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저녁마다 저에게 애 어딨냐고 물어봐요. "**이는?"
아이 시간표와 학원 스케줄을 저만 꿰고 있는거죠. 맞벌이고, 전 주말에도 도서관에서 일해야할 정도로 바빠요.
지금도 전 도서관인데 어제 12시 넘어 들어온 남편은 이제 일어났는지 "**이는?"이라고 문자가 왔는데 답을 안해줬어요.
토요일 아침마다 국어학원 가는 걸 왜 기억 못할까요.
집에선 자기 물건이 어디 있는지, 오늘 무슨 요일인지도 물어봐요.
그런데 실제로 제가 그 답들을 다 알고 있다는게 더 짜증나요. 아무래도 전 집안의 여자, 엄마라는 역할을 소화하기엔 너무 마음이 좁은가봐요.
얼마전에 facebook 타임라인에서 미국에서 요즘 화제 중인 책 소개가 떴는데,
남성들이 사소한 일을 기억 못하고 집안에서 물건도 못찾는 것이 결과적으로 여성들이 계속해서 "살림"의 대부분을 짊어질 수 밖에 만드는....가부장제를 지속시키는 요인이라는 요지였어요. 그리고 가정의 유지를 위해서 워낙 자잘한 신경을 많이 써야하다보니 여성들이 스트레스도 더 많이 받고 건강도 빨리 상한다...뭐 이런 내용.
실제로 저는 회사 일, 아이 학원, 집안 먹을꺼리, 강아지 등등 끊임없이 레이더를 곤두세우고 신경쓸게 있다보니 약간의 강박들이 생기는 것 같아요. 예컨대 외출하거나 손님을 초대하면 미리 준비를 다 해놔야 안심하고 약속 시간에 집착하게 된다던지...쓰레기 버리기 등의 일은 미루지 않고 그 자리에서 해치워야 하다던지...그런데 저의 이런 성향을 남편은 피곤해 하거든요. 저도 느긋하고 싶어요. 그런데 빡빡하게 살다보니 최소한 몇 가지는 제 성향대로 하지 않으면 안달하게 되는 성격으로 변해버렸어요. 결과적으로는 제가 제 성격 버려가며 집안과 가정을 안락하게 유지시키는 거죠. 남편은 주 3회는 늦게 오거든요.
그런데 주말 아침, 혼자 푹 자고 일어나서 또 "**이는?"이라고 문자 보내는 걸 보니...그냥 대답해주기가 싫으네요. 다음생에는 남자로 태어나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