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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기억나?

엄마 조회수 : 3,437
작성일 : 2025-11-19 21:33:55

 

엄마

 난 이제 내 몸만 한 이불을 몸에 지고 엄마 기저귀를 옆구리에 끼고 버스 두 번, 지하철 한 번 갈아타며 매일 병원을 다니지.않아도 되고

 편마비로 간병인이 혼자 따로 식사를 도와주기 어렵다고, 기저귀 뺀다고 콧줄 뺀다고 짜증 내고 화내는 걸 안봐도 되고 더이상 엄마 밥을 먹이지 않아도 되고

 

간밤에 기저귀 뺄까 묶어둔 손 풀어주러 엄마의 1분이  얼마나 길지 생각하며 젖은머리로 더이상 뛰지 않아도 되고  지쳐서 울며 다니지 않게 되었는데 엄마를 내 목숨만큼 사랑했는데 엄마 나 미음이 담담해. 

 

가을 밤이 깊어가..엄마.

 

궁금해..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날도 그 전날도 만날 때마다 엄마 귀에 대고 얘기했어. 엄마 기억나? 


가을이 오고 있어.

들깨 털 때 기억나. 기다란 나무를 가져다 그물 같은 망을 치고 턱턱 털러대면 아주 작은 동그란 깨가 깔아둔 비닐을 넘어 밖으로 튕겨나갔어. 그 들깨 고소함이 바람을 타고 날아다녔어. 저 길 어귀 넘어 구불구불 기다란 골목 끝에서도  들깨 냄새가 났어.

 

엄마 나 어릴때 기억나? 
한겨울 옥상에 빨래를 널면 빨래가 꽁꽁 명태처럼 얼어붙었어.
덜 마른 옷을 아랫목에 가져다 놓고 말리면 그걸 못 참고 덜 마른걸 입고 기침을 해서 엄마가 대추랑 감초랑 생강이랑 넣고 주둥이가 긴 까만 약탕기에  생강차를 다려서 주곤 했어.

 

엄마... 대청마루에 소복이 쌓이던 눈 기억나? 
간밤에 대청마루에 숭늉을 내놓으면 살얼음이 끼었었어. 그 숭늉을 한 모금 마시면 가슴이 얼얼하고 머리가 얼어붙는듯했는데 시린 발로 대청마루 밟을 때면 발 시리다고 엄마가 덧신을 떠줬었잖아. 

 

 어떤 날은 태풍이 불었는데 그 바람 소리에 양은 대야가 날아가 덩그럭소리를 내면 우리 집 누렁이가 컹컹 짖고 옥순이네 바둑이가 짖고 배씨네 진순이가 짖어서 놀라서 깼었잖아. 난 그 양은대야를 보며 오즈의 마법사를 생각했어? 엄만 오즈의 마법사 모르지?

 

엄마 우리 뒷밭 기억나?
뒷밭에 배추며 대파며 생강을 심느라 내가 밭고랑을 내 키만 한 쟁기를 들고 파면 엄마가 생강을 심고 난 쟁기를 내팽겨두고 흙 위를 깡충깡충 뛰며  발로 흙을 덮었어. 흙이 푹신했어. 내가 수도꼭지를 틀고 엄마가 호스를 잡고 물을 주고 뒷밭엔 감이 주렁주렁 익어갔었어.

 

커다란 항아리에 땡감을 가득 담고 소주를 부어 울린 감을 만들려고 안방에 감을 둘 때면 항아리 뚜껑을 열고 감이 얼마나 익었나 떠들어 보고 또 떠들어 보고 술 냄새에 취해 몽롱해질때면 엄마가 어디선가 소주 냄새 가득한 제대로 익은 감 하나를 내 손에 쥐여주곤 했었어.

 

가을이면 쌀겨 가득한 나무상자에 사과가 한가득이었는데 그 달달한 사과향에 쌀겨 냄새가 좋아서 난 그 앞에 쭈그리고 앉아 냄새를 맡았어. 엄마가 입었던 갈색 꽃무늬 홈드레스에서 사과 냄새가 났었어. 엄마 냄새 같았어.

 

 엄마 기억나? 
가을 낙엽을 모아 태울 때면 그 연기를 따라 누렁이도 나도 코를 킁킁대며 뛰어다니다 개밥을 뒤집어엎고 엄마한테 혼났는데 난 누렁이랑 뒷동산 묘지들 사이로 뛰어다니며 난 하늘이 닿을지도 모를 만큼 낮아진 구름을 쫓아 뛰었어. 


엄마 우리 뒤 텃밭엔 벽 돌담 미라집과 맞닿은 벽엔 엄마가 기특해 하던 구기자가 빨갛게 익어갔는데 엄마가 정성스레 끓여서 자전거로 출근하던 아빠 뒷자리에 보온병에 넣어 함께 태워 보냈어. 엄마 마음이 아빠랑 같이 달렸어.

 

엄마
 처마밑  뽀얀 빨래 기억 나?
처마 끝에 텅텅 떨어지는 빗물을 대야에 모아 빨래를 하곤 했어. 그 빗물을 보며 빨래하는 엄마 뒤에 마루에 앉아 발을 내둘 거리며 엄마가 부르는 찬송가를 콧노래로 따라 부르며 엄마네 하나님이 울 엄마와 함께 해달라고 나도 함께 빌었어. 

