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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월급 탔을때 아버지의 그 한마디가 잊혀지지가 않아요

그립다 조회수 : 7,561
작성일 : 2025-11-17 16:15:15

지방에서 대학 졸업후 곧장 서울로 취업.

꽤 힘든 직장이었어요.

평생 한 동네에서 살다가 갑자기 집 떠나 서울생활까지 했으니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아버지는 워낙 과묵스타일이라 대놓고 좋아하지는 않으셨지만 

한번씩 통화할때마다 자식이 대기업 다닌다고 기분이 업되어 있는게 느껴지더라구요.

그런데 가끔 전화통화 할때 내가 너무 힘들어하니

깨끗한 사무실에서 깨끗한 옷 입고

책상에 앉아

대학 나온 사람들끼리 모여 일하는데 왜 힘드냐고

이해를 아예 못하시더라구요.

초등학교 졸업장도 없는 분이고

시커먼 곳에서 시커매진 옷을 입고 장사하던 분이라

대학 나온 사람들끼리 대기업에서 모여 일하면 다 천국인줄 아신 거죠.
아! 그런데 우리아버지는 어릴때 공짜라 동네서당도 다니셨는데

하도 영특해서 훈장님이 

제발 신식교육 좀 받게 해주라고 우리 할아버지한테 통사정 할 정도로 공부소질은 있었던 분이에요.

그래서인지 모르는 한자가 없고

이해 못하는 신문 기사도 없었고

장부 기록 보면 명필처럼 글자들이 빽빽...

암산 엄청 잘 하셨고

훗날 치매걱정되어 모시고 갔을때 병원에서 빼기 암산을 시키는데

저보다 더 빨리 정확히 대답해서 속으로 제가 막 웃었잖아요.

울 아부지 아직 쌩쌩하네 이럼서 ㅎㅎ..

아무튼 그렇게 몇달 후 집에 내려가서 아버지에게 월급 턱을 내기로 했어요

아버지가 엄청 신나서 먹고 싶은거 막 먹는다 하시더라구요

그리고

엄마도 아버지도 나도 셋다 좋아하는 메뉴로 의견통일 후

동네에서 꽤 유명한 장어구이집을 갔어요.

당연히 비쌌죠. 

셋이서 

먹고 싶은 만큼 추가 주문하고 

제가 어깨 힘 딱 주고 계산하러 나오는데

아버지가 그러시는거에요

" 니가 그 고생해서 번 돈을 어찌 내 목구멍에 집어 넣냐'

그리고 아버지가 현금을 딱 내시는 겁니다.

30년전이네요. 

자식들에게 큰 재산은 안 주셨지만

평생을,  돌아가시는 즘에도 자식들 신세 안지려고 엄청 몸부림 치셨었죠.

오늘 저희 애가 대회에서 받은 상금 턱을 내기로 했어요.

아이가 내기로 하고 아이 기 엄청 살려 주면서

분위기 업되어 있는데

다 먹고 애한테 덕분에 잘 먹었다 말하고

계산직전 울 아버지가 하셨던 말씀 그대로 하고

제가 계산하려구요 ㅎㅎ

 

 

 

IP : 223.38.xxx.37
3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어머나
    '25.11.17 4:17 PM (221.138.xxx.92)

    좋은 분이셨네요.

  • 2. ㅇㅇ
    '25.11.17 4:18 PM (222.233.xxx.216)

    아버님 좋은 분 매력이 넘치고 존경스러운 분이시네요

  • 3. 그죠
    '25.11.17 4:19 PM (1.235.xxx.154)

    옛날생각나고 가슴이 미어지죠
    맛있게 드세요

  • 4. 그리움
    '25.11.17 4:19 PM (211.46.xxx.113)

    멋진 분이셨네요ㅠㅠ

  • 5. 훌륭한
    '25.11.17 4:19 PM (220.84.xxx.8)

    아버지시네요. 울엄마는 저 대기업다닌다고 얼마나 가져갔는지 ㅠ
    대놓고 못돼기라도하면 거부반응이라도 생겼을텐데 진짜
    순진한 딸 불쌍코스프레로 억대로 빼앗긴거 생각하면 따지고
    싶은데 돈은 사라졌고 가끔봅니다.
    대신 저는 우리애들 돈 다모아주고 어떻게든 기반잡는데
    도움이될지 늘 신경쓰고있어요. 자식이 지나가다 커피한잔만
    사다줘도 눈물또르르던데요. 이게 부모맘이죠.

