고 하면서도 운동도 하시고..
    진짜 삶이 무엇인지 찬찬히 살펴보시고 또 니 게시판에 내용 올려주시면 좋을거 같아요

  • 2. 좋으네요
    '25.12.9 12:40 AM (211.58.xxx.57) - 삭제된댓글

    이 게시판인데.. 오타네요

  • 3. 아주
    '25.12.9 12:41 AM (216.147.xxx.173)

    아주 귀하고 좋은 시간 보내시고 계시는 것 같아요. 전 번아웃 왔을때 못쉬어서 이후 하향선타며 꼬꾸라진 느낌에요. 쉬었다면 제 성격상 전 더 날랐을 것 같은데. 암튼, 쉴때 푹 쉬세요.

  • 4. ..
    '25.12.9 1:26 AM (172.59.xxx.18)

    건강 이유로 퇴직하셨지만, 다시 복귀하지 않으실거라면 잘 적응하시고 잘 누리세요~ 부러워요!!!

  • 5.
    '25.12.9 1:34 AM (118.235.xxx.41) - 삭제된댓글

    너무 귀한 백수의 시간이네요
    갑자기 쉬고있는 시간이 적응이 안되겠지만 넘넘 행복한 시간이 될거에요
    뜻뜻한 이불속에서 맘껏 누리세요

  • 6.
    '25.12.9 7:34 AM (223.38.xxx.172)

    돈쓰면 더 행복합니다 필라테스나 아침저녁으로 헬쓰운동 해서 해보세요. 몸도 건강해지고
    스케쥴맞춰서 시간 가는줄 모를겁니다.

  • 7. ㅁㅁㅁ
    '25.12.9 8:34 AM (180.190.xxx.6)

    오랜만에 참 품격 있는 글이네요
    쉬는 법을 잊은 원글님 첫 해 다르고 둘째 해 다르더군요
    점점 루틴이 잡힐 거예요
    행복하시길

  • 8. 나무
    '25.12.9 9:00 AM (147.6.xxx.21)

    그러게요... 품격있는 글 감사합니다.
    글을 써보시는 건 어때요?
    자게에라도 자주 올려 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별거 아닌 일상 같아도 이렇게 읽기 쉽고 격조있게 쓰기는 쉽지 않거든요.

    재능을 살리시라구요..^^

  • 9. ==
    '25.12.9 9:08 AM (222.119.xxx.83)

    이제 시간도 넉넉하니 자신을 위해 어깨통증과 관련해서 스포츠마사지를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제가 허리협착과 디스크로 스포츠마사지를 받고 좋아져서 일상생활을
    무리없이 하고 있는데, 어깨통증 때문에 오시는분들도 많더군요. 일주일에 한번씩 꾸준히
    받으면 좋아질거예요.

  • 10. 글쓰는재주가있네
    '25.12.9 11:09 AM (175.124.xxx.136) - 삭제된댓글

    참 재밌게 읽은글. 또써주세요

  • 11. 다인
    '25.12.9 11:32 AM (210.97.xxx.183)

    그래요 지금은 쉬는 시간이에요 뭐든지 맘껏 해도 아무도 뭐라 할 사람 없어요 자기 안에 온종일 시끄럽게 구는 그 목소리만 꺼두시면 더 환상적인 시간이 될거에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767077 부모가 엘리트인데 자녀들은 25 .. 2025/12/08 5,468
1767076 지금 한덕수 부부 봤어요 38 참내 2025/12/08 17,398
1767075 조희대 입건됐는데 언론이 잠잠하군요. 10 조희대 입건.. 2025/12/08 1,815
1767074 대법원장이 내란범인 지금 뭐가 중한가 4 2025/12/08 617
1767073 봄옷 사고 싶어요 4 ㅎㅎ 2025/12/08 1,385
1767072 지금 시점에서 전세갈아타기 해야되지 않을까요? 3 ... 2025/12/08 1,155
1767071 실비 보험 들려고 하는데 3 ??? 2025/12/08 1,568
1767070 임플란트 전문의 실력차이 많이 나나요? 3 .. 2025/12/08 1,670
1767069 3천만 명 정보 털렸는데...쿠팡 가입 배상보험 한도는 '10억.. 1 ㅇㅇ 2025/12/08 1,204
1767068 박나래 주사이모 정체는…샤이니 키 집 영상까지 24 샤이니 2025/12/08 17,758
1767067 홍콩 공항이나 외부에서 비자카드 쓸 수 있나요? 5 …. 2025/12/08 652
1767066 총선에 대패하고 식음을 전폐한 거니? ㅎㅎ 6 이모녹취 2025/12/08 1,550
1767065 반려견 목줄에 넘어진 보행자 목 골절상…견주, 벌금 200만원 4 ㅇㅇ 2025/12/08 2,463
1767064 심장초음파 보는 소화기내과전문의요~ 5 ........ 2025/12/08 1,027
1767063 서울대 공대 & 의대 입시 24 고민고민 2025/12/08 3,017
1767062 나경원 "이대통령, 정원오 띄우기? 선거개입 신호탄&q.. 14 ... 2025/12/08 1,732
1767061 논술 안쓸건데 논술수업듣는건 비추이신가요? 5 .... 2025/12/08 789
1767060 법원, '손흥민 협박 금품요구' 일당 실형 선고 1 ..... 2025/12/08 948
1767059 탈북녀들 얘기만 6 유튜브 그만.. 2025/12/08 1,422
1767058 제 앞으로 오피스텔 증여후 좀 알고싶어요 4 ㅇㅇ 2025/12/08 1,233
1767057 제 콜레스테롤 수치 어떤가요? 9 2025/12/08 2,119
1767056 치아미백 치과 서울 추천 부탁드려요 ..... 2025/12/08 385
1767055 딸기 추천해주신 분들 2 감사합니다... 2025/12/08 1,833
1767054 박나래는 재기 어려울거 같아요 47 불가능 2025/12/08 22,739
1767053 서울 피자집 추천 oo 2025/12/08 5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