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조금 많이 안 좋았습니다.
태어나서 가장 큰 위기 아니었나 싶습니다.
앞으로의 삶을 지금까지 살아온 것처럼 평범하게
살 수 없을 수도 있다는 그런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습니다. 다시 복직도 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평소에 시덥지 않게 공부 좀 한다고 운동 나중으로 미루고
몸에 안 좋다는 것들을 '나는 건강한 편'이라면서 막 때려넣다 보니
몸이 할아버지 몸이 돼버렸네요.
그 이벤트가 지나가고 나니 내가 누리던 사소한 것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얼마나 굉장한 것들이었고
감사해야하는 것들인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한편 내가
정말 할 수 있는 게 많은 사람이라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할 수 있는게 이렇게 많은 사람인데도 10년이 넘게, 20년이 넘게
그저 가지지 못한 것만을 한탄하면서 살았던 것이 크게 후회됐습니다.
부러워하던 자이 아파트
많은 돈, 굉장한 직업, 큰 키,
키큰 여친은 지금도 그것이 그 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가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높은 건 높은 거니까요. 근데 이제는 그런 것들이
예전만큼 부럽지가 않네요. 예전에 비해서 그렇게 부럽지
않습니다.
물론 어제도 키큰 여친이랑 딱 붙어서 걷던 커플이
부러웠고 그 부러움이 탄로나지 않게 하려고 아닌 척
관심 없는 척 연기를 하긴 했지만 과거에 자괴감과 자책으로
이어지는 그런 부러움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그렇구나.
그래 그렇구나. 늬들 꼭 결혼해라. ㅋ 이러면서 지나쳤습니다.
비교는 숙명이기 때문에 남은 인생 동안에도 비교와 비교에서 오는
파생적 효과는 피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번 이벤트 덕분에 내가 가진 것이 얼마나
굉장한 것들인지를 알았기 때문에 자괴감과 한탄, 자책으로
번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할 수 있는게 너무 많고 오늘도 날씨가
좋고 나는 그럭저럭 건강하기 때문에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키 174 그녀에게도 대시할 용기가 생겼습니다. 더 정확히는 그녀의
174가 이제는 별로 대단한 거 같지 않습니다. 오히려 내가 더 잘난 거
같기도 합니다.
아무튼 그렇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