  • 6. 두아이엄마
    '25.11.17 4:20 PM (175.214.xxx.205)

    그냥 눈물 납니다...

  • 7. ......
    '25.11.17 4:21 PM (114.86.xxx.197)

    좋은 아버지를 두셨네요
    부럽습니다

  • 8. 그리움
    '25.11.17 4:23 PM (211.46.xxx.113)

    꺠끗한 옷입고 깨끗한 사무실에서
    대학나온 사람들과 일하는데 뭐가 힘드냐.....
    얼마나 딸이 자랑스러우셨을지ㅠㅠ

  • 9. ..
    '25.11.17 4:25 PM (211.118.xxx.162)

    저희 엄마는
    회전초밥 집에 모시고 간 적이 있는데
    딸 돈 집어 먹는 것 같아서 도저히 못드시겠다고.
    제가 비싼접시 내려놓으면 막 말리고 어쩔 줄 모르시더라구요
    그게 부모 마음인듯.
    원글님 아버님도 원글님도 아름답습니데이~

  • 10. 울 아버지는
    '25.11.17 4:26 PM (223.38.xxx.37)

    평생을
    어두컴컴한 데서 시커먼 옷을 입고 학력이 초등이거나 울 아버지처럼 아예 초등학교도 못 나온 사람들하고 평생 일을 했으니
    이해가 아예 안 되셨던 거 같아요. 대학까지 나온 그 똑똑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깨끗한 사무실에서, 볼펜 굴리면서 일하는데 왜 힘드냐고.

  • 11. ..
    '25.11.17 4:26 PM (110.13.xxx.214)

    부녀가 멋지십니다

  • 12. ㅠㅠ
    '25.11.17 4:27 PM (1.232.xxx.36)

    저도 자식 조금 커보니
    자식이 벌어온돈 진짜 못쓸거 같아요.....만원이라도 너무 피눈물흘러요.

  • 13. 점점
    '25.11.17 4:29 PM (175.121.xxx.114)

    아버님 진짜 멋진 아빠십니다

  • 14. 세상에나
    '25.11.17 4:29 PM (211.106.xxx.246)

    너무나 멋진 아버님을 두셨네요 ㅠㅠ 감동입니다.
    원글님의 아드님도 역시 멋진하고 든든한 어머님을 두셨고요.
    내리사랑....

  • 15. 세상에나
    '25.11.17 4:30 PM (211.106.xxx.246)

    아드님인지 따님인지 안 쓰셨는데 제가 아드님이라고 썼네요 ㅎㅎㅎ

  • 16. ㅇㅇ
    '25.11.17 4:32 PM (1.225.xxx.133)

    너무 멋진 아버님이시네요

  • 17. ㅇㅇ
    '25.11.17 4:36 PM (221.156.xxx.230)

    반전이네요
    말씀은 그렇게 하셔도 자식이 힘들게 돈번다는걸 알고 계셨던거죠
    그래서 그돈이 소중한거구요

  • 18. 맞아요
    '25.11.17 4:38 PM (223.38.xxx.37) - 삭제된댓글

    힘든 거 자체를 이해는 못 하셨지만 딸이 힘들어 하는 건 받아들이신 거죠.
    그때 제 나이가 24살이었거든요. 만으로 하면 23살.
    지금 우리 애들 키워보니 얼마나 어린 나이인가요.
    그 어린 나이에 혼자 상경해서 서울 살이 하면서 직장 다녔으니

  • 19. 맞아요
    '25.11.17 4:39 PM (223.38.xxx.37)

