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동네 작은도서관에서 어떤 할머니를 뵈었어요.
동네 복지관에서 하는 아주 아담한 도서관이에요. 큰 방 하나 정도에 원탁과 의자 6개가 둘러 있고,
바닥에 매트가 깔린 곳이 한 군데 있어요. 등을 기대고 앉을 수 있는 벤치같은 곳도 있구요.
점심을 먹고 1시 반까지 일하러 가야 해서 시간이 애매했어요. 1시 10분에는 도서관에서 나가야 얼추 일하는 시간이 맞았어요.
제가 도서관에 간 시간은 12시 30분이었고
할머니는 12시 50분 쯤에 유모차를 끌고 들어오시더라구요.
그러더니 원탁의자에 앉으셨어요. 할머니는 산에 갈 때 쓰는 얇은 보라색 모자를 쓰고 계셨어요.
저는 할머니랑 좀 떨어진 곳에 앉아서 책을 보며
할머니가 책을 보러 오셨나보다... 생각했죠.
책을 보다가 눈을 들어 원탁의자에 앉아계신 할머니를 다시 봤는데
그냥 의자에 앉으셔서 졸고 계시는 듯 가만히 미동도 하지 않으셨어요.
잠시 할머니를 바라 보다가 원탁의자보다는 매트에 앉으시는 게 좀 편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어르신께 다가가
"어르신~ 혹시 불편하시면 매트에 앉으시는 게 어떠세요?"
그랬더니 눈을 들어 저를 보시는데... ㅜ
머리는 온통 흰머리에 두 눈은 회색빛이 돌고 한 눈에 봐도 병색이 있으신 듯 했어요.
보자마자 저는 3년 전, 94세에 돌아가신 친정엄마랑 할머니가 너무너무 비슷해서,
아니 거의 똑같아서 그냥 울 뻔했어요.
어떻게 여기 오셨냐니까
복지관에서 김치 한 통을 준다고 해서 오셨다고, 그 김치를 가져가야 하는데
복지관에서 점심을 먹고 오는 길에 다시 집에 가는 게 불편해서 아예 기다렸다가 가져가려고 오셨다는 거에요.
복지관 직원들은 1시30분까지 점심시간이라 사무실은 불을 다 끄고 깜깜했어요.
어르신 연세가 어떻게 되시냐고 하니 '아흔 넷'이라고 하시는 거에요.
저는 어르신 손을 잡았어요. 너무나 엄마 같아서요. 그랬더니
제 손을 꼭 잡으시고
어쩌면 이렇게 다정하게도 말을 하냐면서
당신은 오늘이라도 가야 될 사람인데 왜 이렇게 오래 사는 지 모르겠다고 ... ㅠ.ㅠ;;
어르신 집이 어디신지
어디가 아프신지 이런 저런 걸 묻고
매트에 앉혀드리고 난방을 좀 올려드렸어요.
어르신이 앉아있는 데 옆구리쪽에는 오줌줄이 있더라구요. ㅜ
아침엔 요양보호사가 와서 돌봐주고 있다고 하는데...
그 연세에 독거로 혼자 사시는 할머니는 어떻게 지내실까... 저는 시간이 가는 게 너무 안타까워서
연락처를 여쭤보니 핸도폰은 없고 집에 전화가 있는데 그 번호도 잘 모른다고 하시네요.
어르신 손은 또 어찌나 차가운지,, 마음이 더 아팠어요.
엄마가 저를 찾아오신 듯, 오늘 생각할 수록 참 이상했어요.
일하러 가는 동안 혼자 그냥 울었네요. ㅜ
할머니가 사시는 동안 그래도 잘 지내시길 기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