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쯤전에 대대적인 집정리를 하고나니 집이 가벼워진 느낌이 들면서 마음도 한결 가벼워지더라구요
불필요한 짐이 뭔지도 모르고 습관처럼 지고 살았던 제가 한심하다는 걸 깨달은 건 엄청난 일이었어요
그후로 독립해 사는 애들 집에 가서도 정리해주는 게 낙이었고, 나에게 쌓아놓고 살게 가르쳤던 친정에 부모님 아프셔서 한달 돌봐드리러 가서도 한트럭 치워 버리며 이러다 지구 전체를 다 치워버릴 기세로 살았어요
암튼, 한 2년은 정리에 미친 사람처럼 살았던거 같아요
그게 너무 재밌어서 멈출수가 없었어요
그렇지만 유전자에 새겨진 쌓아놓고 사는 습성은 완전히 버리지 못해 어느 새 또 하나 둘 나도 모르는 사이 쌓이고 있다는 걸 깨닫기도 했지요
어느날 지인이 팬션 하다 그만두고 해외로 가게 됐는데 집이 안팔려 비게 됐대요
저보고 저렴하게 임대해 줄테니 들어가 살겠냐고 물었는데 가서 보니 너무 시원하게 뻥뚫린 환경과 관리 잘 된 모습에 반해서 그날 계약해 버렸어요
집에 돌아오니 남편은 어째 의논 한마디 없이 계약했냐고 나무라고 저역시 그날부터 고민이 시작되더라구요
교통 최고로 편한 신도시에 누구나 좋아하는 동네 내 집에서 살다가 갑자기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시골 깡촌에 들어가 살 생각을 하다니 그때 귀신이 씌었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구요
남편에겐 두집 살림해도 괜찮으니 가기 싫으면 집에 남으라고 했더니 그건 아니랍니다ㅎ
그후로 짐을 하나 둘씩 미리 가져다 나르며 큰 물건만 이사짐센터 부를 생각으로 여러날에 걸쳐 이사하고 있어요
살던 집은 천천히 임대 줄 생각이라 여유가 있고 팬션했던 집이라 기본은 세팅돼 있어요
어제 처음으로 새집에서 하루밤 자고 아침에 동네 한바퀴 산책하고 왔는데 너무 좋네요
몇년전 짐을 털어내고 이번에 또 털어내니 진짜 지구 어디에든 부담없이 떠날수 있겠단 생각이 들어요
여기서 팬션이 팔릴때까지 살다 또 어디 경치 좋은데 가서 몇년 살고, 살고 싶은 다른 나라가 있으면 거기서 또 살아보고..
짐이 없다는게 정말 이렇게 자유롭게 하는 일인줄 미처 몰랐네요
나중에 전원주택 지어서 살 생각이었는데 부모님 연로하셔서 한분만 남게되면 부모님 댁에 들어가 살다 마저 돌아가시면 그때 생각해도 되겠다 싶어요
부모님댁에 들어가 살겠다는 생각도 짐이 없으니 가볍게 받아들일수 있는거드라구요
전원주택 지어 살려던 땅은 그대로 있는데 거기에 작은 창고 하나 지어서 사계절 옷과 트렁크 같은 짐들은 거기다 보관할 생각이예요
내 짐이 다른 사람들에게 짐이 되면 또 안되니까요
남들은 돈주고 살라고 해도 못살겠다는 첩첩산중 외딴 집에서 자고 일어났는데 저는 너무 황홀한 아침이어서 신선이 된듯한 기분입니다
근데 너무 추웠어요
이건 살면서 대책을 마련해야겠어요
모두 Good morning이예요^^