    머리로는 힘든 거 자체를 이해는 못 하셨지만
    마음으로는 딸이 힘들어 하는 건 받아들이신 거죠.
    그때 제 나이가 24살이었거든요. 만으로 하면 23살.
    지나고 보니 얼마나 어린 나이인가요.
    그 어린 나이에 혼자 상경해서 서울 살이 하면서 직장 다녔으니

  • 20. ...참나
    '25.11.17 4:41 PM (75.80.xxx.66)

    저희 엄마는 잘 얻어먹던데요. 용돈도 받고 ㅎㅎ

  • 21. 내눈물버튼
    '25.11.17 4:41 PM (218.155.xxx.35)

    아부지~~~~ ㅠㅠ

  • 22. 울 아빠도
    '25.11.17 4:41 PM (39.7.xxx.144)

    그러셨어요. 자식 돈을 어떻게 쓰냐고~
    돌아가신지 꽤 되었는데… ㅠㅠ

  • 23. ㅇㅇ
    '25.11.17 4:43 PM (180.230.xxx.96)

    아버지 마지막 글에 울컥 했어요
    멋진 아버님 이셨네요

  • 24. //
    '25.11.17 4:43 PM (218.237.xxx.69)

    눈물납니다..님이 너무 부러워요 ㅠㅠㅠ

  • 25. ㄱㄴㄷㄴㅂ
    '25.11.17 4:44 PM (121.162.xxx.158)

    가난했던 시절 어른들의 희생이 가슴을 아리네요
    지금이었으면 아버님 가난해도 어찌어찌 대학도 가셨을텐데

  • 26. ㅇㅇ
    '25.11.17 4:57 PM (118.235.xxx.213)

    멋지시네요

  • 27. 아빠
    '25.11.17 4:59 PM (58.238.xxx.213)

    올봄에 돌아가신 친정아버지 생각에 눈물이 ㅠㅠ

  • 28. 그런데
    '25.11.17 5:04 PM (121.66.xxx.66)

    아이가 사주는거 맛있게 먹는것도 좋지 않나요?
    저라면 기껏 들떠서 부모님 사드린건데
    뭔가 김 샐거 같아요
    내 힘으로 뭔가 해드렸다는게
    기쁨인 자녀도 있거든요
    님 아버님은 그러셨어도
    저라면 아이 턱 맛있게 먹고
    기분 좋아라 해줄거 같아요

  • 29. 아웅
    '25.11.17 5:09 PM (1.235.xxx.169)

    아버님 자식사랑에 울컥하네요

  • 30. ...
    '25.11.17 5:10 PM (118.42.xxx.95)

    아들 알바한 돈으로 밥 사줬는데 맛있게 먹은 이 애미는 어쩌라구 ㅠㅠ

  • 31. 그럼요
    '25.11.17 5:48 PM (112.169.xxx.252)

    자식이 번돈으로 뭐사주면 못먹겠더라구요
    너무안쓰러워요

  • 32. 멋지시네요
    '25.11.17 6:33 PM (140.248.xxx.2)

    아버님 훌륭하신분이네요:)

  • 33. . .
    '25.11.17 7:25 PM (125.248.xxx.36) - 삭제된댓글

    잘 드시고 그만큼 용돈 주시는게 님 자녀가 더 행복할거 같습니다.

  • 34. ㅇㅇ
    '25.11.17 8:05 PM (59.10.xxx.58)

    아들이 돈주면 좋다고 받아서 썼는데ㅜㅜ

  • 35. llllllll
    '25.11.17 8:12 PM (112.165.xxx.20)

    어머 저 울었어요.ㅜㅜ

  • 36. 부러워서하신말씀
    '25.11.17 8:47 PM (211.112.xxx.45)

    말씀은 그렇게 하셔도 자식이 힘들게 돈번다는걸 알고 계셨던거죠
    그래서 그돈이 소중한거구요22

  • 37.
    '25.11.18 12:54 AM (14.38.xxx.186)

    부모님이십니다 눈물 납니다
    시부모는 며느리돈을 쌈지돈으로 하려다 수포로 돌아가니 발광을 대던데요
    40년이 다 되어가고 돌아가셨지만
    검은 흑역사의 시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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