 

엄마 추운 겨울 김장철 기억나?
밤새 배추를 손질하고 겉잎 따서 시래기 한다고 모아두고 노랗게 잘 익은 배추가 달다며 내 입에 노란 배추 한 조각을 입에 넣어주고 난 소금 뿌리고 엄마는 배추를 차곡차곡 쌓고 언니들 한테 맛있게 김장해서 보내고 배씨네 손 씨네 인숙이네 나눠 먹을 생각에 엄마 허리는 밤새 구부러져 배추를 뒤집고 또 뒤집고 날이 밝아오는 아침이면 우물가에 앉아 배추를 씻고 물기를 빼고 배추속을 만들며 하루를 보냈어. 엄마 옆에서 배추에 양념을 바르고 엄마 힘들지? 라고 물으면

우리들 먹일 생각에 엄만 그 힘든날이 행복했댔어.

 

난 엄마를 사랑해라는 말이나 사랑했어라는 말 대신 엄마에 가장 행복했던 풍경 속에서 보내드리고 싶었어. 기저귀 소변 냄새가 아닌 들깨향기 풀잎 냄새  바람냄새 낙엽타는 냄새.....그래서 향수를 찾아 해맸었어.

 

엄마는 알까?  

엄마의 신새벽 문 앞을 서성이며 훌쩍 날아올라 잠든 엄마를 번쩍 들처 업고 집으로 오고 싶었는데...

할수만 있다면 내 목숨이 떼어내 엄마 삶을 이어주고 싶었는데...

내가 엄마를 그렇게 보내드리려고 했던 걸...

 

엄마를 돌보며 순간에 목숨을 거는것이 자잘한 일상에 목숨을 것보다 쉬운것 같다고 생각하며 지내온 날들이 그 죽을것같던 도망가고 싶던 날들이 그리워...

 

만지고 싶고 안고 싶고 냄새맡고 싶어.

보고싶다 엄마.

 

IP : 175.196.xxx.15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건강
    '25.11.19 9:50 PM (218.49.xxx.9)

    엄마와의 추억이 많으시네요
    많이 보고 싶으시겠어요

    저는 워낙 일찍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시어머니와의 추억이 더 많아요
    어머니~~
    잘 지내고 계시죠
    보고싶어용
    시어머니의 달력 글 쓴
    며느리입니다

  • 2. 아름다운 글
    '25.11.19 9:55 PM (122.44.xxx.215)

    이렇게 아름다운 글을 이 밤에....

  • 3. ..
    '25.11.19 10:00 PM (121.200.xxx.6)

    제 어릴때 기억들, 이웃 풍경들 원글과 겹치는 것이 많아
    잠시 그때로 갔다 왔어요.
    제게도 순하고 고단하고 바쁘게 사셨던 그런 엄마가 계셨는데
    지금은 아주아주 까마득한 옛날이 되어 버렸어요.
    생로병사에 병이 없으면 좋겠지만
    그나마 긴 병으로 몸져 누우셨던 모습마저
    눈물나게 그리운 때가 이렇게 오네요.

  • 4. **
    '25.11.19 10:03 PM (211.109.xxx.32)

    작년 봄 하늘나라 간 울 엄니도 생각나네요. 참 가난했고 어릴땐 엄니가 세상의 다인줄알았는데 컷다고 엄니한테 뭐라뭐라 했던거 너무 미안해요.
    원글님 아름다운글 감사합니다.

  • 5. 엄마 엄마
    '25.11.19 10:12 PM (122.45.xxx.190)

    나도 불러보고 싶다
    그리고 물어보고 싶다
    엄마 나 기억나
    나야 나 엄마 딸

  • 6. ...
    '25.11.19 10:15 PM (112.187.xxx.181)

    나는 어릴때 우리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이쁘다고 생각했어요.
    이쁜 엄마...사랑하는 엄마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이쁜 우리엄마 한번만이라도 만나보고 싶어요.

  • 7. ..
    '25.11.19 10:26 PM (211.206.xxx.191)

    우리 엄마도 사랑하고 고맙고 존경스러운 엄마였었는데....

  • 8. ㅣ하늘에서
    '25.11.19 10:30 PM (122.36.xxx.84) - 삭제된댓글

    보식웃으시면서 그래 다 기억나.
    사랑해 하실거에요.
    어떤 인연이었기에 엄마와 딸로 만났을까요?

  • 9. 내 아가야~~
    '25.11.20 12:11 AM (211.218.xxx.225)

    나는 잘 있으니 사랑하는 내 아가야~~
    행복하게 잘 살다 우리 만나자~~

    엄마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너무 와 닿아 나도 내
    엄마가 보고싶은 밤입니다.

  • 10. 엄마
    '25.11.20 12:38 AM (58.123.xxx.22)

    엄마 너무 많이 그립고 보고싶어요..

  • 11. 엄마
    '25.11.20 1:39 AM (180.229.xxx.164)

    어제 병원 모시고 다녀왔는데..
    젊은날의 엄마가 보고싶네요

  • 12. ㅁㅁ
    '25.11.20 1:40 AM (211.234.xxx.88)

    내 딸들도 나를 이렇게 따뜻한 엄마로 기억해주길...
    사랑한다 딸들아

  • 13. 등단하셔야겠어요
    '25.11.20 7:55 AM (121.129.xxx.168)

    감동적 글
    잘쓰시네요

  • 14. 사랑
    '25.11.20 10:13 AM (106.101.xxx.164)

    사랑이 깊은 원글님
    무심히 지나치기 쉬운 어린날의 추억을
    감성적으로 꺼내놓으셔서
    글을 읽다
    같이 그시절을 떠올리게 됐네요
    몽글몽글한 감성을 잠시나마 생겼다는ᆢ
    글을 참 잘쓰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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