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육수없는 김장 후기 10kg 1편(2022년도 글)
https://www.82cook.com/entiz/read.php?bn=15&num=3558386&page=1&searchType=sear...
2. 육수없는 김장 후기 10kg 2편(2024년도 글)
https://www.82cook.com/entiz/read.php?bn=15&num=3918237
남편이 갑자기 절임배추 20kg이 생겼다면 가져다 준겁니다. 뭐지?? 이건? 이번엔 김장 안하려고 했는데.. 그리고 저는 10kg의 데이타 밖에 없다 말이죠... 20키로라니...... 어쨌든 하기로 합니다ㅎㅎㅎ
2024년도 레시피의 2배로 담았습니다. 맛이야 뭐.. 기깔나죠.
고추가루 1000
곰탕육수 1000
배 2개 갈고,
무 하나 반 갈고,
찹쌀풀 500ml
마늘 700
생강 140
매실 180
새우젓 1000
액젓 700
건천각 70g
남편이 너무 해맑은 목소리로 오늘 절임배추 20kg 들고 갈게~ 이러는 겁니다. 저녁이 치킨 사갈게 처럼.. 일단 알았다하고 동네 곰탕집에 갔어요. 이 나이 먹으니 혼밥도 두렵지가 않더라구요. 곰탕 한 그릇 시키고 1인분 포장 해달라고 하면서 고기랑 파는 따로 달라고 했습니다. 육수도 안뽑는데 이 정도는 넣어줘야지.. 저녁에 절임배추 식세기에서 물빼고(82에 2시간 이상 빼면 안된다던데.. 저는 모르고 24시간 뺌..) 뒷날 아침에 양념 배합하고 오후에 초등 아들들한테 치대라고 시켰어요. 차곡차곡 넣는건 제가 하고.. 김치통 4통 나오네요.
김장 중 가장 힘든일은 김치 넣을 공간 만들기와 청각 다지기 입니다. 하동 출신인 아주머니께서 저에게 청각은 칼로 쪼수는 거라고 했습니다. 칼로 대강 썰다가는 김치찌개를 끓일때 지렁이를 발견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작년에는 믹서기에 휘릭 갈았는데 이번에는 쪼사보았습니다. 뭔가 더 시원한 느낌이 듭니다. 손목은 덜덜 합니다만..
우리집 가전 중에 가장 고생한 가전이 있다면.. 닌자 쵸퍼 입니다. 무 1.5개와 배 2개를 갈았으니 말이죠. 제가 23년에 김장을 쉬었는데, 늦둥이를 출산했기 때문입니다. 닌자 쵸퍼는 엄마들 사이에서 이유식 제조를 위한 핫템이었습니다. 모유수유하던 늦둥이 셋째는 닌자가 다져주는 고기와 야채를 거부했습니다. 그렇게 고귀하게 유기농, 무항생제만 50g씩 다지던 세련되고 모던한 쵸퍼는 우리집에 와서 처음으로 혹한기를 거치게 된거죠. 작은 쵸퍼에 무를 갈다보니 긴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어쩌면 닌자쵸퍼는 전생에 조선시대 맷돌이었을 수도 있겠다. 진주의 대감집에서 몇 대째 내려온 맷돌이었는데 갑자기 왜란이 일어난겁니다. 맷돌질을 하던 힘 좋은 아낙이 맷돌을 들고 남강으로 가서 왜놈의 머리에 정확하게 조준하고 논개와 함께 강바닥 깊숙히 떨어진거죠. 전생에 나라를 구한 이 맷돌의 한 가지 소원은 세련되고 모던한 맷돌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귀한 셋째의 무항생제, 유기농 쵸퍼의 역할을 위해 블랙과 실버의 멋진 곡선을 자랑하는 닌자쵸퍼로 환생하여 저희 집으로 오게 된것이죠. 비록 이번 김장때는 혹한을 겪었지만 말이죠. 다음 남강 유등 축제때는 닌자 쵸퍼를 가슴에 끼고 가서 남강 바닥에 있는 맷돌과 조우시켜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김장이 끝나 있었습니다. 고생했다. 이름은 비록 닌자지만 너는 분명히 전생에 나라를 구했을 것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